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한 복판에 있는 정부서울청사. 출입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공무원시험에 응시했던 한 대학생이 청사에 유유히 침입해 컴퓨터를 열어 자신의 성적까지 고치는 일이 벌어졌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겠지만 실제로 벌어졌다. 청사의 경비와 보안이 한심하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제주 출신의 송모(26)씨는 7급 국가공무원시험에 응시했다. 송씨는 점수를 올리기로 하고 지난달 26일 밤 9시쯤 서울청사 15층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몰래 들어갔다. 바로 시험 담당 공무원의 컴퓨터를 열어 자신의 성적을 조작했다. 강심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청사 내 체력단련실에서 공무원 신분증을 훔쳤다. 이를 이용해 청사에 여러 차례 들어갔다. 그런데도 인사혁신처는 이를 사실을 5일 동안이나 모르고 있었다. 지난 1일 경찰에 신고했다.

송씨의 행적은 수상한 게 많다. 우선 훔친 신분증으로 쉽게 청사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청사를 출입하려면 1층 개찰구에 신분증을 대야 하고, 신분증 소지자의 신원과 얼굴이 모니터에 뜬다. 송씨의 경우 모습이 서로 달랐지만 들어갈 수 있었다.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들어간 것도 그렇다. 사무실은 전자도어록이 설치됐고 문도 잠겨 있었다.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송씨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당시 컴퓨터는 꺼져 있었다. 그런데 이를 켜고 시험성적이 든 파일을 검색해 읽고 점수를 고쳤다. 컴퓨터의 비밀번호는 또 어떻게 풀었을까?

모두가 보통 사람이 생각할 수도 없고, 행동으로 옮길 수도 없는 일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임에 틀림없다. 변두리의 허술한 기관이나 건물이 아닌 정부 청사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할 뿐이다.

정부청사에 침입자가 발생한 것은 전에도 있었다. 4년 전에 60대 남성이 서울청사에 침입해 투신한 일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성격만 다를 뿐 같은 일이 또 벌어진 것이다. 투신하고, 시험성적 고치고, 앞으로 또 무슨 일이 생길지 걱정이다.

만일 이번 침입자가 공시생이 아닌 테러범이었거나 중요 문서를 훔쳐갔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너무 끔찍해 생각하기도 싫다. 침입자가 공시생이라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얼마 전 인천공항이 외국인에 의해 뚫리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당시 공항 이곳저곳에 경비원도 있고, CCTV도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잠시 방심하는 틈을 이용해 몰래 공항으로 들어왔다. 당시도 이를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시끄러웠다.

보안이나 안전은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할 일이다. 북한은 날마다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언제 무슨 일을 낼지 모른다. 큰 위험 부담이 따르는 군사적 충돌보다 우리 사회를 쉽게 공포로 몰아넣을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등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대상이다. 전 세계가 IS 공포에 싸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중동에서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로 테러를 확산시키고 있다. 우리도 IS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시생의 정부청사 침입 사건은 어떤 일이 있어도 안보 보안에는 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정부는 보안 활동을 게을리 한 관계자들을 찾아내 엄벌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남북이 대처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안에 허점을 보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

어떤 이는 공시생이 인사혁신처에 몰래 들어가 성적을 조작한 것을 '코미디' 같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영화' 같다고 말한다. 정부청사가 이런 소리를 듣는 게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공시생 송씨는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부청사의 허술한 보안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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