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조세회피 전문 로펌인 파나마의 '모사크 폰세카'의 내부자료 1150만 건을 분석해 공개했다. 이름이 거명된 여러 나라의 전 현직 정상과 주요 정치인, 국제축구연맹 관계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름이 오른 당사자들은 해명에 정신이 없다. 한국인은 195명의 명단이 올라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도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파문이 커질 게 분명하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등장하는 인물은 마무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대통령,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덩구자이 중국 시진핑 주석의 매형, 세르게이 롤두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 이런 캐러먼 데이비드 캐러먼 영국 총리 아버지, 미셀 플라티나 전 유럽축구연맹회장, 리오넬 메시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등 다 열거할 수가 없을 정도다.

한국에서는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ICIJ의 자료 분석에 참여했는데 노재헌씨의 이름이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노씨는 2012년 5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 3개를 세웠다. 주주 겸 이사로 취임했다. 3곳 모두 1달러짜리 주식 1주 만을 발행했다. 자본금이 1달러인 셈이다. 전형적인 페이퍼 컴퍼니다. 노씨가 탈세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관련 자료를 확보한 후 외국환거래법상 신고 의무를 준수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라고 했다. 문제 소지가 있을 경우 조사한다는 것이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내국인이 해외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때는 신고해야 한다. 국세청도 국제공조에 나섰다. 명단을 확보한 뒤 탈세 혐의가 포착될 경우 즉각 세무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름이 거명된 사람들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봐야 한다.

외국도 조사에 나서기는 마찬가지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피터 카 법무부 대변인은 법무부 차원에서 해당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나마 정부는 자료 유출과 관련해 각국이 법적 조치에 나선다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좋은 뉴스"라고 평가했다. 탈세자들로부터 세금을 환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미다.

한국인 195명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 조세 회피처에 유령회사를 만드는 것은 탈세를 위한 방편으로 주로 쓰이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들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탈세를 했는지, 국부를 유출했는지 가려내고 위법사실이 있으면 엄벌해야 한다. 그래야 국부유출과 탈세를 막고 조세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소비자원은 이와 관련 아예 처음부터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세 회피처에 포함된 한국인 명단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뉴스타파는 벌써 여러 차례 한국인 명단을 발표했다. 195명의 명단은 분석이 끝나는 대로 발표된다. 국세청은 지난 1월 탈세혐의자 30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했다. 지난해 국세청은 역외탈세자 223명으로부터 무려 1조2861억 원을 추징했다. 올해는 추징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195명 속에는 분명 많은 탈세자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역외탈세는 꿈도 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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