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차가운 겨울 바람 앞에 섰다. 연초부터 켜진 '경고' 신호등이 이제는 '한파'로 변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당선자의 행정부 윤곽이 드러나면서 세계경제가 보호무역으로의 회귀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오는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미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면서 동시에 각종 해외 인수합병(M&A)까지 규제하고 나섰다. 특히 사드의 한반도 배치 보복 성격이 짙은 '한류금지령'으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국내 경기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들은 최악이다. 청년실업률은 10월 기준 8.5%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6% 이후 17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고, 제조업가동률은 9월 기준 71.4%로 같은 달 기준으로 1998년 68.6% 이후 18년 만에 가장 낮았다.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5.8로 추락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94.2 이후 7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말 그대로 모두 암울한 수준이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부터 4분기 연속 0%대(전 분기 대비)에 머물고 있다. 연간으로는 지난해 2.6%에 이어 올해와 내년에도 성장률이 2%대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물가는 상승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부진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협까지 걱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최근 금융시장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정책에 대한 기대로 달러가치와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충격이 발생했다. 

한국경제가 망가지기 일보 직전인데 경제당국은 손발이 묶여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수수방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부총리 교체가 마무리되지 않아 어수선한 분위기다. 11월2일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후임으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내정하면서 어정쩡한 동거가 한 달째 접어들었다. 떠나야 할 사람은 떠나지 못하고, 내정된 사람은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다.

경제정책의 양대 축인 한국은행도 경제를 받쳐주기엔 한계가 보인다. 경기부진에 맞서 싸울 한은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기준금리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과 국내 가계부채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면서 5개월째 기준금리 동결만 지속하고 있다. 경기를 뒷받침하고자 기준금리를 내리자니 외국인 자본유출이 우려되고, 이를 막자고 기준금리를 올리면 1300조원의 가계 빚이 당장 폭발할 위험이 너무 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블랙홀 앞에 모든 국정이 마비됐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이 항상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국민의 살림살이'다. 200만개의 촛불이 추운 날씨 속에도 광화문광장으로 나온 밑바탕에는 대통령과 그 주변의 인물들이 국정을 농단하면서 우리경제를 갉아먹었다는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도산돼야 할 좀비기업들이 국민의 혈세로 연명하면서 정작 경제주체인 근로자와 소비자인 국민의 삶은 피폐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명확하다. 정치의 본질은 국민의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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