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이어 상업용·공공도 공사비 증액 갈등
공사 중단까지 이어지며 법적 공방 가능성도

지난해 10월 31일 쌍용건설 및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KT판교 신사옥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쌍용건설]
지난해 10월 31일 쌍용건설 및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KT판교 신사옥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쌍용건설]

공사비 인상 여파로 인한 발주처와 시공사의 갈등이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이어 상업용·공공건물로 번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의 벌어지던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민간·공공 발주 프로젝트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쌍용건설, 현대건설, 한신공영은 KT, 대보건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원자재 값이 상승하기 이전 계약이 체결된 사업장에서는 공사비 급등으로 수백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이를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공사비 증액 VS 증액 불가…입장 차 '팽팽'

쌍용건설은 2020년 경기 성남시 KT 판교 신사옥 건립 공사를 900억원대에 수주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값, 인건비 등이 상승하며 원가가 급증했고, 총 17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회사측은 주장했다.

쌍용건설은 KT에 공사비 171억원 인상을 요구했지만, KT는 계약사항에 '물가 변동이 있더라도 계약 금액을 조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인상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쌍용건설은 KT판교 신사옥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시위를 예고했다. 그러나 KT가 공사비 증액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를 전해 시위를 보류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2020년 계약 당시에는 급격한 공사비 인상을 예측하기 어려웠다"며 "불가항력적인 요인에 대해 공기업 KT가 고통 분담을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 관계자는 "계약 등에 대한 검토 결과 공사비를 증액해야 할 법적의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다만 시공사와 합의를 위해 시공사가 제기한 국토부 건설분쟁조정위 절차에 참여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KT광화문 사옥 리모델링 사업을 공사비를 1800억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공사비가 급등하며 약 300억원의 공사비를 추가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신공영도 부산초량 오피스텔 사업과 관련해 KT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와 공사비 인상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세종시 공동캠퍼스 조감도. [사진=대보건설]
세종시 공동캠퍼스 조감도. [사진=대보건설]

◇공사 중단으로 번진 공사비 갈등

공공기관 프로젝트에서도 발주처와 시공사 간의 공사비 인상 갈등이 벌여저 사업이 중단된 곳도 나왔다.

대보건설은 발주처인 LH와 2022년 세종시 행복도시 4-2 생활권 공동캠퍼스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LH가 개교 등 학사일정을 고려해 공동캠퍼스 총 9개동 중 4개동의 조기 준공을 요청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대보건설은 LH의 요청에 따라 공기 단축을 위해 추가 공사비를 투입하며 공사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레미콘 공급차질, 원자재 값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발생한 손실분을 LH에 요청했으나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10월 공사는 중단됐고, 이후 협의체가 구성돼 공사를 재개했지만 지난 5일 공사는 또 중단됐다. 

대보건설 관계자는 "총 공사비가 750억원인 현장에서 300억원 이상의 손해가 예상된다"며 "그동안 차입까지 해가며 공사를 했으나 더 이상 공사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LH는 "계약 금액 조정은 관련 규정상 실제 투입비용을 사후 정산해야 한다"며 "최근 어려운 업계 상황을 고려해 공사 완료 전 관련 내용을 제출받아 검토 중이며, 이후 조속히 완료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업계는 민간과 공공사업에서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자 법적 공방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이렇게 급등할 것인지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있으며, 공사비 상승으로 발생한 손실 금액이 클수록 이를 둘러싼 법적 공방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이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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