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할인경쟁 격화로 배터리사 원가절감 필요성 커져
단가 협상서 유리해지기 위해 원재료 공급처 다변화
인건비 아끼고 수율 높인다…자동화·스마트팩토리화 '속도'

삼성SDI 기흥 본사. [사진=삼성SDI]
삼성SDI 기흥 본사. [사진=삼성SDI]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면서 자동차·배터리 업계가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대표 업체인 중국 BYD와 미국 테슬라가 잇달아 가격을 내리면서 ‘치킨 게임’ 국면에 돌입하자 배터리 업계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의 단가 인하 압박이 커지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한 원가 절감이 필요한 상황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원재료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한 배터리 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또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며 생산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 단가 협상서 유리해지기 위해 원재료 공급처 다변화

삼성SDI는 최근 캐나다 광산 기업인 ‘캐나다니켈’에 1850만달러(약 248억원) 규모의 지분(8.7%)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캐나다니켈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니켈 광산을 개발하는 ‘크로퍼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SDI는 계약에 따라 크로퍼드 프로젝트의 니켈 생산량 10%를 확보하고, 여기에 상호 합의에 따라 15년간 니켈 확보량을 20% 늘릴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이는 북미에 배터리 생산거점을 건설 중인 삼성SDI가 해당 지역에서 배터리 소재 원료의 안정적 공급망까지 확보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공급처를 다변화해야 단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가 니켈 생산량 1위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 조성 협력 방안을 논의하면서 이곳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해 시험 생산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LX인터내셔널, 포스코, 화유로 구성된 LG컨소시엄은 광물, 제·정련, 전구체, 양극재, 셀 생산에 이르는 완결형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 인건비 아끼고 수율 높인다…자동화·스마트팩토리화 '속도'

배터리 제조사들은 배터리 제조라인의 자동화·스마트팩토리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북미 등 인건비가 높은 권역 내 가동하는 공장이 늘며 제조비용이 올라가자, 이를 낮춰 배터리 생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유럽에 먼저 진출했던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과거부터 배터리 라인의 자동화를 추진해왔다.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공정을 최소화하고 물류 라인을 정비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해외 공장 가동 초기에 수율이 들쑥날쑥했던 것도 자동화 전환 속도를 높이는 원인이 됐다.

높은 인건비도 자동화에 힘을 싣게 하는 배경이다. 배터리 산업은 공급망 현지화가 사실상 의무화되면서 유럽, 미국 등 인건비가 높은 국가에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경우가 많다. 배터리 제조비용을 낮추기 위해선 장비 자동화 적용이 필수인 셈이 됐다.

이에 따라 배터리 업계에선 전극부터 믹싱, 조립 공정용 장비까지 자동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삼성SDI의 배터리 조립 공정에는 단계별로 정해진 값과 다르게 문제가 발생하면 제조 라인 내에 ‘이상 알림’이 울려 경고를 하고, 불량 셀들은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못하도록 자동으로 분류하는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완벽한 성능과 품질이 보장된 배터리만이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전경. [사진=SK온]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전경. [사진=SK온]

SK온은 지난해 12월 글로벌 수준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기업들과 손잡고 배터리 생산장비 지능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SK온은 장비 제어를 관장하는 컨트롤러, 모니터링을 위한 스마트센서, 통신 네트워크와 전력 장치 등 배터리 생산장비와 관련된 핵심 부품과 시스템의 고도화를 살펴보며 원가 절감, 수율 향상 등 제조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공정에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제조 과정 자동화 단계를 넘어, 인공지능(AI)이 불량 상태 등을 학습해 생산성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전 세계 생산라인의 모습을 영상으로 데이터화하고 AI를 기반으로 한 딥러닝 시스템인 ‘팩토리 모니터링 컨트롤센터(FMCC)’를 구축하고 있다.

SK온은 미국 배터리 생산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하며 운영효율을 높였다.

SKBA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라인당 생산성은 국내 공장 대비 최대 4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K온 서산 1·2공장의 라인당 생산성은 각각 0.4GWh, 0.9GWh 수준인 반면 조지아주 1·2공장은 각각 1.6GWh, 2GWh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SKBA의 수율이 90%까지 상승하고 가동률, 출하량도 증가하며 SKBA의 수익성 개선이 SK온의 적자 폭 축소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삼성SDI도 자동화 시스템 기반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2022년부터 가동한 ‘생산 실행 시스템(MES)’은 대용량, 고속 데이터 처리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다. 삼성SDI는 원자재부터 완제품까지 전 영역에서 AI를 통한 빅데이터 분석과 자동 설비제어 등 지능화 기반의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하기 위한 추진 전략을 수립해 실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사들이 스마트팩토리화를 강화하면 초기 투자비용이 높을 수 있으나, 인건비 절감과 품질 향상, 제조 경쟁력 강화 등 이를 상쇄하고 남을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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