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모리 D램 매출 중 HBM 비중 성장에 시장 주도권 경쟁 '치열'
삼성전자, 지난달 HBM3E 12단 개발 성공…샘플 고객사에 제공 시작
SK하이닉스, HBM3E 양산해 이달부터 공급…경쟁 우위 강화 잰걸음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이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8%, SK하이닉스 53%다. SK하이닉스가 한 발 앞서고 있지만 올해를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반격에 속도를 내면서 시장 구도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19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D램 매출 중 HBM 비중은 20%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말까지 삼성전자는 약 13만장, SK하이닉스는 12만~12만5000장의 생산능력(캐파)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웨이퍼 기준 생산능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각각 월 4만5000장이었다.

HBM 시장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을 생산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HBM의 경우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아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 반등 폭이 예상보다 높아 두 회사의 흑자 전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의 8단 HBM3E 출하가 예상돼 HBM 경쟁력 우려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36GB HBM3E 12단.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36GB HBM3E 12단.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HBM3E 12단 상반기 양산…TF팀 구성해 주도권 선점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HBM3E 12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가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HBM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 무기를 확보한 셈이다.

이 제품은 초당 최대 1280GB 대역폭과 36GB의 용량을 제공해 성능과 용량이 전작인 HBM3 8단 대비 50% 이상 개선됐다. 또 첨단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TC NCF) 기술로 8단 제품과 같은 높이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AMD의 MI300 시리즈용 검증을 받은 후 AMD의 주요 공급사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MI300은 AMD가 엔비디아를 겨냥해 출시한 그래픽처리장치(GPU)다.

트렌드포스는 "1분기부터 삼성전자의 HBM3 유통이 증가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이후 AMD MI300 시리즈의 유통 확대로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말까지 HBM3E 검증을 진행하고 2분기에 출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말까지 SK하이닉스와 벌어진 시장 점유율 격차를 줄이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HBM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우위 선점을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하기 시작했고, 상반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6세대 HBM은 내년에 샘플링을 시작해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12단 5세대 HBM3E 실물을 공개했다. 이곳에서 기술력을 소개하고 고객사 확보에도 나선다.

SK하이닉스, HBM3E 제품 이미지.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HBM3E 제품 이미지.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HBM3E 이달 말부터 공급…AI 메모리 업계 선도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을 공급하며 HBM 시장에서 앞서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를 양산해 이달 말부터 제품 공급을 시작한다.

HBM3E는 속도와 발열 제어 등 AI 메모리에 요구되는 모든 부분에서 세계 최고 성능을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제품은 초당 최대 1.18T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풀HD급 영화(5GB) 230편 분량이 넘는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또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적용해 열방출 성능을 이전 세대 대비 10% 향상됐다. MR-MUF 공정은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 보호를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을 뜻한다.

SK하이닉스는 "HBM3에 이어 HBM3E도 가장 먼저 고객에 공급하게 됐다"며 "HBM3E 양산도 성공적으로 진행해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HBM3E는 엔비디아의 AI GPU인 H200, B100에 탑재될 것"이라며 "HBM3E 양산이 시작되며 SK하이닉스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HBM3E 제품 공급으로 SK하이닉스의 시장 선점에 열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도 GTC 2024에서 HBM3E 12단 실물을 전시했다. 또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H100 GPU에 HBM3을 탑재하고 있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뒀다.

한편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다.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되고 있다.

굿모닝경제 곽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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