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정책②] 내년부터 모든 사업장에 '정년 60세' 적용…임금피크제, 임금 삭감·퇴직 압박 수단으로 전락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서울 성동구 천호대로 서울메트로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지방공기업 CEO 임금피크제 설명회'에 참가한 지방공기업 CEO 및 실무 관계자들에게 임금피크제 중단을 촉구하며 설명회 시작을 지연 시키고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해를 더해 갈수록 실업률은 치솟고 있지만 기업은 반대로 고용을 축소하고 있다. 정부는 수년째 고용 창출을 위해 연간 수조원의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늙어가는 대한민국에서 고용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가 없다는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저고용은 저출산, 부양비 증가를 불러오며 이는 결국 세대간 갈등 및 빈부격차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같은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정년 60세 연장법'이 시행됐고, 기업 및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가 확대·도입됐다. 그러나 그 효과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 '정년 60세 연장법'과 '임금피크제'는 형제 사이 

'정년 60세 연장법'과 '임금피크제'는 형제라고 보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

2014년 5월 22일 국회를 통과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명 '정년 60세 연장법'은 법적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늘리고, 고용노동부장관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는 사업장의 사업주나 근로자에게 고용지원금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올해부터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내년에는 300인 미만 사업장 및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 모든 기업·단체로 확대된다.

다만 개정안에는 정년 연장으로 인한 사업장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정 나이가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명시화되지 않았다. 재계는 정년 60세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 도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로 임금피크제는 제외됐다. 

◆ 정부 "임금피크제로 일자리 창출 효과"

임금피크제는 2003년에 이미 국내에 도입됐지만 정년 연장법 시행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고령자와 청년실업을 해소할 수 있다며 기업 및 기관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고령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무기간을 늘리고, 늘어난 인건비로 청년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청년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년제를 운영 중인 사업장의 평균 정년은 지난해보다 0.5세 증가한 60.3세를 기록했다.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 60세를 넘은 것이다.

또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300인 이상 사업장은 46.8%로, 지난해 27.2%에 비해 20%p 가량 늘었다. 퇴직자 비율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23.1%)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지 않은 사업장(48.4%)에 비해 낮았다.

특히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은 퇴직자(14만5607명)보다 신규 채용자(15만670명)가 많았다. 반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은 신규 채용자가 퇴직자보다 3093명 적었다.

◆ 임금피크제로 진짜 일자리 생기나?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의 1단계 정년연장 적용대상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정년 60세 시대의 기업 대응실태'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42.7%에 불과했고, 42.3%는 '정년연장으로 신규 채용 축소가 불가피 하다'고 답했다.

또 한국노총이 산하 조직 20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절반인 101곳으로 나타났고,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기업 73곳 중 38곳(52.1%)은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정부의 주장과 달리 임금피크제 도입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년을 60세까지 늘려 늘어난 햇수만큼 임금총액이 늘어나고, 정년 전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삭감해 임금총액이 감소하는 두 가지 효과가 서로 상쇄되면서 정부의 당초 취지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노동계는 명예퇴직, 희망퇴직 등을 강요하는 한국의 노동시장 속에서 임금피크제가 일자리 확대 수단보다는 고령층 근로자의 퇴직을 압박하는 수단, 임금삭감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임금 삭감 시기와 비율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업 내의 고령 근로자들의 조기 퇴직을 종용하는 방안으로 남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청년 60세 연장법'이 내년부터는 전 기업, 단체 등으로 확대·시행되는 만큼 임금피크제 도입에 있어 기업, 노동계 그리고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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