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SCBX와 합작 가상은행 추진…2대 주주
태국 내 모바일 침투율 높고 은행 업무 접근성 낮아 잠재력↑
카카오뱅크 중저신용대출 활성화 등 은행 '메기' 역할, 태국서도 기대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왼쪽)와 아르시드 난다위다야 SCBX 대표이사가 15일 태국 방콕에 위치한 SCBX 본사에서 진행된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왼쪽)와 아르시드 난다위다야 SCBX 대표이사가 15일 태국 방콕에 위치한 SCBX 본사에서 진행된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가 태국 시암상업은행(SCB)을 보유한 금융지주사 SCBX와 함께 태국의 인터넷은행인 'Virtual Bank'(가상은행) 인가를 추진한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진출을 통해 국내 은행과 교류가 끊긴 태국 시장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SCBX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태국 내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추후 설립되는 가상은행 컨소시엄 지분을 20% 이상 취득해 2대 주주의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의 디지털뱅크는 '가상은행'으로 우리나라의 인터넷은행과 같이 '지점 없는 은행'을 의미한다.

카카오뱅크가 태국 가상은행의 2대 주주로 참여하게 되면, 2017년 7월 출범 이후 첫 해외 진출 사례이면서 인터넷은행 중에서도 최초가 된다.

은행권은 카카오뱅크의 첫 해외 진출국가가 '태국'인 점을 주목하고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태국 밧화가 폭락하면서 현지에 진출했던 국내 은행들은 태국 정부의 만류에도 전면 철수했다.

이후 경제가 안정을 찾고 은행들이 재진출을 노렸지만 일종의 '괘씸죄'에 걸려 현재까지도 태국은 국내 은행들이 진출하기 어려운 땅으로 분류된다.

현재 삼성생명과 KB국민카드와 같이 비은행 금융권은 태국에 진출해 있지만 은행 중에선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사무소 형태로 유일하게 진출해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사진=카카오뱅크]

금융권은 카카오뱅크가 참여하는 가상은행이 여러 측면에서 잠재력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국은 모바일 침투율이 높지만, 은행 업무의 접근성은 낮기 때문이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1년 태국의 휴대폰 가입자는 1억209만명으로 보급률이 117.08%에 달한다. 

국민 1명이 1개 이상의 휴대폰을 보유한 셈으로 동남아시아 국가 대비 모바일 인프라 수준이 선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5G 보급률이 80%에 달해 모바일뱅크의 원활한 구동이 가능한 점도 매력적이다.

모바일 침투율 면에서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지만 은행 업무의 접근성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태국의 모바일 침투율은 높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뱅킹 장벽이 높다"며 "수수료 부담 등에 따라 대중적 접근성이 부족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금융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취약계층의 비중이 약 65%로 디지털뱅크에 대한 기대감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에서 SBCX는 카카오뱅크가 국내에서 보여준 성과에 주목하고 먼저 협업 제안을 제안했다.

카카오뱅크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은행산업의 판도를 흔드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수신뿐만 아니라 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전월세대출까지 비대면 방식으로 제공하며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휴대폰으로 할 수 있도록 혁신했다.

출범 당시 복잡하고 무거웠던 타 은행들의 애플리케이션(앱)과 달리 간단한 구동 방식 등을 적용해 금융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인터넷은행의 출범 취지에 맞게 '중저신용대출 공급' 등 포용금융면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을 1조900억원 공급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885억원보다 25.5% 증가했다. 이 기간 다른 인터넷은행은 모두 감소했다.

편의성과 포용금융을 무기로 카카오뱅크는 출범 2년 만에 흑자전환하고, 5년 만에 가입 고객 2000만명이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태국의 머니앤드뱅킹 매거진은 SBCX와 가상은행 인가를 추진하는 카카오뱅크에 대해 "카카오뱅크의 하이라이트는 간편함과 속도"라며 "365일 24시간 휴대폰을 통해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휴대폰으로 대출이나 신용카드를 신청한다"고 소개했다.

'라이언' 캐릭터 등 카카오프렌즈와 결합된 금융서비스도 경쟁력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 "카카오뱅크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의 존재감"이라며 "라이언을 사용해 돈을 저축하는 26주 적금으로 각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개별적으로 분석한다"고 밝혔다.

태국 금융당국은 내년 중 가상은행 3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SBCX와 카카오뱅크 합작 가상은행은 오는 2025년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에서는 합작 가상은행이 출범해 한국 은행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면 향후 금융 교류가 다시 재개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의 태국 진출은 현재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카카오뱅크의 태국 진출은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굿모닝경제 이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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