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야 하는 부모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하루 종일 보육시설에 맡길 수밖에 없는 맞벌이부부들은 그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가 1일부터 시행하는 '맞춤형 보육' 제도 때문이다. 이 제도는 어린이집에 맡기는 0~2세 영아를 종일과 맞춤반으로 나눠 정부가 차등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맞벌이나 다자녀가정은 하루 12시간의 종일반, 전업주부는 6시간의 맞춤반을 이용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지원금에 차등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맞춤반이 종일반보다 20% 적어진다.

당장 수입 감소가 걱정되는 어린이집들로서는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 전국 어린이집 1만4000여 곳이 속한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가 '집단 휴원'을 강행했다. 다행히 불참한 곳이 많아 보육대란은 피했지만 많은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이 정부세종청사 등에 몰려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다음 달부터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수입이 줄어든다며 정책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도 정부가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휴원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맞벌이부모들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에 서 있다. 정부 정책에 맞서는 어린이집들이 언제 집단행동을 감행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에 대응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집단 휴원이 강행되면 맞벌이부부는 번갈아 연월차 휴가를 앞당겨 쓰거나 한쪽의 휴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보육대란을 앞에 두고 학부모들은 주객이 전도됐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사실 무상보육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연간 10조원이나 세금이 투입된다.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따져야 할 문제가 어린이집의 수익이 늘고 주느냐로 뒤바뀐 것이다. 제도의 수혜자인 학부모는 아이들을 볼모로 잡혀 전전긍긍하는 신세다.

무상보육은 전국 3만6700 곳이 넘는 민간 어린이집을 이익집단으로 만들었다. 그 책임은 보육정책을 근시안적으로 추진해온 정부에 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보육 시장'이 형성된 건 보육의 질보다 양을 택한 결과였다. 보육서비스를 서둘러 확대하려고 민간 사업자를 대거 끌어들여 2000년 1만5400곳이던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2013년 3만8300곳까지 급증했다. 현재 전체 어린이집 4만5,200곳 중 국공립은 6.2%에 불과하다.

이런 기형적 구조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수지타산을 위해 자격미달 교사를 쓰고, 그러다 보니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들은 어린이집 권리금을 산정하는 머릿수가 됐다. 이런 신세를 피하려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어린이집 숫자는 늘었는데 막상 부모들은 믿고 맡길 곳이 없다고 한다. 당초 저출산 대책으로 정부가 세금을 지원하는 무상보육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 문제는 정치권의 퍼주기 복지가 예고한 일이다. 정부와 교육청이 예산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기존의 보육대란과 논란의 본질이 다를 게 없다. 맞춤형 보육카드는 예산절감 차원에서 나왔다. 무상보육에 쏟아 붓는 예산이 연간 10조원이 넘지만 출산율을 개선하지도, 엄마들의 박수를 받지도 못했다. 정책 취지를 제대로 살렸더라면 가장 큰 혜택을 체감했어야 할 맞벌이들은 되레 고충만 커졌다. 전업주부들이 오후 일찍 아이를 데려가는 통에 정작 맞벌이 엄마들은 늦게까지 남은 아이가 걱정 돼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이제라도 보육 구조를 재정비해야 한다. 보육의 질을 담보하는 정책 변화를 통해 수준 미달의 민간 어린이집은 퇴출시키는 게 맞다. 가정양육수당 인상은 어린이집 구조조정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는 계획도 대폭 앞당겨서 보육을 최대한 공적 영역으로 옮겨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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