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승객을 한 밤중에 고속도로에 내려놔 숨지게 한 택시 운전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승객을 죽게 만든 운전자도 정신이 나갔지만 이런 운전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사도 정신이 단단히 나갔던 모양이다. 아무리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고 하지만 가해자에게 너무 관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0일 대구고법 제1형사부 (이범균 부장판사)는 유기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은 택시기사 A(48)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원심과 같은 형량이다. 법원은 A씨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법원은 택시기사가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태워줄 계약상 의무가 있음에도 피해자를 고속도로에 하차시킴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죄를 인정했다. 그렇지만 "피해자가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스스로 하차한 것으로 보이고 30분 이상 고속도로를 헤매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피해자의 책임 역시 상당하다"고 봤다.

택시기사는 지난 2014년 7월 어느 날 새벽 경북 안동에서 대구까지 가는 남자승객을 태웠다. 대구에 다 왔을 무렵 술에 취한 승객이 목적지를 횡설수설했다. 택시기사는 요금소 인근 고속도로에서 승객을 하차시켰다. 승객은 위험한 새벽 고속도로에서 30여분을 헤매다 차에 치여 사망했다.

술 취한 승객을 한 밤중에 고속도로에 내려놓은 것은 살인행위와 다를 바 없다. 대형 사고를 자초하는 위험천만한 일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사고가 나고, 죽게 된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일이다. 택시 기사도 이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른 대형사고가 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물론 택시기사는 승객이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고 내비게이션마저 검색되지 않아 화가 났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에 신고를 하든지, 아예 지구대에 승객을 인계해야 했다. 경찰이 조사해서 잘못이 있으면 처벌을 받게 하면 될 일이었다. 승객이 차에게 내리겠다고 해도 내려놔서는 절대로 안 된다.

택시운전자도 나쁘지만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사도 비판을 받을 만하다.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은 사람을 죽게 한 책임을 엄하게 물린 것으로 볼 수 없다.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지만 이것으로 운전기사 책임을 면하게 해서는 안 된다. 더 무거운 처벌이 있어야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스스로 하차한 것으로 보이고 30분 이상 고속도로를 헤매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피해자의 책임 역시 상당하다"고 했는데 승객이 죽었기 때문에 상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운전자가 30분 이상 고속도로를 헤매고 다녔다고 했는데 새벽에 고속도로에서 혼자 남겨진 취객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술 취한 승객을 고속도로에 내려놓은 것이다.

재판부의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다. 실수로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사고 날게 뻔한 고속도로에서 술 취한 사람을 밤중에 내려놔 사망케 했는데도 집행유예를 선고하다니 판사의 양심이 도대체 무엇인지 물어야 할 판이다. 판사의 양심은 판결에 대해 여러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때만 존경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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