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자고 했다. 남 지사는 지난 15일 양주에서 열린 경기 북부 국회의원 시장 군수 간담회에서 "국회와 청와대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할 시점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행정부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부작용을 뻔히 보면서 국회와 청와대까지 옮기자고 한 것은 경솔하다는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불쑥 이런 말을 한 것은 통일시대를 대비한 장기 비전 없이 인기에 연연한 발언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남 지사는 국가 균형발전이란 중요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수도 이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도를 이전할 경우 수도권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근본대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에 집중돼 있는 수도권 규제를 풀어보자는 생각에서 일 것이다.

남 지사가 이런 발언을 뜬금없이 한 배경은 더 연구를 해봐야 하겠지만 일단 세종시를 정치 수도로, 서울은 경제 수도로 하자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따르면 2020년에 경기도의 인구가 1700만 명이 된다. 이럴 경우 전체 인구의 60%가 수도권에 살게 된다는 얘기다.

국회와 청와대의 세종시 이전 얘기는 몇 가지 측면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주장 소리를 들을 만하다. 첫째는 남북한이 지금은 서울과 평양으로 갈려 싸우고 있지만 통일이 되면 통일수도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남북한 모두를 아우르는 지역에 통일수도가 건설돼야 하는 데 국회와 청와대가 세종시로 간다면 나중에 비용부담이 엄청날 것이다.

다음은 안보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 청와대와 국회까지 세종시로 가고 용산의 미군도 평택으로 가면 서울의 안보는 현재보다 훨씬 더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 물론 서울의 역동성도 많이 떨어질 것이다. 정치인이라면 이런 점도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세종시에는 정부 부처 대부분이 내려가 있는데 업무 비효율이 얼마나 심각한지 공무원들과 민원인들은 혀를 내두르고 있다. 부처는 세종시에 있으면서 관리들은 서울에서 일을 많이 본다. 많은 공무원들은 출퇴근으로 고통 받고 있다.

국회와 청와대를 아예 세종시로 옮기면 이런 업무 비효율이 없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기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국회를 옮기는 것은 말 그대로 천도인데 천도를 특별한 계기나 명분도 없이 할 수는 없다. 일개 도지사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어울리지도 않는다.

우리는 세종시가 탄생한 배경을 알아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나 어떤 계기가 있어 옮긴 게 아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는 대선 득표 전략의 하나였다. 순전히 정치적 관점에서다. 전략이 성공은 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요즘 나라 안을 시끄럽게 하는 동남권 신공항도 마찬가지다. 타당성 조사를 먼저하고 새로운 공항이 필요해서 건설하기보다 정치적으로 먼저 일을 내놓고 뒤에 수습하는 모양새다. 정치인들이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과정에서 갈등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먼저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명박 대통령 때는 경제성 부족과 영남권 갈등으로 사업을 중단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공약으로 내걸었고 지금은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두고 영남권이 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자는 발언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국가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국민들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될 일이다. 도지사가 느닷없이 청와대와 국회를 옮기자고 한 것은 누가 들어도 경솔한 발언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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