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격 인상 자제 압박에 식품·유통업계 수익성↓
맥주 4캔 만원은 이제 옛말, 4캔 1만2000원
육계 도매가 평균 30%↑, 편의점 치킨도 오른다
하반기 소주 출고가 상승 예고...식품업계, 추가 검토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면서 제품을 비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면서 제품을 비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식품·유통기업들을 상대로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을 압박했지만, 결국 그동안 쌓인 원자재가격 인상분에 대한 부담을 버티지 못한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식품·유통 업체들이 하나둘 가격을 올리면서 그동안 정부 눈치에 자제했던 업체들도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져 가계의 먹거리 물가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51(2015년 100 기준)로 전월대비 0.1% 하락했다.

전체적으로는 하락했지만 세부품목별로는 돼지고기(7.4%), 달걀(5.0%), 멸치(13.6%), 어묵(4.9%), 캔디(6.3%), 껌(8.1%) 등 주요 식품들은 올랐다. 

또 가격인상을 자제하던 식품·유통 업체들이 본격적인 가격인상에 나서고 있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업계는 6월 1일부터 수입 맥주 12종의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 3월 버드와이저, 스텔라아르투아, 호가든 등 500㎖ 수입 캔맥주 일부가 오비맥주의 납품단가 인상으로 4500원으로 오른 바 있다. 이번에는 기네스 드래프트, 아사히, 설화, 밀러 제뉴인 드래프트, 쿠어스 라이트 등 440·550㎖ 용량의 맥주캔 11종이 모두 4500원으로 올라 가격이 맞춰진다. 이에 4캔 묶음 가격은 12종 모두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이 된다.

프랜차이즈 치킨업계 역시 지난달 교촌치킨의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일부 가맹점주들이 1000~2000원씩 가격을 올리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달 3일 주요 품목의 가격을 모두 최소 500원에서 최대 3000원까지 올렸다.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지만, 네네치킨과 처갓집양념치킨, 페리카나치킨 등의 일부 가맹점주가 본사에 가격 인상요구를 하며 배달앱을 통해서 자체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촌 등 프랜차이즈 업체뿐 아니라 편의점에서 파는 즉석조리 치킨도 가격이 올랐다. 세븐일레븐은 이달 프라이드 한 마리 가격을 1만900원에서 1만2900원으로 약 18.4% 인상했고, CU는 닭다리, 넓적다리, 매콤넓적다리의 가격을 각각 2500원에서 2700원으로 200원씩 올렸다. GS25도 다음달부터 쏜살치킨을 1만1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약 18.2% 인상한다.

치킨 가격이 오르는 것은 육계 도·소매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날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육계 도매 평균가격은 ㎏당 428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3289원보다 30% 올랐다.

지난해 두 차례 가격을 올린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올해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맥도날드, 노브랜드, 롯데리아, KFC, 버거킹, 맘스터치 등 주요 브랜드가 줄줄이 값을 올리면서 버거킹 와퍼 가격은 7000원을 넘어섰다.

올해 초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던 소주도 하반기 인상 조짐이 보이고 있다.

대한주정판매는 지난달 소주의 원료인 주정 가격을 평균 9.8% 인상했고, 소주병을 제조하는 제병 업체들은 지난 2월부터 순차적으로 180원에서 220원으로 병값을 22.2% 인상했다.

이에 주류 업계는 올해 하반기 소주 출고가 상승을 고려하고 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외식을 줄이고 있지만, 가공식품 가격 상승으로 장바구니 물가도 상당히 올랐다. 4월 가공식품 물가상승률 중 잼(34.8%)과 드레싱(32.6%)은 인상폭이 30%가 넘었고, 치즈(24.9%), 물엿(23.7%), 참기름(22.1%) 등 20% 이상 가격이 상승한 물품도 상당했다. 밀가루(19.2%), 식용유(15.4%), 생수(10.2%) 등 생필품 가격도 10%가 넘게 올랐다.

식품업계는 1분기 대체적으로 매출이 신장했지만 수익성이 부진했던 이유가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임대료 등 생산 단가가 모두 올랐는데 정부의 압박으로 가격 인상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인상한 라면업계 등은 호실적을 기록한 반면 가격 인상을 미룬 다른 식품회사들은 1분기 영업이익에 타격이 있었다”며 “이미 예고되고 있듯이 하반기부터는 가격 줄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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