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완성차 업체, 충전기 설치 확대…고객 접근성 개선
현대차, 내년까지 초고속 충전기 500기로 늘릴 예정
테슬라, 5만5000기 이상 충전기 운영 중
차세대 배터리 자체 생산 나서…전기차 가격 인하 효과

부산 금곡동 'E-pit(이피트)'. [사진=현대차그룹]
부산 금곡동 'E-pit(이피트)'. [사진=현대차그룹]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밸류체인 확장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고, 충전 인프라까지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가격을 낮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BMW, 제너럴 모터스(GM), BYD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에 힘쓰는 한편, 자체적으로 충전기를 설치해 소비자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 충전기 설치 확대…고객 접근성 개선

현대자동차그룹은 초고속 충전 서비스 ‘E-pit(이피트)’를 2025년까지 총 500기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총 54개소 286기를 운영하던 것을 2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이피트에는 최대 출력 350㎾ 사양의 충전기가 설치돼 있어,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을 갖춘 ‘아이오닉5’를 배터리 충전량 10%부터 80%까지 약 18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피트 외에도 내년까지 계열사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를 통한 국내 초고속 충전기 3000기와 현대엔지니어링을 통한 완속 충전기 2만대를 추가 설치하는 등 양적인 면에서 전기차 고객의 충전 접근성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

미국 전기차 생산업체 테슬라도 자체 충전 인프라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2년부터 전 세계 거점에 자체 충전 시설 ‘슈퍼차저’를 설치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데, 현재 5만5000기 이상의 충전기를 운영 중이다.

테슬라는 북미를 중심으로 다른 완성차 브랜드와 손잡고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자신들의 충전 방식을 ‘북미충전표준(NACS)’으로 부를 정도다.

테슬라가 세력을 키워나가면서 지난해를 기점으로 북미에서 NACS를 도입한다고 발표하는 업체가 크게 늘고 있다. 현대차, 도요타, GM, BMW, 벤츠, 볼보, 혼다 등도 이미 슈퍼차저 네트워크에 합류했다.

이 업체들은 테슬라 충전 네트워크를 공유함으로써 북미 소비자의 주행거리 불안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 보급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BMW코리아, 벤츠코리아, 포르쉐코리아, 스텔란티스코리아, 볼보코리아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중심으로 충전기 설치를 늘리고 있다.

BMW코리아는 국내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순수전기 모델 ‘i3’를 출시하면서 전기차 충전 시설 확대에 노력해왔다. 2014년 전국 이마트 지점에 충전기 120기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등에 532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구축했다.

벤츠코리아는 올해 고출력 충전이 가능한 ‘메르세데스-벤츠 충전 허브’를 개설한다. 최대 400㎾급 급속 충전을 제공하면서 지능형 충전 관리 시스템으로 충전 시간은 절반가량 줄였다. 벤츠코리아는 내년까지 25개의 고출력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약 150개의 충전 시설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볼보코리아는 올해 충전 인프라 확충에 1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현재 전국 34개 공식 서비스센터에 급속 충전기 40기, 완속 충전기 61기를 갖추고 있는데, 6개 충전 서비스센터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인프라 투자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게 사실”이라며 “업체들이 이 같이 충전 시설을 늘리려는 것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BYD가 자체 생산하는 LFP 배터리인 '블레이드 배터리'. [사진=BYD]
BYD가 자체 생산하는 LFP 배터리인 '블레이드 배터리'. [사진=BYD]

◇ 차세대 배터리 자체 생산 나서…전기차 가격 인하 효과

자동차 기업들은 차량에 탑재할 배터리의 개발과 생산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생산 원가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연내 의왕연구소에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을 열고 리튬메탈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서두를 계획이다. 현대차가 개발한 차세대 배터리는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다른 모빌리티 영역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 양산하고, 준비 과정을 거쳐 2030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10년간 배터리 분야에 총 9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을 개선하고 가격 인하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차세대 4680 원통형 배터리(지름이 46㎜, 높이가 80㎜인 배터리)를 자체 개발했고, 미국 네바다에 약 4조7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완공 시 테슬라의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37GWh에서 100GWh까지 늘어나게 된다.

중국 BYD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기존 삼원계 배터리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고 열화 현상이 적어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테슬라와 BYD는 최근 전기차 가격을 각각 9%와 15%의 인하하며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선 상태다. 배터리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는 만큼,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수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도요타는 2027년에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의 내구성 문제를 해결했다며 늦어도 2028년까지는 자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시킨다는 목표를 내놨다.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1000개 이상 갖고 있다. 또 2020년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으로 시험 주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생산업체를 중심으로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를 위한 배터리 자체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운송비 등 배터리 제조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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