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심각한 자기반성과 잘못된 선택의 후폭풍에 몸서리 쳐…해법 찾아야 할 국회 무기력에 절망감

최근 들어 분노와 실망감, 좌절감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물론 필자도 이러한 감정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국가를 이끄는 대통령과 관련한 여러 가지 기사들을 접하면서 이러한 감정을 경험하지 않는 국민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집단적인 우울증 현상을 겪고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만든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녀를 국가원수로 만든 국민들도 심각한 자기반성과 잘못된 정치적 선택이 우리에게 안겨줄 후폭풍의 무서움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정서는 집단적인 패닉(Panic) 상태로 볼 수 있다. 사전적인 의미로서 패닉은 자신의 생명이나 일상생활 등에 대해서 심각한 위해나 어려움이 가해지는 경우 이를 회피하고자 하는 일종의 도주현상으로 불린다. 매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백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모이는 모습을 보면서 외관적으로는 앞에서 정의를 설명한 집단적 패닉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광장으로 나오도록 만든 동기가 사회에 대한 분노와 우리나라의 위기를 심하게 걱정하는 마음에서였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의 집단적 패닉 상황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실제로 정치권의 모습만 보더라도 패닉현상의 전형을 보여준다. 패닉현상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구조를 받을 수 있는 화재상황에서도 구조대를 기다리지 못하고 불이 난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대피자들의 양상을 들 수 있는데, 여당이나 야당의 모습은 모두 이와 동일함을 나타낸다. 여당의 경우에는 탈당을 선택한 국회의원이 있는가 하면, 국민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 마치 순장(殉葬) 병사와 같이 주군을 끝까지 모시기 위해 국민정서에 반하는 행태를 보이는 국회의원도 있다. 여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여당 의원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1월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은 국민들이 박근혜 하야를 외치고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야당도 집단적 패닉은 동일하게 나타난다. 외관적으로 대통령의 범죄행위에 의한 하야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보면서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자기 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판알을 굴리는 것으로 보이는 각개약진(各個躍進)의 행동들이 사실은 야당 안에 자리 잡은 집단적 패닉 현상의 일부분으로 보인다. 일부 야당 국회의원들은 무조건적인 하야를 외치고 있고, 다른 부류의 의원들은 대통령의 평화로운 하야와 같은 역시 국민들의 정서와는 상충되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들의 자발적 의사결정 보다는 국민이나 여론, 언론이 제시하는 방향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경우까지 보인다. 

언론도 역시 이 부분에서는 다르지 않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와 관련한 보도내용을 폭로하기에 바쁘며, 어떠한 방향과 방식으로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지에 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4.19 시민혁명 때 이후로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교수들이 길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고, 명문 사립대학인 이화여대와 연세대학은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씨 일가 자녀들의 부정입학 의혹으로 학교 설립 이후에 가장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한 개인과 집단의 정신은 큰 문제나 사고가 본인에게 닥쳤을 때 그 내성이나 견고성이 드러난다. 대표적인 예로서 이스라엘을 건국한 유대인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항시 외침의 가능성이 있다는 전쟁상존성을 기초로 하여 사회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00만 명 이상의 대군을 존속시키고 있는 북한과 세계 7대 열강 가운데 4대 열강에 해당하는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의 중간에 놓여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쟁으로 대표되는 외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내성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11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46회 국회(정기회) 13차 본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일명 최순실 특검법)이 재석 220인 중 찬성 196인, 반대 10인, 기권 14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하지만 정작 내부의 적 내지는 내부의 난봉꾼으로 인해 발생하는 내환(內患)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재의 상황에 대한 반성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현재의 집단적 패닉상태에 가장 큰 빌미를 제공한 것은 법조계와 국회임이 분명하다. 그 많은 공부를 하고 사회의 지도층으로 불리는 이들이 현직 대통령의 중대범죄행위에 대한 형사소추를 금지한 부분이나 헌법재판소의 탄핵과 관련한 제반 규정의 미비 등에 있어서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법제도상의 문제에 대해서 전혀 예상이나 준비를 못하였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고(故) 노무현 대통령 때의 탄핵사건을 선례로 삼지 않고 문제점이나 규정상의 미비함을 그대로 방치한 것에 대한 비난은 분명히 받아야만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많이 선진화 되었고 개개의 국민들이 가지는 저력이나 역량이 높아진 상황 하에서 과거 1980년대의 법제도를 가지고 국가를 유지, 운영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도 반성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차분한 국민적 대응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00만 명 이상이 모이는 국가원수에 대한 탄핵시위에 돌이나 화염병, 경찰의 강경진압, 질서위반 등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느끼는 것도 일부 읽혀진다. 문제는 분노와 실망의 감정으로 뭉친 사람들이 제대로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을 때에는 정말 심각한 집단적 공황장애와 패닉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천연자원 하나 변변하게 없는 국가에서, 주변에 국력이 아주 센 국가들밖에 없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전쟁을 하기 위해 100만 대군을 둔 적국을 둔 상황에서 지금의 경제적 성장과 국가적인 힘을 가지게 된 것은 그만큼 국민들이 자신의 몸을 천연자원 삼아 헌신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월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때문에 국민 전체가 장기적으로 집단적 패닉에 빠진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모든 자원이 고갈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부재보다도 훨씬 큰 사회적, 경제적 피해는 물론 후진국으로 퇴보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이러한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가장 최적화된 수습책을 찾고, 새롭게 국가가 변신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보살피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을 던질 수 있는 리더십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권 역시도 지금의 상황에 모두 동일한 책임이 있음을 통감하고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점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을 과감하게 버려야만 한다.

염건령 <사회학자>

광화문 집회를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위대함을 몸소 느꼈으며, 집단적인 패닉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국민성과 자주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위기는 곧 기회이다. 이순신 장군이 이야기했듯이 죽기를 각오하고 현재 상황에 임하면 지금 이 현실을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하기 위한 고통의 과정이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지도층과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의 헌신도 필요하다. 국민들이 갈구하는 것은 후손들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주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 집단적 공황상태가 아닌 집단적 의사 총합(總合)의 상태로 빨리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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