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제약본업' 임종윤·종훈 형제 손들어줘
OCI홀딩스 "주주 뜻 겸허히 수용, 통합 절차 중단"

한미약품 사옥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사옥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창업주의 배우자와 장녀, 장·차남 간의 경영권 다툼이 "한미약품을 진정한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시키겠다"는 창업주의 DNA를 승계하기로 한 장·차남에 소액주주의 지지 표가 몰리면서 형제의 승리로 끝났다. 이에 따라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간의 통합 절차는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가 의결한 사내외이사 6명 선임 안건을 부결하고, 주주제안의 사내외이사 5명 선임 안건을 승인했다.

이날 최대 관심은 OCI와의 통합을 추진하는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 측의 이사 선임 안건과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종훈 사장 측이 제안한 이사 선임 안건의 표대결이었다. 전날까지 모녀의 우호지분은 42.66%, 장·차남의 지분은 40.56%로 통합으로 기울었지만, 투표 결과 소액주주(13.64%)는 장·차남의 손을 들어줬다.

장·차남이 제안한 사내외이사 5명의 합류로, 총 9명의 이사회는 OCI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인사가 과반을 차지해 OCI 통합 절차는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OCI홀딩스는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 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고 말했다.

임종윤(왼쪽),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사진=연합뉴스]
임종윤(왼쪽),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사진=연합뉴스]

이날 표 대결은 소액주주들이 이종 산업 간의 통합 시너지에 대한 입장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태양광에너지 기업인 OCI홀딩스는 2022년 미래 신성장 동력을 위해 부광약품을 인수하며 신약개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부광약품은 신약개발과는 거리가 먼 제네릭 위주의 중소 제약사다. 1960년 설립 후 개발한 국산신약은 2006년 레보비르(간염치료제) 1종 뿐이다. OCI의 계열사로 편입된 부광약품의 2022년 매출은 1909억원, 영업손실 2억3000만원, 당기순손실 42억4800만원이었지만 OCI로 경영진이 바뀐 작년 매출은 1259억원, 영업손실 375억원, 당기순손실 313억원을 내며 더 나빠졌다.

이를 지켜본 소액주주들은 임종윤·종훈 사장의 '선대회장의 경영 DNA를 이어받아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한다', '시가총액 200조 달성'이라는 비전에 지지 표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차남이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하게 되면서 한미사이언스 경영진은 임종윤·종훈 사장이나 측근 인사로 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된 임종윤 사장은 "어머니와 여동생이 이번 계기로 많이 실망했을 수도 있지만 같이 가기를 원한다"며 "곧 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한 내용을 정식으로 공유하고 회사 브랜드를 긴급하게 복구하겠다"고 말했다.

임종훈 사내이사는 "한미의 역사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며 "앞으로 가족들이 다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회사 발전에 집중하며 겸손한 모습으로 커 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허우영 기자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