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7.8.20 일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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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교수'에 골병 드는 대학원생 인권전국 대학원생 절반 '갑질'행위 경험…비위 적발되도 솜방망이 처벌, "교수 맘에 들지 않으면 학위 받기 어려워"
지난 1일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서울 강남구 특검으로 소환돼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입시부정도 모자라 학점 특혜까지. 최근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가 정유라씨의 학점을 부당하게 준 사실을 숨기고자 조교를 시켜 정씨 이름의 답안지를 대신 작성하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류 교수는 조교들에게 "(자신에 대해)불리한 진술을 하면 논문심사나 학계활동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며 입막음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대학사회의 이른바 '갑질논란'이 다시금 재조명 되고 있다.

◆ 사라지지 않는 '교수갑질', 침묵하는 대학사회  

학위를 받아야 하는 절박한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이처럼 논문 심사 불이익을 운운하며 부당한 요구를 하는 소위 '교수갑질' 논란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5년 경기도의 한 대학 교수는 대학원생 제자에게 2년 넘게 인분을 먹이는 등 각종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수도권 사립대 지도교수가 대학원생들의 장학금을 가로채고 논문심사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또 교수가 여조교를 상대로 상습 성추행을 한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도 매년 꾸준히 발생하는 등 교수사를 신분으로 절대적인 권력을 남용해 대학원생들에게 부당한 행위를 요구한 사례는 이미 언론을 통해 여러차례 보도된 바 있다. 

실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지난 2014년 전국 대학원생 23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수준인 45.5%가 '부당한 처우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유형별로는 언어·신체·성적 폭력 등 개인존엄권 침해가 31.8%로 가장 많았고, 사생활 침해·사적 업무지시 등을 포함하는 자기결정권 침해가 25.8%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 대학 교단에서의 인권침해, 성범죄 관련한 뉴스가 비교적 자주 등장하고 있지만 현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피해자들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일부 교수들의 '갑질' 행위에 대해 단체 행동이 가능한 학부생들과 달리 폐쇄적인 대학원 내에서의 비리행위는 아예 공론화 조차 되지 못한 채 무마되는 경우가 많다. 

또 대학원 구조상 한 명의 교수가 여려 명의 대학원생을 맡아 논문을 평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특정 피해자에 대한 교수의 비리행위가 문제될 경우 자신의 논문심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얼마전 지도교수의 폭언·욕설 및 과도한 사적 심부름에 시달리다 대학원을 그만둔 김씨(28)는 "교수가 대학 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 아무리 부당한 대우을 받았어도 이를 공론화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버티거나 학위를 아예 포기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성추행 피해자는 "직접적인 가해자인 교수뿐만 아니라 사건을 축소시키고 은폐하려는 주위 학생들도 공범자나 마찬가지"라며 "직접 피해를 입지 않은 다른 학생들의 경우 피해 당사자에게 사건을 무마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앞에서 고졸 출신 직장인 등을 위한 단과대 설립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 '교수 갑질'의 원인…'객관적 기준 없는 논문심사', '대학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

교수의 갑질이 사리지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석·박사 과정의 수료를 위한 학위논문의 통과 여부가 전적으로 해당 지도교수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논문의 완성도나 질과 관계없이 지도교수가 악감정을 갖고 시비를 걸기 시작하면 통과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사립대의 한 대학원생은 "지도교수와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은 이상 보통 석·박사 과정 수료에 필요한 논문의 통과율은 9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논문심사에 공정하고 객관적이 기준이 없어 교수의 주관적 평가가 절대적인 잣대가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논문심사는 지도교수를 포함해 석사는 3명, 박사는 5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몇 차례의 심사과정을 거치면서 수정이 이루어지지만 통과 여부는 심사위원들의 권한이다. 

이처럼 학위 논문의 통과 여부는 전적으로 교수들의 몫이기 때문에 대학원생들은 교수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자신이 진출하려는 분야에까지 해당 지도교수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는 경우 교수의 말 한마디가 취업 여부의 당락까지 결정지을 수도 있다.        

섣불리 교수의 부당행위를 문제 삼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해당 범죄 사실이 확정되더라도 대학 자체에서 교수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후 교수의 보복에 따른 불이익을 두려워하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피해를 알리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교육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대학 교수 성범죄·성희롱 징계 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 6월까지 3년간 144개 대학 가운데 서울대 등 38개 대학 교수 47명이 성범죄로 징계를 받았다. 

이 가운데 24명이 중징계인 파면 및 해임 처분됐으며, 정직이나 감봉을 받은 3명은 스스로 사임했다. 하지만 전체의 43%에 해당하는 나머지 20명의 성범죄 교수들은 아직도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학생들의 신고로 교수가 징계를 받을 경우 단기간 해당 부당행위가 없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교수가 복직할 경우 학위 취득이나 취업상의 불이익 등 학생들의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대학에서 보다 엄격한 징계규정과 기준을 마련해 당사자 간의 권력관계가 사건 해결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 '교수갑질' 근절될 수 있을까…"인권유린 고발 웹툰에 대학원생 권리장전까지"

지난 2015년 11월부터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이라는 이름의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이 웹툰은 일부 교수들이 일삼는 부당한 행위를 실화를 토대로 다루면서 대학원생들의 겪는 말 못할 현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염동규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대학원생들의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관심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며 "대학원생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문제를 일반 대중들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학생회가 나서 대학원의 문제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웹툰에는 구체적으로 무차별 폭행과 폭언을 당하는 모습, 교수로부터 성희롱과 추행을 당하는 모습, 힘들게 연구를 하고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모습 등 대학원생들이 실제로 겪었던 억울하고 안타까운 사연들이 실려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인분 교수 사건’으로 드러난 대학원생의 열악한 인권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전국 182개 대학 총장에게 '대학원생 인권장전'을 마련하고, 인권전담기구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교육부 장관에게도 대학의 권고 이행을 유도하기 위한 평가제도 도입 대책 마련을 권고하기도 했다. 

인권위가 제시한 '학원생 인권장전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1항부터 9항까지는 대학원생의 권리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금지, 학업·연구권, 부당한 일에 대한 거부권, 사생활 보호권, 인격권 등 인간의 존엄성 등이 규정돼 있다. 

나머지 10항부터 13항까지는 권리 침해 시 권리구제 및 본인의 학업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 대한 참여권, 대학원생의 의무규정이 담겼다.

인권위는 "지도교수와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대학원생의 사정을 감안할 때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의 자치권은 헌법상 보호되지만 대학의 자율성 또한 헌법정신의 구현과 준수를 전제로 한 것이고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은 헌법에 규정된 국민 기본권을 보장할 책임도 동시에 있다는 점에서 대학당국과 고등교육주무부처인 교육부에 정책 권고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노호섭 기자  nhs556@kp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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