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과 관련, 서울대 연구팀에 유해성 실험보고서를 2개로 나눠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옥시는 연구팀 보고서 중 자사에 유리한 것만 받아 검찰에 제출하고 불리한 보고서는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태도는 한국 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것으로 검찰은 신속하면서도 강도 높은 수사를 해야 한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반성보다 증거를 은폐 혹은 축소하려 한다면 용납될 수 없다.

검찰 등에 따르면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질환의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자 옥시는 서울대 수의과대 C 교수팀에 PHMG의 저농도 실험을 맡겼다. C 교수팀은 3달 후 생식독성 실험 결과를 중간보고 형태로 옥시 측에 알렸는데 내용은 가습기 살균제를 쏘이자 임신한 쥐 15마리 가운데 13마리의 새끼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보고서대로라면 가습기 살균제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옥시는 다급하지 않을 수 없었고 C 교수팀에 생식독성실험과 흡입독성실험 보고서를 나눠서 각각 만들어달라고 했다. 사진을 반으로 잘라 두 토막 내는 꼴이었다. 연구 관례상 보기 드문 요구였고, C 교수팀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를 수락했다. 이듬해 4월 C 교수팀은 별도의 보고서를 냈는데 핵심 내용은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올 1월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하자 옥시는 흡입독성실험 보고서 중 자사에 유리한 부분을 뽑아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먼저 나온 생식독성 실험은 수령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검찰은 이 자료를 서울대 측에 요구해 임의로 제출받았다고 한다. 옥시는 연구용역비 2억5000만원 외에 C 교수 개인계좌에 수 천만원을 입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는 서울대 보고서가 전문적이기 때문에 내용이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문제 삼는 것은 옥시가 왜 서울대 연구팀에 2가지 보고서를 요구하고, 유리한 것만 검찰에 제출했느냐 하는 점이다. 가습기 살균제와 사망사건이 관련이 없다면 옥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문제가 있기 때문에 머리를 굴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서울대 연구팀은 더 문제다. 아무리 돈을 받고 연구용역을 수행한다고 하지만 연구보고서를 2개로 만들어주는 것은 연구 윤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옥시 측의 요구를 거절했어야 했다. 연구 용역비가 얼마가 되더라도 이런 짓을 한 것은 전혀 서울대 교수답지가 않다.

우리가 더 문제 삼는 것은 C 교수팀의 양심이다. 솔직히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몇 년째 끌어오고 있는데도 연구의 적절성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임신한 쥐 15마리 가운데 13마리의 새끼가 가습기 살균제를 쏘이고 죽었다면 사람에게도 분명 피해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옥시가 자신들에 유리한 보고서만 제출할 때 C 교수팀에서 입을 열었어야 했다.

수 천만 원의 돈이 C 교수 계좌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검찰은 이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 특히 옥시에 대해서는 사법당국이 엄격한 수사를 통해 법적인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마침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가해 기업을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내고 불매운동을 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한국인을 가볍게 보거나 속이는 기업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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