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와 만난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1일 오후(현지시간) 테헤란에 도착했다. 한국은 지난 62년 이란과 수교했는데 우리나라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이란 대통령과 최고지도자를 연달아 만나면서 한-이란관계는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내릴 때 이슬람의 전통 두건 히잡의 일종인 '투사리'를 착용했다. 이란은 외국인 여성도 히잡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은 이란 문화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히잡을 착용했다. 공항에 영접 나온 이란 측 인사와는 악수를 하지 않고 목례를 했는데 이 역시 이란의 관습을 존중한 것이다. 이란으로서도 박 대통령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2일 오전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날 오후에는 최고 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와 면담한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절대 권력자인 하메네이와의 면담이 두 나라의 관계 발전에 상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시진핑 주석도 지난 1월 이란을 방문해 하메네이와 회동해 관심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교역 및 투자 정상화를 위한 기반 조성, 전통적인 협력 분야인 인프라 및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신성장 동력인 보건·의료·문화·ICT 분야의 협력 등을 논의하게 된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양국 간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실질적 협력 강화를 위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한다.

박 대통령의 방문은 경제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반영하듯 중소·중견기업 146곳, 대기업 38곳, 경제단체 및 공공기관과 병원 52곳 등을 포함하는 236명의 경제사절단이 박 대통령과 동행 중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 사절단을 꾸린 것은 서방 제재가 막 풀린 이란과의 경제협력을 바라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이란은 서방 제재가 풀리면서 중동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막대한 원유와 가스를 기반으로 이란이 국가재건에 본격 나설 경우 건설, 플랜트 등 양국 간 협력은 강화될 게 틀림없다. 우리 건설업체들이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3일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북한의 핵위협에 직면한 우리에게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이란이 한때는 핵을 개발하다 서방의 제재를 당했던 것을 우린 기억하고 있다. 이란은 핵을 포기하는 대신 경제를 택했고 이후 서방과의 긴밀한 경제교류를 바탕으로 경제대국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핵을 포기하고 경제를 얻은 것이다.

이란과의 긴밀한 교류는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지혜나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이를 반영하듯 박 대통령은 국영 'IRAN 신문'과 서면인터뷰에서 "북한이 핵개발이 아닌 국제사회와의 협력만이 자신들이 원하는 안정과 번영도 가능하다는 점을 하루속히 깨닫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이란과도 긴밀하게 협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다시피 우리는 내수 부진과 경기침체로 고통 받고 있다. 조선 중공업은 수주가 없어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있다. 수출도 예전과 같지 않다. 이런 때 박 대통령이 이란까지 날아가 대통령과 최고 지도자를 만나 경제협력을 논의하고 제2 중동 붐을 위한 다리를 놓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박 대통령이 방문 목적을 차질 없이 달성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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