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널, eVTOL 기체 'S-A2' 2028년 상용화…시속 200㎞ 비행
UAM, 현재 테스트 중…기체·버티포트·통신 인프라 구축 '가속화'
급성장 중인 AAM·UAM 시장…"정부 지원 절실"

현대차그룹 슈퍼널이 공개한 차세대 AAM 기체 'SA-2'.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슈퍼널이 공개한 차세대 AAM 기체 'SA-2'. [사진=현대차그룹]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한화 등 재계 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대기업들이 미래항공교통(AAM)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도시와 도시 사이, 혹은 도심을 수분 내 주파하는 비행 모빌리티를 만들어 ‘하늘길’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기체와 통신, 각종 인프라 등 많은 준비가 필요한 만큼 여러 기업들이 손잡은 컨소시엄 형태로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등 이동통신 3사를 비롯해 대한항공, 현대차, 한화시스템, GS건설, 롯데정보통신 등 대기업들은 ‘한국형(K) 도심항공교통(UAM)’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 컨소시엄(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인천공항공사 등) ▲현대차 컨소시엄(현대차, KT, 현대건설 등) ▲SK텔레콤 컨소시엄(SK텔레콤,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 등) ▲LG유플러스 컨소시엄(LG유플러스, 카카오모빌리티, GS건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롯데 컨소시엄(롯데정보통신, 롯데렌탈, 민트에어 등)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미래 항공 모빌리티의 대명사는 UAM이었다. UAM은 메가시티의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도심을 비행하는 항공 모빌리티다. 흔히 ‘에어택시’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념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도심 안에서만 운행하는 것을 넘어 지역을 오가며 사람과 화물을 운송하는 ‘지역간항공모빌리티(RAM)’라는 개념이 더해진 것이다. 그리고 UAM과 RAM이 자연스레 합쳐지면서 최근엔 AAM이 항공 모빌리티를 대신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즉, UAM은 AAM 안에 포함되는 하위 개념인 셈이다.

◇ 슈퍼널, eVTOL 기체 'S-A2' 2028년 상용화

현대차그룹의 미국 UAM 법인인 슈퍼널은 AAM 생태계를 이끌어 가기 위해 다양한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슈퍼널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가해 차세대 기체 ‘S-A2’의 실물 모형을 최초 공개했다.

S-A2는 현대차그룹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기체로, 2020년 CES에서 현대차그룹이 첫 비전 콘셉트 S-A1을 제시한지 4년 만에 새로 공개된 모델이다.

S-A2는 전장 10m, 전폭 15m로 조종사 포함 5명이 탑승할 수 있다. 기체는 총 8개의 로터가 장착된 주 날개와 슈퍼널 로고를 본뜬 V자 꼬리 날개,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철학이 녹아든 승객 탑승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슈퍼널은 S-A2 기체가 최대 400~500m의 고도에서 시속 200㎞의 순항 속도로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S-A2는 상용화 시 도심 내 약 60㎞ 내외의 거리를 비행할 예정이다.

'SA-2' 기체의 주요 특징. [사진=현대차그룹]
'SA-2' 기체의 주요 특징. [사진=현대차그룹]

슈퍼널은 AAM의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부문과 전방위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다.

우선 슈퍼널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용 PE 시스템 개발 역량과 자동화 생산 기술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최첨단의 기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우수한 충·방전 성능과 경량화, 안전성을 두루 갖춘 AAM용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슈퍼널 연구개발(R&D) 부문과 현대차·기아 배터리개발센터, 현대모비스가 지속 협업할 계획이다.

기체 성능 개발뿐 아니라 기체를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공역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슈퍼널은 미 항공우주국(NASA) 및 미 연방항공청(FAA)과 손잡고 지금의 교통 생태계와 AAM을 안정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이밖에 슈퍼널은 무인 항공 교통관리, 위성 통신, 레이더 플랫폼, 마이크로 기상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들과도 협력할 방침이다.

일례로 슈퍼널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자율비행, 3D 비행 시뮬레이션, 버추얼 제조·서비스 등 첨단 미래 항공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외 파트너십을 통해 여러 변수를 예측·실증함으로써 안전하고 혁신적인 자율비행 기체 개발과 AAM 생태계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UAM 기체·버티포트·통신 인프라 구축 '가속화'

UAM 사업은 현재 테스트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K-UAM 그랜드 챌린지’ 운용 계획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비행체 및 통신체계 안전성을 검증하고(1단계), 도심에 준하는 인구밀도를 가진 지역에서 비행 테스트(2단계) 등이 진행된다. 정부 측은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UAM 상용화 시 우대한다는 조건을 걸기도 했다.

