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여수 NCC 2공장 지분 양도 검토 중
롯데케미칼, 중국 내 생산공장 지분 현지 협력사에 매각
금호석화 1분기 영업이익 '반토막' 전망…롯데케미칼 적자 지속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친환경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 전환

전남 여수국가산단에 위치한 LG화학 NCC 2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전남 여수국가산단에 위치한 LG화학 NCC 2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수익성이 낮은 석화 제품 생산 설비 매각에 나섰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자 한계 사업을 정리 속도를 높이면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은 일부 석화 제품 생산시설 매각을 검토하거나 이행에 옮기고 있다. 

올해는 중국발 공급이 줄어들면서 지난해보다 실적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당장 업황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황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 수급과 산업 재편에 따른 지속적인 흐름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LG화학 여수 NCC 2공장. [사진=LG화학]
LG화학 여수 NCC 2공장. [사진=LG화학]

◇LG화학, 여수 NCC 2공장 물적분할 후 지분 양도 검토

나프타분해설비(NCC)로 대표되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국내 NCC 생산량은 1000만톤 아래로 떨어지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기업들은 대응에 나섰다. LG화학은 기초유분 여수 NCC 2공장을 분할하고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KPC)에 지분을 넘기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LG화학은 NCC 공장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각대금 간극이 커 무산됐는데 통매각 대신 지분 양도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8일 NCC사업부 물적분할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방안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LG화학은 석유화학 원료인 스티렌모노머(SM)를 생산하는 여수 SM공장의 가동을 이달 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에틸렌옥시드(EO), 에틸렌글리콜(EG) 등 범용 제품 생산 중단도 고려 중이다.

이러한 구조 개편은 최근의 수익성 악화와도 연관이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LG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은 234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7910억원) 대비 70.3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 LC타이탄 공장.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LC타이탄 공장.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도 실적 악화에 해외 자산 매각 나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중국 내 기초 석유화학 생산공장인 롯데케미칼자싱과 롯데케미칼삼강 지분을 현지 협력사에 매각했다. 중국 허페이법인, 폴란드 판매법인(롯데케미칼폴란드), 계열사 케이피켐텍도 청산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대규모 생산기지인 자회사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 매각설도 흘러나온다. 롯데케미칼은 국내외 석유화학 기업과 대형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인수 후보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4분기 영업손실 3013억원을 기록한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에도 765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분기에는 6분기 만에 영업이익 흑자를 냈지만 4분기 이후 다시 적자 흐름을 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중국 기업과 합작한 중국 산둥성 소재 일조금호금마화학유한공사 지분 50%를 올해 초 현지 파트너인 중국 업체에 전량 매각했다.

해당 공장은 제지용 코팅 원료와 카펫, 아스팔트 개질제, 타이어코드 제조 등에 쓰이는 스티렌부타디엔(SB)-라텍스를 생산해왔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6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1분기 130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사진=금호석유화학]

◇중국 증설로 업황 개선 지연되며 신사업으로 눈 돌려

석유화학 업황 부진 원인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악화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가장 큰 수출국이었던 중국은 해마다 공격적인 증설을 이어오고 있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의 경우 중국의 생산능력은 2018년 2565만톤에서 지난해 5174만톤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미국(4583만톤)을 따돌리고 글로벌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이 생산 설비를 늘려 범용 플라스틱 제품 가격이 떨어졌다"며 "올해는 중국 설비 증설이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공급 과잉이 장기화돼 시황이 한 번에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업계는 첨단소재 등 고부가가치 사업과 친환경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이를 중심으로 설비 투자를 확대한다. 

롯데케미칼 역시 핵심 신사업인 배터리 소재와 수소에너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 금호석유화학은 기존 주력사업에 더해 탄소나노튜브(CNT),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CCUS) 등 친환경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굿모닝경제 권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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