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외교, 안보에까지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은 상식과 통념을 깬 이변이자 파격이다. 재벌총수 출신으로 외설적 언행과 독설, 기행을 일삼아 온 것을 다시 거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당장 그의 당선으로 현실화 될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몰고 올 신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대통령의 국기문란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인 '최순실 게이트'로 사실상 국정마비 상태에 빠져있다. 여기에 예상 밖의 트럼프의 당선으로 한국은 '내우외환'의 위기에 봉착했다. 트럼프의 승리확정 직후 세계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거렸다. 주가가 급락하고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의 가격은 급등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때문이다. 이런 불확실 상태에서도 한 가지 예단이 가능한 일은 앞으로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는 결국 세계 무역전쟁을 촉발하는 요소다. 세계경제가 교역위축으로 활력을 잃은 상태에서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는 세계 각국에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의 불공정무역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공약했다. 우리나라 최대 시장인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미국시장과 중국으로의 수출전선에 큰 위협이다. 미국과의 교역에서 큰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통상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처지다.

트럼프는 한·미FTA를 포함해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모든 FTA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입장이다. 인접국 멕시코산 자동차에도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천명, 미국 제조업체가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을 막겠다고 나섰다. 트럼프는 우리나라에게 '안보 무임승차론'을 앞세우며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결과에 따라 주한미군 철수와 전시작전권 조기이양 압력도 불사할 자세다. 지난 선거기간 동안 막연했던 문제들이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북한 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공약한 핵 확장 억지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북한 핵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돌출적 성격을 감안하면 무력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이나, 한국을 무시하고 북한과 빅딜을 시도하는 극단적 선택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트럼프가 당선돼도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충격 진화에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미국이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나라이고,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에 주류 정치인들이 포진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인식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의 동요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정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대처가 쉽지 않은 국면이다. 아쉽게도 지금 우리나라는 국가 리더십마저 부재한 아노미 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불참결정이 현 시국을 그대로 나타낸다.

국정의 컨트롤타워 재정비가 시급하다. 이런 엄중한 시간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국가적 혜안을 모아야 할 때이다.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외적 상황을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시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결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현명하고 과감한 선택이 더 이상 늦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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