기업들은 정부의 2025년 UAM 상용화를 발맞춰 UAM 기체부터 버티포트, 통신망 등 필요한 요소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ADEX 2023'에서 전시한 AAM eVTOL 목업. [사진=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ADEX 2023'에서 전시한 AAM eVTOL 목업. [사진=한화시스템]

국내 최초로 UAM 사업 진출을 선언했던 한화시스템은 미국 기업 오버에어와 UAM 기체 ‘버터플라이’를 공동 개발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0월 열린 ‘ADEX 2023’에서 버터플라이의 ‘다목적 버전’인 AAM을 공개했다. 수직 이·착륙과 저소음·고기동 기술 특성을 바탕으로, 국방 분야에서도 인원·물자 수송, 감시·정찰, 조명탄 투하, 환자 후송 등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버터플라이는 군사적으로도 활용성이 높다”며 “현재 오버에어와 차세대 국방 공중기동수단 AAM 항공기 개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29년까지 UAM 독자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실제 크기의 약 40%에 달하는 UAM 축소기를 우선 준비하고 있다. 향후 4~5년간 전기 분산 추진, 소음 등 특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버티포트(이·착륙장) 사업에는 국내 건설사들이 뛰어들고 있다. 현대건설·GS건설·롯데건설·대우건설·한화 건설부문 등이 UAM 버티포트 사업을 협력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포스코, 한국공항공사와 ‘미래 UAM 건설 시장 대응을 위한 전략적 기술개발 공동 연구협약’을 체결했으며, 대우건설은 제주공항과 K-UAM을 위한 컨소시엄을 꾸리고 그랜드 챌린지 1단계 실증 사업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서 에어사이드(출국장 내부, 승객·공항 관계자만 입장 가능) 형상, 보안 검색, 승객 터미널 등에 대한 설계·시공 기술을 개발해 도심 지역에서 실현 가능한 버티포트 모델을 만들고 있다.

GS건설은 카카오모빌리티, LG유플러스가 참여한 ‘UAM 퓨처팀’ 컨소시엄에서 버티포트 구축과 운용 기술 연구·시스템 개발 하고 있으며, 롯데건설은 롯데마트 등 유통 계열사 점포 옥상을 버티포트로 활용하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도 2025년 UAM 통신망 상용화를 위해 분주하고 움직이고 있다. 통신 3사는 각각 컨소시엄을 구축해 자사 기술을 활용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UAM 7대 핵심 기술 및 관련 10대 핵심 품목. [자료=국토교통부]
UAM 7대 핵심 기술 및 관련 10대 핵심 품목. [자료=국토교통부]

◇ AAM·UAM 시장 급성장…"정부 지원 절실"

AAM과 UAM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AAM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89억3000만달러(약 12조원)에서 2030년 451억2000만달러(약 60조원)로 5배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 세계 UAM 시장 규모가 1조4740억달러(약 1961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AAM 기체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기업은 미국의 조비 에비에이션이다.

조비는 현재까지 10억9500만달러(약 1조5000억원)의 투자금을 조달받았다. 이 회사는 개발 기체인 ‘조비 S4’의 인증을 내년 초까지 완료하고, 같은 해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 공장에서 약 50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조비 S4 기체 사양은 5인승으로 최고 속도 시속 330㎞, 최대 동작 범위 278㎞며, 동력으로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택했다.

전문가는 향후 국내 기업들이 AAM·UAM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체 및 핵심 부품 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육성이 절실하다고 조언한다.

전광기 한국자동차연구원 환경안전인증연구실장은 “항공기 인증 절차는 모든 산업 분야 중 가장 시간과 노력, 노하우가 필요한 핵심 절차다. 기존 민간 항공기 산업에서 우리나라 항공 부품 업체들이 미국·유럽 등 선진국 업체들과 비교해 엄청난 기술 격차를 메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도 이런 까다로운 항공기 인증 절차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500여개의 글로벌 업체들은 AAM 신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기체 개발을 추진 중인데, AAM 기체 개발 및 인증 획득을 위해선 핵심 부품 개발과 인증이 선행돼야 한다. AAM 핵심 부품을 개발하고자 하는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기체 제작사들과 개발 초기부터 긴밀히 협력해 설계승인·생산승인·장착승인 등의 인증 절차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실장은 “정부와 감항당국, 지자체에선 지난해 10월 통과된 UAM 특별법(도심항공교통 활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하위 법령을 조기 제정하고, 실증사업 구역과 시범운용 구역을 지자체별로 최대한 많이 지정해 국내 AAM 관련 업체들이 최소한의 규제 내에서 자유롭게 R&D 및 실증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K-UAM 연착륙을 위해 정부도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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