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인 <사회컬럼니스트, 한국범죄학회장>

연일 언론이 시끄럽더니 급기야 한 고위직 교육공무원이 초대형 사고를 일으켜 사회적인 공분과 함께 공무원 집단에 대한 극단적인 비난을 일으키는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 사고의 가운데에 나향욱 전 교육정책기획관이 있는데 그는 이 사건이 터진 이후에 아무런 공식적 사과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회에서 분노한 국회의원들이 나 전 기획관의 출석을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질타와 분노를 받아내는 것은 하늘같은 상관인 교육부 장관이다.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은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질 말한 수준의 스펙 소유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국내 최고의 사립명문대를 나오고 공무원의 엘리트 코스로 불리는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하였으며 줄곧 청와대 등의 요직에서 근무한 정통파 관료이다. 교육정책기획관이라는 자리는 교육정책의 기반을 수립하는 총괄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차기 정부에서 최소한 차관의 자리에는 오를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려운 그의 미래 모습이다.

물론 명문사립대학 스펙과 행정고시 출신이라는 성분만으로 출세가도를 달리기는 어렵다. 공무원 사회 안에서도 치열한 경쟁과 힘든 부분들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그의 모습은 이번 사건 이전까지는 분명히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을 모두 총괄할 수 있는 엘리트 공무원이었음은 분명하다. 현재 정부에서 교육정책 최고 브레인 부서의 수장으로 있던 그가 아무리 술자리라 하더라도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서 지금의 이 상황을 만든 데에 대해서는 분명한 스스로의 입장정리와 대국민 사과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말한 이야기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내부자들'에서 여론을 조작하는 유력 언론사의 편집장이 대사로 한 이야기이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것입니다"라는 명대사는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일부 우리나라의 엘리트 집단이 국민을 바라보는 대국민관(對國民觀)을 여실히 드러낸 내용이었다. 필자도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저런 사람이 우리나라의 엘리트로 실존한다면 국민들의 앞날은 암울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그런 엘리트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화 속의 편집장보다도 어찌 보면 더 높은 자리에 있는 고위공무원이 거의 동일한 표현을 편한 친구나 지인도 아니고 국민들을 대변하는 언론사 관계자들 앞에서 서슴없이 내뱉었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람이 우리나라의 교육행정을 책임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실망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생각은 비단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며, 이 내용을 접한 대부분의 국민들이 동일한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그가 한 망언(妄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과거의 신라 골품제나 양반제도와 같이 신분제를 공고히 하여 상류층에 속한 엘리트들만이 국가운영이나 부를 가져야 한다는 식의 표현도 거침없이 기자들 앞에서 했다고 한다. 그 일례로 미국을 들면서 미국에서는 흑인이나 소수민족 출신이 먹고 사는 것에 만족하면서 고위직이나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을 알아서 포기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였다고 한다.

나 전 기획관의 입장에서 본다면 현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 존재였을 것이고, 남성이 아닌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 또한 신분과 남성성을 자신의 가치로 삼고 있는 상황 하에서는 상관으로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필자가 너무 과도하게 확대해석한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그의 대화내용만으로도 이런 생각을 당연하게 할 수 있다고 사료된다.

나 전 기획관에게 묻고자 하는 것은 누가 그에게 고위공무원으로서의 직위와 권한을 부여하였으며, 누가 그에게 급여와 복지혜택을 주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가 공무원이 된 것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이 그를 공무원으로 뽑아주었기 때문에 공무원이 되었으며, 그의 인재로서의 능력을 국민들이 인정하였기 때문에 초임으로 5급이라는 큰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그의 급여와 복지혜택 및 연금도 그의 직장상사인 국민들이 공직수행의 노고에 대한 보상으로서 세금을 통해 지급하는 대가이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면 그가 말도 안 되는 충격적인 언행을 기자들 앞에서 결코 하지 않았으리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에게 애초부터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사고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는 자신의 출세만을 위해 불나방과 같이 밝은 불을 향해 날아가는 이기적 사고의 소유자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 나 기획관은 취중 실수라면서 사건을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사과의 태도나 최소한의 반성의 모습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지금도 이 사건에 대해서 격분하는 국민들을 개, 돼지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의구심이 가는 대목이다. 도대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로 불리는 교육을 책임지는 공무원이 국민을 개나 돼지로 표현한다면 현재의 교육시스템은 개와 돼지를 사육하는 농장에 불과하지 않음을 어찌 모르는지에 대해서 강력한 비난을 하고 싶다.

국민의 수준을 아래로 보고 일을 하는 공무원은 당연히 국민에게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을 우러러 보거나 눈치를 보는 일은 더욱더 없을 것이다. 그동안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 불렸던 국회의원들조차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모두 그들의 텃밭에서 참패하면서 국민들을 무시한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 지를 몸소 알게 되었고 국가를 통치하는 대통령도 대민관계나 대언론관계의 태도를 180도 전환하는 상황에서 일개 교육공무원이 국민을 개와 돼지로 취급하고 천민으로 대우하는 생각을 가졌다면 반드시 그 일을 그만 두도록 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직위해제의 방식을 통해서 징계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 크다.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가 100을 넘어서 120 정도의 수준이라는 점을 교육부 장관과 해당 부처의 공무원들은 정확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동물농장 관리인 수준의 사람을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부서의 책임자로 앉혀놓은 우리나라 행정의 수준도 이번 사건을 통해 여실하게 드러났다고 생각하여 명확하면서도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의 정확한 대안이 나와야만 한다.

아마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해당 부서에서는 일신상의 문제로 기획관의 사표를 수리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이나 SNS에 쏟아지는 그가 이야기하는 개, 돼지 같은 국민들의 국가의 주인을 사육하는 동물 수준으로 표현하는 한 공무원에 대한 차분하면서 이성적인 비판과 분노를 본다면 사표수리로 이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는 태도는 결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신보다 높은 계급의 공직자는 무서워하고 국가의 진짜 주인인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공무원은 이번 기회에 공직에서 아예 퇴출시켜야 함은 물론 공무원으로서 받는 그 어떤 혜택도 누려서는 안 되며, 향후 공무원을 선발하고 승진인사를 함에 있어서 국민에 대한 공직가치와 봉사정신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이 고안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투철한 국가관과 국민에 대한 주인으로서의 대우, 대민봉사정신을 공무원의 임용이나 승진의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보고 있으며, 상급자에 대한 예우와 충성은 그 다음이다. 우리가 선진국을 부르짖는 상황 하에서 국민을 바라보는 한 성공한 공무원의 충격적인 발언은 앞으로 공직사회를 어떠한 방향으로 개혁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하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러한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노력과 최선의 방안을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나라 헌법에 있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문구를 대한민국 공직자 모두가 다시금 되새김질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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