"자율규제 만으로 통제 가능…기업불신 해소로 오히려 긍정적 효과 기대"

국내 한 모바일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구매시 화면. <뉴스1>

[한국정책신문=노호섭 기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로또 복권을 사는 사람들처럼 어떤 이들은 막연한 기대감에 재미를 느끼거나 생활의 활력을 얻기도 한다. 가끔씩이지만 기대한 일이 이뤄지기라도 하면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기분이 든다. 

이러한 기대심리가 게임 내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제는 대부분의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이 대표적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이용자가 특정 게임 아이템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 아닌 일정 금액을 지불할 시 무작위 확률로 지급되는 보상물이다. 운에 따라 원하는 아이템을 훨씬 싼 가격에 얻을 수 있어 개봉할 때 나름의 긴장감도 있다.

그러나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매우 낮고 획득 확률 등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희귀 아이템의 획득 확률은 1%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투입 금액보다 높은 가치의 희소한 아이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해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이에 게임 업계는 지난 2015년 한국게임산업협회를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세부사항 논의가 부족한 데다 미준수 시 적용할 제재 장치가 부실해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 강제성 없는 자율규제…제재 효과 있을까

게임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가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게임업계가 더 강력한 자구책을 내놓을 계획인 것이다.
 
강화 규제의 핵심은 '투명성' 보장이다. 게임회사는 사실에 입각해 해당 아이템의 명칭·등급·제공수·제공기간·구성비율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표시하는 기준도 명확해졌다. 사업자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이용자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아이템의 명칭 및 등급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이외 수차례 결제에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하는 이용자를 위해 일정 구매횟수 도달시, 희귀 아이템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자율규제 적용대상도 온라인·모바일에서 가상현실(VR)·콘솔 등 전 플랫폼으로 확대한다. 다만 청소년불가게임은 해당 규제 개선안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규정들이 자율규제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강제성이 없다. 여러가지 합리적인 규제를 마련했어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면 모두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업계에선 이번 자율규제 강화로 기업들을 어느정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차 '권고', 2차 '경고', 마지막 3차 '공표'로 이어지는 '쓰리 아웃' 방식을 새롭게 도입해 미준수 업체를 충분히 압박할 수 있다는 것.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이전에는 기업이 규제를 위반하더라도 내부적인 권고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이번 자율규제의 경우 '확률 공개'를 하지 않은 게임사를 외부에 공표하게 돼 있어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이 가해질 것"고 설명했다. 

이어 "유저들도 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만큼 매출·이용자 수 감소 등 자연적 패널티가 부여되는 셈"이라며 "직접적인 강제수단은 아니지만 충분한 제제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블리자드의 FPS게임 오버워치의 아이템 상자. <오버워치 홈페이지 캡쳐>

◆ 기업 매출 악영향 없나…"단기적 감소 몰라도 이미지 좋아져 긍정적"

자율규제 강화로 인한 게임 아이템 확률 공개는 게임 유저들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긍정적인 소식이다. 반면 게임사의 입장은 어떨까? 획득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미미한 수준의 당첨 확률이 공개됨으로써 아이템 구매율이 감소하는 등 기업 매출에 악영향을 주진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율규제 강화로 인한 게임 업계의 우려는 크지 않다. 특히 확률의 공개가 유저들의 아이템 구매량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갖진 않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온라인게임사 담당자는 확률 공개가 아이템 구매 감소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일부 최상위 아이템의 획득 확률은 1% 미만으로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게임 아이템 구매에 적극적인 헤비유저의 경우 대부분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PC·모바일을 막론하고 게임사의 매출 대부분은 헤비유저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이들이 확률이 공개된다고 해서 필요한 아이템을 포기하겠느냐"고 반문하며 "1% 미만의 확률이라고 해도 살 사람은 다 사게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확률의 공개로 아이템 획득 과정이 보다 투명해지면서 기업 이미지 쇄신의 기회가 되는 등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전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확률의 공개 요구는 획득 확률을 올려달라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유저들의 불만 대부분은 게임사가 확률을 은폐하거나 조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이어 "확률형 아이템이 조작논란에 휩싸인 것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만큼 유저들은 확률형 아이템이 얼마나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라며 "자율규제 시행으로 단기적 수익 감소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지만 확률 조작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는 것만으로도 기업 입장에선 상당한 소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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