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비용총량제' 시행…박찬대 의원 "법률 근거 없이 시행은 불법" Vs 재계 "규제개혁특별법 제정해야"

<출처=포커스뉴스>

정부가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규제비용총량제'를 관련법 개정 없이 총리훈령으로 편법 시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재계는 규제비용관리제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개혁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 '규제비용총량제'란?

'규제비용총량제'는 정부가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려는 경우 해당 규제비용만큼 기존의 규제를 정비해 기업이나 국민이 부담하는 규제비용의 총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다. 신설 규제를 관리하면서 기존 규제의 감축을 병행해 규제비용의 증가를 막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2014년 하반기부터 규제비용총량제 시범사업을 해왔는데 이를 입법화해 전 부처에 활용할 예정이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4년 8월 규제비용총량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19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19대 국회는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이 제출된 뒤 다섯 차례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해당 법안을 논의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소위 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법개정이 무산된 것이다.

당시 정부안 외에 여야도 각각 규제비용총량제를 강화 또는 악화시키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 맞불을 놓기도 했다.

여당은 정부안을 대체해 ▲행정규제기본법 규제비용총량제 ▲규제개선청구제 ▲일몰제 및 네거티브 시스템 강화 ▲규제의 폐지·완화·적용유예 탄력적용 도입 등 더 강력한 조항을 담은 '규제개혁특별법'을 발의했고, 야당은 무분별한 규제 폐지를 막고 규제개혁위원회를 자문기구로 오히려 축소하는 법안을 내놓은 바 있다.

행정규제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정부안, 20140827)
규제 비용의 총량 관리제도 도입(안 제22조의2 및 제22조의3 신설) 비효율적인 행정규제의 신설을 억제하고 행정규제의 투명성 및 품질을 제고하기 위하여 중앙행정기관별로 소관 규제 비용의 총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도록 하는 규제 비용의 총량 관리제도를 도입하고자함.

◆ 박찬대 "정부가 '규제비용관리제'로 이름만 바꿔 시행"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법 개정이 좌절됐음에도 정부는 지난 7월부터 규제비용총량제를 '규제비용관리제'로 이름만 바꿔 정부 전 부처에서 전격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규제비용총량제는 19대 국회부터 '규제받는 자가 부담하는 비용만'을 산정할 뿐 규제로 인해 국민들이 이익을 보는 점은 전혀 반영하지 않아 기업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올해 시행하는 규제비용관리제에서도 이 문제점은 고쳐지지 않았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박찬대 의원실>

박 의원은 "규제의 방법이나 정도는 국회에서 선택해 입법사항으로 정하는 것이고, 행정부는 법률의 위임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규제에 대해 총량으로 관리할 권한이 없다는 위법성 논란까지 있었음에도 법률적 근거 없이 총리훈령으로 시행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규제비용관리제가 현재의 규제총량이 최고치라고 간주하고 더 이상 규제를 늘리면 안되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를 만들려면 같은 비용의 기존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의 규제가 최고치라고 간주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고"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초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하기 위해 법률 개정을 추진했던 정부가 정작 법률 개정이 무산되자 총리훈령으로 이름만 바꿔 똑같은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독재정권에서나 나올 법한 입법부 무력화"라고 비판했다.

◆ 재계 "규제개혁특별법 필요"

반면 재계는 각종 규제에 대한 실제 비용을 분석하는 '규제비용관리제' 시범사업의 실효성이 낮아 '규제개혁특별법'의 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규제개혁특별법의 입법화와 정책과제' 세미나에서는 "규제비용관리제의 제도적 기반이 미흡해 제도가 지속 가능한지 불확실하다"며 규제비용관리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 규제연구센터 소장은 "생명·안전과 관련된 규제, 국제협약에 따른 규제 등은 규제비용관리제 적용을 받지 않는데 이런 적용 제외 요건을 확대하려는 경향이 있어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비용관리제의 근거 법률이 될 '규제개혁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성준 경북대 교수는 "규제비용총량제가 총리훈령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법률에 규정된 규제영향분석과 달리 법률적 기반은 미흡한 수준"이라며 "비용관리제를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법률적 기반을 명확히 하고 규제 심사 절차 중 하나로 인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혁우 배재대 교수는 "현재 상임위원 없이 비(非)상설 조직으로 운영되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체제에 대해 상임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며 "규제개혁위원을 정무직 상임위원으로 임명하고 분과위원장을 겸임토록 해야 정권이 바뀌어도 규제개혁의 추진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수 국무조정실 규제총괄정책도 "규제개혁특별법, 규제프리존법, 규제영향분석과 관련된 국회법 개정 등 규제개혁 3법에 대한 입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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