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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나 "배우로 산다는 건, 마음 속에 집 한채씩을 계속 지어 올리는 일"OCN 드라마 '보이스'서 강권주 역 맡아 열연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드라마 '보이스'의 배우 이하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인생은 길고, 목표는 원대할수록 좋다고 믿었다"던 어느 배우에게 지난 4개월여 시간은 낯선 경험이었다. 하루살이처럼 살았다. 그에게 주어진 과업은 실로 엄청난 것이어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데 온힘을 쏟아야만 겨우 소임을 해낼 수 있었다.

배우 이하나 이야기다. 최근 종영한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여주인공 강권주 역을 맡아 작품을 이끌었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새삼 '배우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겼다. 오지 않은 내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혹은 불안감으로 지난 10년을 살았던 그에게 있어 '보이스'는 눈앞에 놓인 소소한 행복을 마주하는 즐거움을 깨닫게 한 작품이었다.

눈코 뜰새없이 바쁘게 돌아간 촬영현장이었지만 오히려 그곳에서 낭만을 주웠다. 스태프들과 주고받은 실없는 농담에서, 일부러 짬을 내 찾아간 겨울바다에서 그는 안식을 얻었다. "닿을 수 없는 미래에 연연한 나머지 너무나 많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던" 지난날을 웃으며 곱씹었다.

이하나는 당분간은 강권주로 살 작정이다. 작품은 끝이 났지만 "조금 더 곁에 두고 지난날을 음미하고 싶어서"다. 볕이 좋던 어느 날,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그와 마주 앉았다. 이하나는 "이제 막 가슴 한 켠에 작은 집 한채를 올려놓은 참"이라고 했다.

"매번 작품을 마칠 때마다 느끼게 되는 여운인데 이번엔 좀더 특별한 것 같아요. 조금더 붙잡아두고 싶고, 그 안에 머물고 싶어요. 3회부터였나. 분량이 너무 많아 방송사고만 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거든요. 그런데 벌써 떠나보내야 하는 날이 왔네요. 주마등처럼 하나하나 눈 앞을 지나가는 것 같아요. 너무 물린 표현인가요."

'보이스'는 OCN 역사상 두번째로 높은 시청률(5.601%)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정작 이하나는 작품의 인기를 실감할 새가 없었다. 112신고센터 골든타임팀 수장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대중의 반응을 살필 여유를 갖지 못했다. "댓글은커녕, 내가 어떻게 연기했는지 확인할 시간조차 부족했다"며 웃는 그다.

특히 무지막지한 대사량은 그를 질겁하게 만들었다. 매회 이하나에겐 30~40여씬이 주어졌다. 전체 분량의 40% 가까운 장면을 오롯이 책임져야 했다. 부담감과 긴장감이 그를 짓눌렀다. "오죽하면 보고 읽는 데도 틀리더라"며 한숨짓던 이하나는 "그걸 꾸역꾸역 해내게 되더라. 그 성취감이 대단했다. 물론 연기에 대한 미련은 늘 남지만 후회는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보이스'의 강권주로 사는 동안 이하나에겐 여러 변화가 찾아왔다. 남자 스태프·배우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된 게 가장 큰 변화다. 이전 작품에선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고민으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워낙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 때문이기도 했다. 작품을 시작하면서 "연기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었던 이하나는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좀더 깊어지는 경험을 했다.

"너무 바쁘게만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기도 했고요. '보이스'는 관계 맺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에요. '식사하셨어요'라는 안부인사가 이렇게 로맨틱한 말이었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 안에 담긴 마음이 정말 뭉클하게 와 닿았어요. 그래서 더 애틋했던 것 같아요. 아무리 피곤하고 바빠도 사람들이랑 이야기 나누고, 차 한잔 나눠 마시는게 좋아서 여기저기 귀찮게 하고 다녔죠."

이하나는 '보이스' 마지막 촬영 일정표를 집안 한쪽 벽, 오가며 늘 볼수 있는 곳에 붙여놨다고 했다. "그 때만 떠올리면 앞으로도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겨서"라며 한참을 웃더니 "'이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순간을 잊지 않고 싶어서"라는 말을 보탠다.

"늘 조금씩 후회를 남기며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조금은 노련해졌는지 '보이스'에선 아쉬움이 없어요. 모든 사람들과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면서 즐겁게 촬영했고, 시청자들께도 큰 사랑을 받았죠. 이제 음악작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그때 받은 영감을 다 풀어내려면 1박2일도 모자랄 것 같아요."

사실 이하나는 오랫동안 데뷔작 '연애시대'의 유지호와 '메리대구 공방전'의 황메리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신인이었던 그를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준 고마운 작품들이지만 한편으론 언젠가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관문이기도 했다. '보이스'로 성공하기까지 부담감이 없지 않았을 게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의외였다.

"그 친구들 덕에 큰 사랑을 받았죠. 넘어서야겠다는 불안감은 전혀 없었어요. 저와는 아주 다른 성격을 가진 친구들이죠. 눈치도 안보고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사는 캐릭터잖아요. 그게 마냥 좋았어요. 지금 드는 생각인데 배우로 산다는 건 마음 한구석에 조그만 집을 한채씩 계속 지어나가는 일인 것 같아요. 이번엔 '보이스'라는 집을 지은 거고요. 모두 다 제게는 언제든 찾아가 쉬었다 올 수 있는 정겨운 공간인거죠. 참. '보이스'는 조금 더 쓸고 닦아둬야겠어요. 시즌2가 제작되면 언제든 강권주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한국정책신문  kpinews@kp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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