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인증 K-푸드 증가…파리바게뜨, 할랄 전용 공장 설립
무슬림 인구 22억명 전망…인도네시아 할랄 인증 '청신호'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18일 오전 강원 강릉시 강릉원주대학에 마련된 선수촌 식당에서 한 선수가 음식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18일 오전 강원 강릉시 강릉원주대학에 마련된 선수촌 식당에서 한 선수가 음식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외에서 'K-푸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식품업계가 세계 인구의 4분의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무슬림을 겨냥한 할랄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식품업계는 해외 시장 공략의 초점을 동아시아와 미국에 맞춰왔으나 최근 중동 지역이 신흥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무슬림 맞춤형 할랄 식품 개발·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할랄 인증 K-푸드 증가…파리바게뜨, 할랄 전용 공장 설립

16일 업계에 따르면 팔도는 최근 비락식혜를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팔도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할랄청(BPJPH)으로부터 비락식혜를 포함한 음료 5종에 대해 할랄(halal) 인증을 획득했다. 할랄 인증은 무슬림이 먹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처리·가공된 식품 등에만 부여되는 인증마크다.

팔도는 비락식혜 2종을 현지 중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우선 입점한 후 수출이 안정화되면 판매 채널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 기존 수출 전용 제품과 일부 면 브랜드에 대한 할랄 인증을 추가로 획득하고 시장공략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이달 9년 만에 할랄 인증 제품 라인업을 늘렸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 3종(치킨·매운치킨·소불고기), 호빵(잡채·매운치킨)은 할랄 인증을 받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내 CU 편의점에 입점했다. CJ제일제당은 현지 주요 유통업체들과 납품을 협의해 상반기 내 입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2013년 햇반과 조미김, 김치 등 30개 품목을 할랄 인증 받은 바 있다. 이후 2022년 2월 베트남 키즈나 공장을 준공하고 처음 설계할 때부터 할랄 전용 생산동을 갖추고 가공밥, 김치, K-소스 등의 품목에서 인도네시아의 무이(MUI)와 말레이시아 자킴(JAKIM) 인증을 통과해 할랄 시장 공략의 중추 역할로 삼고 있다. 올해 만두를 앞세워 다양한 제품으로 무슬림 인구를 겨냥한 할랄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중동 진출을 위한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 업무 협약(MOU)' 행사에서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 모하메드 갈라다리 회장(왼쪽)과 SPC그룹 허진수 사장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SPC]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중동 진출을 위한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 업무 협약(MOU)' 행사에서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 모하메드 갈라다리 회장(왼쪽)과 SPC그룹 허진수 사장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SPC]

◇무슬림 인구 22억명 전망…인도네시아 할랄 인증 '청신호'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올해 완공 예정인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할랄 전용공장을 중심으로 할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할랄 공장을 생산 거점으로 삼고 기존 진출 지역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다른 동남아시아, 중동 국가 할랄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지 기업인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파리바게뜨 중동 진출을 위한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은 1961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설립된 글로벌 기업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GCC(걸프협력회의) 국가는 물론 영국, 호주, 스리랑카 등 세계 각국에서 미디어, 자동차, 식품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올해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함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고 2033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과 아프리카 12개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처럼 식품업계가 할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무슬림 인구 증가세와 함께 할랄 시장 규모도 지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8년 2조2000억달러였던 할랄 시장 규모는 올해 3조2000억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또 2022년 19억명이던 무슬림 인구도 오는 2030년 22억명으로 증가해 세계 인구의 4분의1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전체 인구의 90%에 달하는 무슬림을 보유한 인도네시아에서는 '할랄제품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오는 10월부터 자국으로 수입·유통되는 식품에 대한 할랄인증이 의무화(신선농산물은 제외)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할랄인증 의무화에 따라 현재 할랄인증을 보유하지 않은 농식품 수출기업은 할랄인증을 획득할 필요가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 할랄인증청(BPJPH)과 한국의 민간 할랄인증기관인 한국이슬람교(KMF), 한국할랄인증원(KHA) 간 할랄인증에 관한 상호인정협약(MRA)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수출하는 농식품 기업은 인도네시아 할랄인증청의 인증을 받지 않고, 국내 민간 할랄인증기관의 할랄인증을 받아 인도네시아로 수출할 수 있어 할랄인증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인증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수출 기반이 마련된 만큼 국내 식품업계의 인도네시아 할랄 시장 공략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는 할랄 인증이 엄격한 편이라 말레이시아를 교두보 삼아 다른 동남아나 중동지역 할랄 시장을 공략하기 좋은 곳이고,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인구도 많고 세계 인구 4위인 곳으로 식품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일본 등과 달리 무슬림 국가는 비교적  K-푸드 불모지로 여겨졌던 만큼 신규로 진출을 준비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굿모닝경제 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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