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큰 틀에서 수요 늘 것"…현대차, 韓·美 공장 구축 가속화
권영수 LG엔솔 부회장 "기초체력 높여 경쟁사와 격차 벌릴 것"
SK온, 美 조지아주 직원 휴직 조치…공장 증설은 계획대로

현대차가 지난 13일 울산공장 내 전기차(EV) 신공장 부지에서 울산 EV 전용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기아]
현대차가 지난 13일 울산공장 내 전기차(EV) 신공장 부지에서 울산 EV 전용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기아]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가 엇갈린 대응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전기차 생산의 경우 글로벌 수요에 맞춰 예정된 기조로 이어가며 지속적인 투자에 집중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배터리업계는 속도 조절을 하면서 앞으로 예상되는 수요급증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주요 자동차·배터리 업체들은 변동성이 심한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고기 위해 새판 짜기에 들어갔다.

◇ 현대차 "전기차 생산, 예정대로 진행"…韓·美 공장 구축 가속화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잠시 주춤할 수 있지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전동화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날 울산공장 내 전기차(EV) 전용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뒤 전동화 분야 투자에 대해 “큰 틀에서 보면 전기차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며 “운영의 묘를 살려서 투자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움직임에도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은 54만8000㎡(약 16만6000평) 부지에 연간 20만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약 2조원이 신규 투자되며, 올해 4분기부터 건설에 들어가 2025년 완공 예정이고 2026년 1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한다.

현대차는 또 현재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의 가동 시점을 예정대로 내년 하반기로 앞당겨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해 내년 하반기 양산 개시를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해외 첫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세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앞줄 오른쪽 세번째)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지난 13일 울산공장 내 전기차(EV) 신공장 부지에서 열린 울산 EV 전용공장 기공식을 맞아 진행된 헤리티지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기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앞줄 오른쪽 세번째)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지난 13일 울산공장 내 전기차(EV) 신공장 부지에서 열린 울산 EV 전용공장 기공식을 맞아 진행된 헤리티지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기아]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수요에 어느 정도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전기차는 계속 성장할 것이고, 장애물 때문에 전기차 생산을 줄이고 개발을 늦추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다면 판매 계획을 수정하겠느냐는 문제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저희가 사업 계획을 세울 때는 한번 수립된 장기 계획을 그대로 갖고 가진 않는다”며 “전기차 차종별로 내년 판매 계획이 약간 낮아질 수는 있지만, 총 판매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 부사장은 “패러다임이 변경될 때 전략은 선형적으로 짜지만, 실제 상황은 계단식으로 변화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전기차도 충전, 가격 등에서 제약 요인이 발생해 (수요에) 그런 반응이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IRA의 혜택을 받는 측면에서 저희가 의사결정을 빠르게 진행하는 만큼, 내년 하반기 양산 일정 자체를 늦출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2026년까지 94만대, 2030년까지 2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판매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2026년은 10만대, 2030년은 13만대 각각 증가한 수치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HMGMA와 현재 가동 중인 앨라배마주 생산직 4000여명 등 미국 공장 생산직 임금을 2028년까지 25% 인상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동종 기업들에 상응하는 임금과 복리후생을 유지해 전동화 전환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 "위기를 기회로"…LG엔솔, 내실 다져 더 큰 도약 노린다

국내 배터리 1위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은 생산시설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기술 향상 등 내실도 다져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최근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에 참석해 “급히 성장하다 보니 간과한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을 다지다 보면 배터리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라며 현 상황이 배터리 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권 부회장은 회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CEO(최고경영자) 노트를 통해선 “지금 같은 일시적 변동 상황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이런 시기에 기초체력을 높이면 어떤 위기가 닥쳐도 쉽게 극복할 수 있고 경쟁자와 더 격차를 벌리며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사진)은 "내실을 다지다 보면 배터리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라며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이 배터리 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사진)은 "내실을 다지다 보면 배터리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라며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이 배터리 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2020년 12월 출범 후 짧은 시간 동안 고속 성장하며 외형 확대에 집중하다 보니 소홀했던 부분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권 부회장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가 튀르키예 기업과 손잡고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JV)을 설립하려고 했던 계획이 최근 취소됐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공장을 새로 짓기보다 기존 생산시설과 인력을 활용하는 쪽이 이익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법인은 현장직 인력 170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1공장 인원은 약 1500명이다.

미시간 법인은 정리해고 대상자에게 퇴직 위로금과 이직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일시적인 전기차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일부 생산라인 합리화 작업의 일환”이라며 “2공장은 예정대로 투자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 강화 ▲중저가 전기차 시장 대응 ▲원통형 신규 폼팩터 제품 준비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변동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배터리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 SK온, 美 공장 배터리 생산 축소…증설 계획 수정은 없어

SK온은 미국 공장 배터리 생산 규모를 조절하기로 했다.

SK온의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배터리 생산을 축소하고 일부 직원에 대해서는 휴직 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에 휴직하는 직원 수와 휴직 기간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조 가이 콜리어 SKBA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전기차 시장 수요에 맞춰 인력과 생산라인을 재조정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번 조치는 임시적이고, 생산 중단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SK온은 2022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22GWh 규모의 단독 배터리 생산법인인 SKBA를 가동 중이다.

이 공장은 앞서 지난 9월에는 직원 3000여명 중 일부를 정리 해고했다.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500명 이상 정리해고 시 공시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500명 이하 규모로 추산된다.

SK온은 테네시 공장과 켄터키 1공장을 예정대로 2025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했다. 사진은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전경이다. [사진=SK온]
SK온은 테네시 공장과 켄터키 1공장을 예정대로 2025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했다. 사진은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전경이다. [사진=SK온]

다만 SK온은 배터리 공장 증설은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SK온 관계자는 “최근 시장의 우려와 같이 고객사의 전동화 속도가 일부 둔화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증설 일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프로젝트는 포드와 현대차와의 합작법인(JV)이 있다”며 “포드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2026년 완공 예정인 켄터키 2공장의 운영 연기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 테네시 공장과 켄터키 1공장은 계획대로 2025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 북미 공장은 2025년에서 2024년으로 준공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는데, 이와 관련한 현대차 JV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급 전망과 관련해선 단기적인 수요 둔화 우려는 있으나, 중장기적인 성장세는 여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SK온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수급 전망은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영향으로 수요 성장률이 소폭 둔화될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각국의 환경과 연비 규제, 친환경차 인센티브 등 북미를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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