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8개국을 대상으로 삶의 질 평가를 했는데 한국이 28위에 머물렀다. 2012년 24위까지 올라갔다가 올해 28위로 떨어졌다. 한국은 환경과 일과 삶의 균형 부문에서 거의 꼴지를 했다. 앞으로 깨끗한 환경과 일 등 삶의 질에 더 정부가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경고로 볼 수 있다.

OECD는 지난 5월 31일 2016년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BLI)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어울리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 BLI는 주거, 소득, 교육, 환경, 직업, 안전, 일과 삶의 균형, 공동체, 시민참여, 건강, 삶의 만족 등 11개 부문을 평가해 국가별 삶의 수준을 보여준다.

BLI에 따르면 한국은 환경 부문에서 37위를 했다. 이스라엘이 맨 꼴찌였고 한국은 끝에서 2번째다. 특히 대기오염은 우리가 꼴찌였는데 이는 최근 수도권을 뒤덮는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그대로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기가 얼마나 나쁜지 OECD까지 알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초미세먼지(PM2.5)의 평균 농도가 29.1㎍/㎥로 OECD 평균인 14.05㎍/㎥의 2배나 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지침인 10㎍/㎥에 비하면 3배 수준이다. OECD 평균의 2배, WHO 지침의 3배나 되는데도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공기가 가장 깨끗한 나라는 호주로 5.9㎍/㎥. 우리와 차이가 너무 크다.

일과 삶의 균형 지표에서 한국은 36위를 했는데 이는 터키(38위)와 멕시코(37위)를 겨우 따돌린 것이다. 한국은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50시간 이상인 노동자의 비율 역시 23.1%였는데 이는 OECD 평균인 13% 보다 10% 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한국인이 일을 무척 많이 한다는 뜻이다.

시민 간의 유대관계를 나타내는 공동체 부문도 37위였다. 이를 반영하듯 국민의 75.8%가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 이웃이 있다고 했는데 이는 OECD 평균인 88%보다 12%포인트가 낮은 것이다.

한국은 교육에서 6위로 상위권이었다. 시민참여 역시 10위로 상위권에 들었다. 주거와 직업은 각각 17위로 나타났다. 안전(21위)과 소득(24위)도 중위권은 되었다. 하지만 삶의 만족 31위, 건강 35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OECD의 BLI는 환경과 건강, 일과 삶의 균형 등에서 우리나라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을 숫자로 잘 보여주고 있다. 공기는 나쁘고 근로시간은 턱없이 많고, 건강도 하위권에 속하다 보니 삶의 만족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1~5위를 한 노르웨이, 호주, 덴마크, 스위스, 캐나다가 부러울 뿐이다.

OECD의 BLI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국가적인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됐다고 봐야 한다. 그 다음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게 삶의 질인데 앞으로의 정부 정책은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삶의 질은 사람마다 추구하는 방향과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성장도 좋고,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종 목표는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어떻게 해서 나쁜 BLI 지수를 개선할지는 정부의 역할이지만 국민들도 스스로 삶의 질을 높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삶의 질에는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 있고, 국민들 스스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환경문제, 근로시간을 줄이는 문제 등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삶의 질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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