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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잘못된 일자리 정책이 만든 '청년 공시족'

일반직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공시생'이라고 부른다. 최근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청년취업 준비생 가운데 10명 중 4명의 청춘들이 공무원만 바라보는 '공시생'이라고 한다. 일반직공무원과 교원임용 준비자 비율만 43.3%인 28만9000명에 달하며, 여기에다 8.7%를 차지하는 고시 및 전문직 준비자 중 사법시험과 행정고시 준비인원을 더하면 전체 '청년 공시족'은 30만명을 훌쩍 넘는 셈이다.

이렇게 공시가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로는 경기불황이 길어짐에 따라 안정적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시행된 광주광역시 지방공무원 9급 임용시험에는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도 지원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젠 공무원이 출세의 상징이던 '사(士)'자 직업 못지않게 인기가 높아졌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인기가 높아진 만큼 문도 좁아 합격할 수 있는 인원은 고작 10%에 불과해 사회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공시준비에는 만만찮은 돈과 시간이 투입된다. 응시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대입수능시험 버금가는 사교육시장을 형성했다. 학원, 인터넷강의업체 등 그 규모가 약 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다 자취방 월세, 식비, 교통비 등 생활비까지 감안하면 어림잡아 1인당 월 평균 90만~115만원이 들어간다. 이 또한 경제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이유로는 안정적인 정년보장과 만만찮은 수입이 꼽힌다. 대학을 졸업해 7급, 9급 공무원에 합격해 정년까지 30년을 근무한다면 14억5800만원을 벌 수 있는 반면 기업에 근무하면 최대 25년 일할 수 있고 12억6500만원을 번다고 한다. 공무원이 되면 5년 이상 더 일할 수 있고 돈도 더 많이 번다는 것이다. 퇴직 후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수익률 격차를 감안한다면 생애기간 벌 수 있는 금액은 더욱 차이가 난다.

'공시생'들은 이런 리스크가 있어도 '흙수저'들이 그나마 공정하게 승부를 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방대나 중하위권 대학 출신, 인문계열 출신들은 학벌이나 스펙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겨뤄볼 수 있는 기회가 공시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전문가들은 '공시생'들이 가고 싶을 만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는 한 공시열풍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결국 청년들이 공시에 몰리는 이유는 불안한 고용구조 탓이다. 대기업 정규직 문턱은 높고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에서는 미래희망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공무원을 원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밖에 없다. 왜곡된 고용구조를 바로잡지 않는 한 '공시생'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게 분명하다.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안착할 수 있게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공급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과열된 공시 붐이 국가적으로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복(公僕)으로서 소명의식이 결여된 공시열풍은 자칫 하급공무원 집단의 특권의식만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선진국의 대학졸업자들에게는 공무원은 결코 인기직업이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납세자에게 봉사하는 서비스직으로 규정하며 '평생직장'이라는 개념 없이 직장을 옮겨 다니는 것이 통상적이다.

정부의 양적인 일자리 정책이나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기업의 채용문화가 깨지지 않으면 '공무원 공화국' 시대를 넘어 '공무원 천국'이란 얘기가 나올 게 뻔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청년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자리 마련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 패기 넘치는 청년들이 공직에 유독 쏠리는 현실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이 사회 각 분야에 골고루 파급되어 '안주보다는 도전'을 선택하여 그들이 지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정책신문  kpinews@kp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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