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세금 개념으로 '전기요금' 판단…폭탄 수준의 할증 요율체계는 OECD 가입국에서 찾아보기 힘들어

연일 35도가 넘는 폭염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에어컨을 쳐다보면서 3분 정도 고민하는 일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 에어콘을 켤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에어컨을 켜는데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은 에어컨을 혹사할 생각에 불쌍해서도 아니고 과도하게 냉방을 해서 냉방병에 걸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전기료 폭탄이 나에게 덮치지 않을까 하는 고민 때문에 에어컨을 켜는데 망설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괴이한 전기요금 체계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에어컨을 장식용 가전제품으로 생각하면서 혹독한 여름을 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서 전기요금에 대한 연구를 해보게 되었다.

<출처=pixabay>

◆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수도요금은 공공재, 전기요금은?

사회학자인 필자는 전기와 수도요금을 공공재라고 배웠으며 실제로 그렇다는 의미로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있는데, 학생들 또한 전기세나 수도세와 같은 표현을 쓰면서 요금을 세금으로 표현하는 패턴을 보인다. 주변에 아는 지인들 역시 전기세와 수도세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를 수도요금이나 전기요금으로 부르는 경우는 오히려 희소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왜 전기세와 수도세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수도세는 실제로 공무원들이 상수도사업소 등에서 이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관청에 내는 세금이라는 개념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수도세라고 부르고 있으며, 전기료 또한 한국전력공사로 공영화되기 이전에는 국가에서 관리하였기 때문에 아직도 세금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전기와 수도, 쓰레기 등을 관리하는 것은 민간에 이를 맡길 경우에 심각한 요금상승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국민 생활에 직격탄을 날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가 관리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전기와 수도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재화라는 점에서 여러 공적 재화 가운데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재화로 보고 있다. 그렇기에 전기와 수돗물은 국민들에게 체계적이고 정확하면서도 제때에 공급해야 하는 중요성을 가진다.

분명히 전기와 수돗물은 핵심적인 공공재이지만, 그 경영이나 운영적인 부분에서 수돗물과 전기의 전혀 상반된 모습이 나타난다. 현재 수돗물의 경우에는 각 지자체의 상수도사업본부 또는 상수도사업소가 관리하고 있으며 해당 기관은 공공기관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소속원이 공무원이다. 또한 제조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돗물을 공급하는 지자체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공공재로서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각 자치단체에서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도요금을 받는다는 것은 간단하게 말해서 적자를 감수하면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물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들의 불편함과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임은 설명하지 않아도 분명하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에 전기요금 고지서가 놓여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 전기요금, 이익·수익창출·계급별·분야별 '차별 아이콘'으로 변질

하지만 전기는 같은 주요 공공재임에도 불구하고 수돗물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익과 수익창출, 계급별, 분야별 차별의 아이콘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으며, 전기료의 불합리성과 잘못된 한국전력의 사고방식이 이번 여름의 폭염을 기점으로 국민을 폭발하게 만드는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된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제가 합리적 사고를 무시하고서라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하에서 정부 당국과 한전은 모르쇠 식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오히려 국민의 역풍을 정부와 한전이 맞아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분야별로 다르게 요율이 설정되어 있다. 산업용 전기는 가장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으며, 기관용 전기료와 가정용 전기료 정도로 나뉘어 있다. 산업용 전기료를 낮춘 것은 산업시설 운영에 전기료가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산업 에너지 지원을 원활하고 적극적으로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과 대기업들이 산업용 전기료의 혜택을 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하이테크 산업과 전자, 자동차, 중화학 공업이 중흥할 수 있었다. 문제는 현재 산업용 전기료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언론에서도 비판하는 내용이 나왔지만 현재 산업용 전기료는 실질적으로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이는 한전이 산업용 전기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자분을 가정용 전기료와 기관사업용 전기료에서 남긴 이익으로 보전하는 괴상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들이 이제 공분하기 시작한 것은 산업용 전기료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전기세라는 표현이 맞아가고 있다는 점 때문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내가 낸 전기료의 일부가 내가 사용하지도 않고 전혀 이익도 배분되지 않는 아예 모르는 기업의 전기료 보전을 위해서 사용된다는 점에 대해서 국민들이 분명히 알게 되었고 더 이상의 이와 같은 희생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업기관용 전기료 또한 문제가 많다. 학교나 관공서의 경우에는 산업용 전기료와 동일한 방식의 요율을 적용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평균 산업용 전기료보다 15~17% 가량 높게 책정함으로 인해 특히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한 학교의 전기료가 평균 500만원에서 1000만원씩 매달 나오는 상황에서 자신 있게 에어컨을 틀 수 있는 학교관계자는 없을 수밖에 없으며, 심지어 전기료가 무서워서 2학기 개학을 늦추거나 단축수업을 감행하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을 한전은 그냥 바라보고만 있는 상황이다.

