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법원에서 범죄 인정받는 게 더 중요

사상 초유의 '국정(國政)농단'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물론 많은 언론들이 24시간 최순실 사건과 관련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잘 아는 종편단골 평론가는 각 언론사에서 나오는 기사내용을 분석할 시간이 없이 사실관계만을 파악하는 일에도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할 정도로 엄청난 사실 또는 추정적 내용들이 제시되고 있다. 검찰에서도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최순실 일파에 의한 국정농단 및 교란사건을 밝히고자 노력하였으나 현재는 그 과정이 특검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이번에 시행되는 특별검사는 최순실 관련 사건 일체에 대한 수사를 목적으로 시행되는 한시적 검사제도로서 이전에 실시됐던 특별검사의 수사 실패 내지는 진실규명 불가능 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을 것임을 강력하게 밝히고 있다. 최근에 특검과 함께 투 트랙(Two-Track)으로 시행된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남은 특검의 부담은 클 것으로 예상되며, 국민들이 알고자 하는 사건의 전모에 대해서 모든 노력을 제한된 기간 안에 해야 하는 국가적 숙제를 안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로 임명된 박영수 변호사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강남으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 국민의 열망과 기대 속 '국가적 숙제' 맡은 특별검사  

최순실 사건에 대한 특검의 시행은 그 이면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첫째로, 대통령이 강력한 인사권을 행사했던 검찰 내에도 친정권 또는 친정부적 세력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특검을 선택하게 되었고, 둘째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이 보여준 한계점으로 인해 별도의 특검을 통한 보다 집중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강하게 제시됐다. 마지막 셋째로 특검을 통해서 국정농단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정치권과 국민들의 열망이 특검을 시행하게 되는 큰 배경이 됐다.

이와 같은 여러 원인들이 특검으로 가게 되는 나름대로의 명분 내지는 이유가 됐지만 실제 결과가 국민들이 원하는 바대로 나올 지에 대해서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히 우리 앞에 있는 현실이라는 점을 생각해야만 한다. 특검제도는 기존의 검찰이나 검사를 통한 수사에 대해 문제제기의 가능성이 클 경우 별도의 독립된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하게 고위공직자가 저지른 비리나 범죄행위를 수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 특검 원조는 '미국'…'워터케이트 사건'으로 법제도로 정착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과 르윈스키 스캔들을 특집으로 다룬 미국의 시사지 타임의 표지. <출처=TIME 홈페이지>

특별검사로 불리는 특검은 오랜 형사법 제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이 기원으로 여겨지며, 1868년도에 4년간의 임기를 두 번이나 마친 그랜트 대통령의 비서가 벌인 탈세범죄 사건을 수사할 목적에서 창설된 제도이다. 그랜트 대통령의 개인비서, 실질적으로 비선실세 정도에 해당하는 비서의 탈세사건이 세간의 관심을 가지면서 대통령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특별검사를 임명한 것이 효시였다.

이후로 1920년에는 미국 연방정부의 일부 공무원 집단이 와이오밍 주의 유전개발권을 일부 유전개발기업에 헐값에 넘겨주고 많은 뇌물을 수수한 사건에 대한 특별수사를 위해 특검을 당시 대통령이었던 하딩 대통령이 임명한 경우가 있었다. 이후로 별다르게 큰 사건에 대한 특검의 임명은 없었지만 1972년에 발생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Watergate) 사건이 발생하면서 특검 수사에 의해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는 대형사건이 일어나면서 어느 정도 사법제도의 하나로 정착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특검은 미국의 특별검사제도를 모방한 것으로서 중앙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수사를 해야 할 경우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하지만 정착 특검의 원조로 볼 수 있는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특검제도가 1999년 6월부로 폐지됐다. 

마지막 특검이었던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가 당시 대통령인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직원이었던 르윈스키의 섹스스캔들 사건을 수사하면서 여러 가지 특별검사제도가 가진 문제점들을 지적했고, 특검제도의 폐지를 주장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었다.

이명박 특검 결과 발표에 대한 신문 기사들. <출처=한국기자협회>

◆ '옷 로비' '삼성 비자금' 'BBK 사건' 등서 특검 실시 

미국이 특별검사제도가 폐지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로 임명권자로 되어 있는 대통령이 임명을 한 특별검사에 의해서 대통령직을 잃거나 또는 범죄문제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인 모순이라는 비판이다. 둘째로 막대한 예산을 사용해 수사를 진행해도 정작 결과로 내놓은 부분은 그 비용에 상응하는 수준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예산과 공적 자원의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 있다. 셋째로 여당과 야당이 정치적 득실과 정파적 이익을 계산하여 개입하기 때문에 실제 수사에서 이러한 원천적 영향요인들이 수사에 큰 방해가 되거나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마지막 넷째로 기존의 검찰에서 1차로 수사한 내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특별검사라고 해서 별다르게 내놓을 것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 등이 있었다.

이후로 미국은 연방항소법원의 추천을 통해서 대통령이 아닌 검찰총장이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변경해 일부 시행하고 있으며, 가끔 큰 스캔들이 발생할 경우에만 특검이 발동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위 고위공무원 부인들에 대한 1999년 '옷 로비' 사건에 대한 수사를 위해서 법률 제6031호로 특별검사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최초로 특검활동이 이뤄졌으며, 삼성 비자금 수사특검(2007년), BBK 사건 수사특검(2007년) 등이 주요 특검 사건이다.

<출처=포커스뉴스>

◆ '오로지 국민과 진실 만을 보고 달려가야'

이번 특검은 미국의 특검제도가 폐지된 전례에 대해서 충분히 살펴보고 특검무용론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며, 이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특검의 언론플레이는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수사사항을 계속 발표하면 오히려 수사대상자들의 방어논리나 증거은폐, 증인회유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의 제공을 선택적으로 지혜롭게 했으면 한다. 이미 많은 언론의 내용들을 통해 피의자들이 자기의 무죄를 주장 또는 입증하고자 하는 논리를 개발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과도한 언론접촉이나 브리핑은 수사에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 특검의 수사활동에 있어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부분들을 잘 차단해야 한다. 이번 특별검사는 여야 합의에 의해 추천된 것이 아니라 야당만으로 추천된 유일무이한 경우이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야당편향성이 있다고 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실규명에만 집중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의지를 표명함은 물론 특검이 국민들을 위한 특검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로 특검의 수사는 기존의 검찰에 의해 수집된 수사자료를 기초로 하여 검찰이 알아내지 못한 범죄사실을 밝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 검찰의 수사방향을 벗어나서 새로운 영역이나 방향에 대한 수사를 하는 것이 필요할 수는 있겠으나 제일 중요한 것은 검찰이 의구심을 가지고 진행한 수사내용들을 보충하여 법원에서 범죄를 인정받는 것이 더 필요한 내용이라고 사료된다. 특히 2만 쪽 이상이나 되는 검찰의 수사자료만 제대로 입증하더라도 이번 특검은 충분히 효과성을 인정받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특검의 수사에 대해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하도록 힘을 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수의 특검팀으로 4년 가까이 대한민국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한 범죄집단에 대해서 모든 행위를 입증하고 그 죄를 묻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앞으로 많은 기간을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를 통해서 더 많은 추가적 범죄사실들이 들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4개월 정도의 제한적 기간만으로 진행되는 특검수사에 대해서 과도한 기대나 결과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것은 절대로 조심해야 할 국민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오로지 국민과 진실만을 보고 달려가겠다'는 박영수 특별검사의 이야기를 신뢰하고 국민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특검팀을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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