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산업부 기자

얼마 전 찾은 ‘2024 인터배터리’ 현장에서 확인한 배터리 셀·소재 제조업체들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과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R&D)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그동안 신경 쓰지 않았던 LFP 배터리 개발에 대해 언급하며 LFP 배터리 대세론을 인정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만큼, 배터리 시장에서 LFP 배터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사용 후 배터리를 어떻게 재활용할지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사용을 다한 배터리에서 유가금속을 추출, 다시 새로운 배터리를 제조하는 데에 사용하는 사업 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자원이 버려지지 않음으로써 순환경제를 구축하겠다는 그림이다.

리튬, 니켈 등 유가금속이 포함된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는 이런 순환경제 구조에 적합한 배터리다. 국내 배터리 재활용 기술 역시 이 같은 삼원계 배터리에 맞게 개발돼 왔다.

그러나 LFP 배터리는 현재까진 배터리 재활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리튬 정도만 회수할 수 있을 뿐, 인산·철은 원료 회수 비용이 광물 가격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 경우 경제성이 떨어져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활용되기엔 어려움이 있다. 리튬 회수만으로 재활용 가치가 충분하다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배터리 재활용 업계에선 매립도, 소각도 안 되는 LFP 배터리가 골칫덩이일 수밖에 없다.

LFP 배터리 재활용이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배터리·완성차 기업이 재활용 비용의 일부를 충당하는 방식이 고려될 수 있다. 정부는 관련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 경우 배터리 제조 외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배터리·완성차 업계의 반발이 우려된다.

현재 몇몇 기업이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기술 개발을 완료하더라도 LFP 배터리 광물 회수 비용이 인산·철 등 금속 가격보다 높아 당장 수익성을 확보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다 쓴 LFP 배터리를 그냥 땅에 묻어버린다면 토양오염을 유발해 ‘친환경’이라는 배터리 산업의 명분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LFP 배터리 생산에 드라이블 걸기로 약속한 정부와 업계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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