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해수위, 4대그룹 총수 포함 10여개 그룹사 CEO 국감 증인 명단 포함
농어촌기금, 10년간 1조 조성 목표…참여 저조로 목표치 못 미쳐
명단 포함된 대기업들 "국회로부터 내용 전달받지 못해"

지난해 10월 20일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10월 20일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국회가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실적을 묻겠다며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을 대거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무려 71명을 일반증인 명단에 올린 것이다. 이 명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등 주요 그룹은 물론이고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과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등 전 분야 주요 기업 총수가 망라돼 있다.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까닭에 잘못된 경영행태를 일삼거나 이른바 갑질과 같은 행위를 했을 경우 총수나 대표 등이 국감장에 소환되기도 하지만,  이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감은 사안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21일 농해수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10여개 그룹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오는 10월 10일부터 진행되는 농해수위 국정감사 일반증인 명단에 포함돼 있다.

그동안 농해수위는 민간 기업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차원으로 대기업 수장들을 국감 증인 명단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수장들을 매년 증인 명단에 올려 기업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당시 농어업인과 농어촌 지원을 위해 여·야·정이 합의해 조성한 기금이다. 2017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10년에 걸쳐 총 1조원의 기부금을 모으는 것이 목표였으나, 실적은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기업의 참여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 관련한 증인 명단만 추려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영섭 KT 대표이사 등이다. 

신문요지로 주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관련으로만 표기돼 있으나, 일부는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미납, 민간기업 기부실적 저조, 민간기업 출연실적 저조 등의 사유도 적시됐다. 

문제는 앞으로 농해수위 외에도 다른 상임위에서도 대거 기업인들을 국감장에 부를 것이라는 점이다. 특별히 기업 총수나 오너와 관련이 없거나 직접적으로 따져 묻기에는 지엽적인 사건들까지 신문요지로 적시돼 형식적으로 증인 명단에 올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일단 오너나 총수를 증인 명단에 넣은 뒤 봐주는 형태로 하나 둘 명단에서 이름을 내려주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정치권은 권위를 내세운 불필요한 국감 증인 채택 문화부터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국감장 소환에 포함된 기업들은 아직은 국회로부터 출석을 통보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회로부터 증인 출석에 대한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국감장으로 소환하려면 국회에서 공문 등 관련 서류를 보내와야 하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면서 “현재로선 공식 입장을 밝힐 게 없다”고 했다.

농해수위는 최근 수년간 대기업 수장들을 증인 명단에 포함시켰지만, ‘용두사미’로 흐지부지되는 사례가 많았다. 2018년 농해수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재계 총수와 주요 기업 사장단은 대부분 불참했다. 이들은 이후에도 해외 출장 및 국내 행사 참석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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