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김소라 기자
산업부 김소라 기자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고 우리나라 선수들은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따며 e스포츠의 위상을 드높였다. 이러한 기세에 힘입어 2026년 개최 예정인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선수들이 보여줄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e스포츠가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e스포츠는 다른 스포츠가 중계권, 티켓 수익 등에서 매출을 올리는 것과 달리 스폰서십 비중이 50%를 넘어간다. 

e스포츠는 TV 중계가 아닌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방송되고 있고 오프라인 스타디움에서 경기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좌석 수가 적어 티켓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e스포츠는 종목사의 투자, 선수 활용 마케팅 등에서 수익을 얻을 수밖에 없다. e스포츠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게임단 대부분은 인기와 달리 심각한 적자를 안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리그 LCK의 개막날 리그에 참가하는 팀 일부가 리그 구조의 불합리함에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 중 하나가 바로 지역연고제 도입이다. 기자는 지난 번 기자수첩에서 지역연고제 도입이 e스포츠 진흥뿐만 아니라 지역 발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이에 반박하는 답변을 많이 받았다. e스포츠는 팀보다 선수 개인 팬이 많으므로 지역의 고정 팬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선수단을 운영하기에도 어려움이 있고 대부분의 구단이 서울 연고지와 계약을 맺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에서 열리는 경기를 지방에서도 연다고 한들 경기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데 그것이 실제 경기장에서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있냐는 의문이다.

지난해 롤드컵 우승팀이었던 T1은 선수 모두가 재계약에 성공하며 많은 환호를 받았다. e스포츠에 프랜차이즈 스타가 없다고 하지만 T1 선수들은 다년 계약을 맺었고 디플러스 기아의 쇼메이커(허수) 선수 역시 "다른 팀 이름을 걸고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구단 차원에서 팀의 존속을 위해 힘쓴다면 프랜차이즈 스타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e스포츠 경기장이 13곳 중 9곳이 수도권에 있다. 지방에는 e스포츠 환경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 지방에서 아마추어를 육성하고 시스템을 체계화한 뒤 지역 상설 경기장을 활용해 지역 팬을 고려하는 등 우리 방식에 맞는 지역연고제를 도입한다면 e스포츠의 흥행은 물론 지역 발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e스포츠 현장 취재를 다니다 보면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 좌석 수용을 위해 경기장을 더 크게 만들고 지역 팬을 고려해 지방에서도 경기를 열어달라는 요구다. e스포츠의 간판스타 페이커(이상혁) 선수가 말했듯이 스포츠가 가진 힘은 경쟁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일으키는 것이다. 

e스포츠가 현장과 인터넷 플랫폼 중계 간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전, 부산에서 열리는 e스포츠 결승전 대회는 전석 매진은 물론이거니와 2021년도부터 CGV와 협업해 생중계하는 극장 상영 역시 뜨거운 인기를 보인다. e스포츠가 스포츠 종목으로서 여럿이 함께 모여 응원하는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는 방증이다. 

사실 '지역연고제 도입이 지역 발전과 e스포츠 진흥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는 지난 기자수첩을 작성하면서도 의문이 드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도 주장을 꺾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현 구조로 계속 가다 보면 e스포츠는 넘어질 것이 분명하기에 국회에서 관련 법률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 변화를 시도해보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페이커 선수 은퇴 시점으로 e스포츠가 하락세를 걸을 것이라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해 페이커 선수가 손목 부상으로 3주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는데 이 기간에 소속 팀인 T1은 물론이고 전체 LCK 시청 지표도 뚝뚝 떨어졌다. 평균 47만명을 웃돌던 LCK의 평균 시청자 수는 페이커 선수 부재 기간 39만명 수준에 그쳤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e스포츠 관계자 67.2%가 지역연고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선수 중심의 팬덤을 게임단 중심 팬덤으로 전환함으로써 게임단이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는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은 e스포츠를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지연연고제를 도입해 팬들의 만족도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19-2022 LPL의 계약 상대인 나이키는 각 e스포츠 센터가 있는 곳에 전문 운동 훈련 코스를 만들었으며 생활할 때 쓰이는 운동용품 판매와 제공, 체육활동을 지역마다 생활화시켰다. 지역에서 인기가 적든 많든 하나의 팀을 유치시킬 수만 있다면 지역 일자리 창출과 문화산업의 확대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스포츠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승이다. 하지만 타 스포츠 종목에서 우승하지 못한 팀도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듯 팀을 응원할 수 있는 이유, 그것이 지역연고지이든 다른 제도이든 e스포츠의 존속을 위해 여러 팀을 응원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절실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굿모닝경제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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