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장관을 4.13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은 가히 의표를 찌르는 한 수다. 강 전 장관이 호남 출신이고 지금의 야당이 정치적 고향이라는 등의 선거공학적 이유 때문이 아니다.

강 전 장관의 영입에 관심을 갖는 것은 경제 문제에 관한 그의 인식과 그가 쌓아온 경륜 때문이다. 강 전 장관은 3공화국 시절의 경제개발 5개년계획부터 DJ정부의 외환위기 극복 과정까지 수많은 정책들을 입안하고 실행한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후에도 그는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등을 지냈고, 의원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건전재정포럼과 재경회(재정경제부 출신 관리들의 모임)를 이끌며 경제정책에 대한 조언을 해왔다.

특히 그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건전재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국은 그나마 재정이 건전했기에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빠르게 IMF 관리체제를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그가 집권당의 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는다는 것은 작금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에 비춰 큰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 교육감 선거 때의 무상급식 공약을 계기로 '포퓰리즘 선거'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말았다. 이후 2012년 대통령 선거, 2014년 지방선거를 거치며 여야가 경쟁적으로 무상복지 공약을 내놓았고 이는 국가 재정에 큰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이번 총선 후에도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 후년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누군가 제동을 걸지 않으면 포퓰리즘 선거공약은 더욱 난무할 것이 확실하다.

우리가 강 전 장관에게 거는 기대는 바로 이 부분이다. 그가 포퓰리즘 선거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닫아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강 전 장관도 그동안 여러 강연과 기고를 통해 포퓰리즘의 폐해에 대해 경종을 울려 온 바 있으니 앞으로 그가 보여줄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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