폭염 속 말복을 맞은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성서중학교에서 방학을 끝낸 학생들이 체육관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 전기요금 폭탄 무서워 에어컨 켜지 못하는 학교

학교는 공공기관이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자원을 생산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부존자원이 전혀 없는 국가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 군사, 문화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사람에 의해 이뤄진 기술과 교육의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대해서 산업대상 요율을 적용하지 않고 이익을 남기는 한전의 태도를 보면서 도대체 어떤 나라에서 운영되는 공공기업인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이다. 한전의 경우 대표적인 공기업 낙하산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해당 CEO와 주요 간부들은 현 대통령의 수족 내지는 중요하게 생각되는 인사들일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들이 한전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주요 보직에 임명되었다면 대통령의 말 한마디면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인사라는 확대해석도 충분히 가능해진다. 가정용, 공공용 전기료에 대해서 아우성인 상황 하에서 이에 대해 돌부처와 같이 전혀 움직일 기미도 보이지 않는 한전 간부들은 대통령의 지시가 전혀 없기 때문에 버티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민들이 화가 나는 것은 더운 상황에서도 집에서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짜증이 아니라 개인과 국민의 희생으로 공적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정부의 태도가 후진적이기에 분노하는 것임을 이제는 정부와 한전 당국도 알아야 한다.

<출처=cc0photo>

◆ 오피스텔도 주거용과 사무용 차이로 희비 엇갈려

마지막으로 가정용 전기료 문제를 논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와 같은 폭탄 수준의 할증 요율체계는 OECD 가입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이며, 최근에 한전에서 외국의 사례를 보고 연말에 조정안을 내놓겠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이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볼 수밖에는 없다. 공공기관 전체에서 이익율 2위의 자리를 가정용 전기료를 통해서 얻었다는 것은 분명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며, 이에 대해서 삼성동의 한전부지 매각에 따른 경영상황 개선이라는 변명은 절대로 국민들이 인정하기에는 어려운 내용이라고 판단된다.

같은 오피스텔에 사는데도 전기료가 2~3배 차이가 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사무용 오피스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의 용도 차이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인데, 주거형 오피스텔은 가정용 전기요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한다. 때문에 최근에 오피스텔을 구입하거나 입주하려는 사람들이 주거용인지 사무용인지부터 부동산 사무실에 물어보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발생하는 원인은 전기료에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영인 <한국범죄학연구소장>

산업이 잘 운영되고 좋은 경영과 생산효율을 얻기 위해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집에서 잘 쉬고 일터로 돌아와야만 가능한 일이다. 폭염에 전기료가 걱정되어 30일 이상 지속되는 열대야 속에서 에어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위에 시달린 사람들에게 좋은 생산성과 높은 업무효율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며 가혹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음을 이번 기회에 정부 당국자들과 한전 측은 알았으면 한다. 끝으로 공공경제학에서 소득탄력성(부자에게 더 많은 비용을 물리는 것)이라는 기준을 전기료에 적용하는 것은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의 논리임을 밝히고자 한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전기료 걱정하지 않고 에어컨을 틀 수 있으며, 오히려 가난한 자들이 전기료가 아까워서 에어컨을 구경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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