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는 9일 "주택용 요금은 지금도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다. 누진제 완화가 전기소비가 증가하는 구조로 갈 것이 우려된다"며 개편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정에서의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산업부의 주장은 생각해볼수록 이상한 논리다. 전기를 인프라가 아닌 재화로 보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산업부가 주택용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사용량이 증가하면 한전의 손실이 커진다는 우려로 들린다. 사용자는 안중에도 없고 한전의 주머니 채워주기에 안달이 난 것 같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주택용 전기 판매량은 656억1900만kWh로 전체의 13.6% 수준이다. 반면 판매수익은 8조1162억원으로 전체의 15%에 달했다. 판매량과 수익의 구성비를 볼 때 판매량의 56.6%를 차지한 산업용에서 54.4%의 수익을 거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산업용 전기 판매 수익을 주택용 전기 판매로 보전한 셈이다.

한전은 지난해 가구별 평균 사용량이 223kWh로 3등급 수준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열대야는 7월에 7일, 8월에 6일간 기록됐다. 앞으로 무더위가 지속된다는 예보를 감안하면 이번 여름의 무더위는 약 30일정도 지속될 것이다.

산업부 주장대로 최근 선보인 각 사의 주력 신제품 평균 냉방 소비전력인 1.88kw 제품을 기준으로 30일간 하루 4시간 사용하면 월 요금이 10만원은 넘지 않는다. 다만 에어컨 가동에만 월평균 전기사용량을 넘어서는 225.6kWh를 사용하게 될 뿐이다. 에어컨 가동으로 인해 지불해야 할 순수 전기료는 2만8370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기에 월 평균사용량 223kWh를 더하면 전기료는 10만5570원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산업부가 말한 평균 수치를 갖고 낸 통계에 따른 계산이다. 문제는 최근의 에어컨의 에너지 소비 효율로 낸 통계가 믿을만한 수준이냐는 것이다.

한전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54조원에 달한다. 당기순이익은 사상 최대인 13조원을 기록했다. 아니나 다를까. 돈 잔치가 벌어졌다. 4월 한전은 산업은행과 정부에 각각 6000억원과 300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그래도 돈이 남아돌자 한전은 임원들의 성과급을 70%로 올려줬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1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5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의 자회사 영업이익을 포함한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45.8%급증한 6조3098억에 달했다.

한전과 발전자회사간의 정산조정계수를 높여 한전의 이윤을 줄이는 대신 발전자회사의 이윤을 높인 것이다. 문제의 정산조정계수 결정 과정은 산통부와 한전만이 알고 있다. 한전이 자회사에 이윤을 몰아주는 꼼수를 부리는 것을 산통부가 눈감아 주고 있는 것이다.

한전이 자회사의 이윤을 높여줘 LNG 발전은 도태됐다. 정산조정계수 조정으로 원자력발전의 kWh당 가격은 40원 수준에서 62원까지 올랐다. 반면 민간사업자가 대부분인 LNG 발전 정산단가는 168원 수준에서 126원대로 떨어졌다. 한전이 부린 꼼수에 결국 일부 민간 발전사는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 봄, 정부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산업부는 한전의 꼼수를 모르는 척 하고 있다. 누진제 개편도 어렵다고 말한다. 결국 누진제 개편이 불가하다는 입장은 늘어난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LNG발전 구매가 늘어나 한전이 자회사를 통해 챙기는 이윤이 줄어드는 게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앞뒤가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가 있을까? 정부의 방침을 정부 스스로 모르는 척 하며 국민 주머니를 털어 공기업의 재산 부풀리기를 도와주는 모양세다. 누진제도 개편이 없이 여름을 보내고 나면 또 다시 한전의 돈 잔치는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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