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도 다양한 별명으로 기억되는 스포츠 선수들
10년 넘는 LCK에서 흑역사로 별명 가진 선수들
‘류또죽’ 류부터 ‘포킹리신’ 노페까지 웃픈 별명 유래

스포츠 선수에게 별명은 은퇴 이후에도 따라다니는 꼬리표와 같다. 국내 e스포츠 리그 중 가장 인기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도 10년이 넘는 역사 속 다양한 선수들이 많은 별명을 남겼다.

선수 입장에서는 좋은 의미의 별칭이 오래 기억되길 바라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생긴 별명이 팬들의 뇌리 속에 깊이 남아 흑역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 e스펙트럼에서는 현재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즐거움과 슬픔을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별명들의 유래에 대해 알아보겠다.

리브 샌드박스 감독으로 활동 중인 '류' 류상욱. [사진=LCK]
리브 샌드박스 감독으로 활동 중인 '류' 류상욱. [사진=LCK]

◆‘언제까지 죽고 있을까?’…‘류또죽’ 류

현재 리브 샌드박스의 감독인 류상욱은 선수 시절 미드 라이너로 활약하면서 ‘류’라는 닉네임으로 불렸다. 류는 LCK와 유럽, 북미에서 활동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춘 선수였다. 하지만 그에겐 ‘류또죽(류가 또 죽고 있다)’이라는 웃픈 별명이 지금까지도 쫓아다니고 있다.

류는 2013년 KT롤스터 블리츠(KT블리츠, 현 KT롤스터) 소속으로 LCK 서머 결승전에 진출해 생애 첫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당시 KT블리츠의 상대는 데뷔 1년 차의 ‘페이커’ 이상혁이 속한 SKT T1 K(현 T1)였다. KT블리츠는 연달아 1, 2세트를 따내며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지만 연거푸 3, 4세트를 내주면서 불안한 기운을 안고 마지막 5세트에 돌입했다. 

류와 페이커는 모두 스킬 콤보 등 피지컬이 중요한 암살자 챔피언 ‘제드’를 선택했다. 그러나 경기는 초반부터 기울었다. 초반 라인전에서 페이커가 승기를 잡더니 경기 후반 체력이 3분의1도 남지 않는 페이커가 체력 100%의 류를 솔로킬로 따내며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 결국 페이커의 활약을 앞세운 SKT T1 K는 5세트까지 승리하며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두 선수의 제드 일기토 장면은 결승전 이후 다양한 커뮤니티에 확산되며 큰 화제가 됐다. 특히 지난해 LCK가 리그 출범 10주년을 기념해 선정한 명장면 톱10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류는 당시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팬들이 ‘하루에 한번 씩 꼭 일기토 장면을 본다’는 의미로 ‘오늘도 죽고 있는 류’, ‘류또죽’ 등으로 불리며 대표적인 명장면의 피해자로 남아있다.

'갱맘' 이창석 전 선수. [사진=T1] 
'갱맘' 이창석 전 선수. [사진=T1] 

◆ ‘그가 벽을 넘었으면 역사가 달라졌다’…‘벽맘’ 이창석

현재 공익근무 요원으로 군복무 중인 ‘갱맘’ 이창석은 선수 시절 LCK와 터키 리그 등에서 미드 라이너로 활동했다. 방송이나 인터뷰에서 유쾌한 화술로 인기를 끈 갱맘은 ‘벽맘’이라는 별명이 뒤따라 다닌다.

벽맘의 벽은 LoL 게임 속 구조물이나 언덕 등을 통칭하는 단어다. LoL은 챔피언의 이동 스킬이나 소환사 주문으로 구조물을 넘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기습과 후방 교란 같은 전략을 짤 수 있다. 

벽맘이라는 별칭은 2013년 갱맘이 CJ프로스트 시절 LCK 서머 3•4위전에서 생겼다. 당시 이 경기는 롤드컵 진출과 연관된 중요한 경기였다. CJ프로스트는 강팀으로 평가받던 ‘MVP 오존’과 예상을 깨고 풀세트 접전을 이어갔다. 마지막 5세트 중반 상대 4명을 처치하고 바론 사냥에 나섰지만 부활한 MVP에게 바론을 빼앗기며 아쉽게 패배했다.

당시 제드를 선택한 갱맘은 바론 사냥 도중 이동 스킬인 ‘살아있는 그림자(W)’로 바론 둥지 언덕을 넘지 못하며 상대 견제에 실패했다. 반대로 바론 둥지를 넘어온 상대에게 바론을 빼앗기며 패배에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이 경기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갱맘이 벽을 넘지 못해 바론을 뺏겼다’, ‘그가 벽을 넘었더라면 많은 게 바뀌었다’, ‘갱맘이 벽을 넘었으면 역사가 바뀌었다’는 등의 반응이 올라오며 갱맘의 흑역사로 남게 됐다. 갱맘은 은퇴 이후 개인방송 등에서 별명에 대해 “이제는 받아들인다”며 유쾌하게 받아치며 웃음을 주기도 했다.

LCK 해설로 활동 중인 '클템' 이현우(사진 왼쪽). [사진=LCK]
LCK 해설로 활동 중인 '클템' 이현우(사진 왼쪽). [사진=LCK]

◆ ‘롤드컵에서 퍼진 한국어 욕’…‘인민정글러’ 클템

LCK의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는 ‘클템’ 이현우는 선수 시절 국내를 대표하는 정글러였다. 그는 아주부 프로스트 시절인 2012년 LCK 서머 우승을 비롯해 LCK가 처음으로 참가한 2012 롤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선수로서도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클템은 2012 롤드컵에서 뜻하지 않게 게임 중 뱉은 욕설이 화제가 되며 ‘인민정글러’라는 별명을 가지게 됐다. 

아주부 프로스트는 중국 IG와 예선 첫 경기에서 원거리 딜러인 ‘웅’ 장건웅이 계속 전사하며 패색이 짙어졌으나 클템이 바론을 빼앗으면서 분위기를 맞춰갔다. 아주부 프로스트는 마지막 전투에서 상대의 공격을 맞받아쳐 이긴 뒤 그대로 상대 본진을 공략해 승리를 거뒀다. 

문제는 경기 후 하이라이트 방송에서 아주부 프로스트 선수들의 인게임 보이스가 방송되며 발생했다. 클템이 마지막 전투 중 뱉은 ‘간나XX들 죽여’, ‘이 개XX들 죽여’, ‘(상대에게) 이리와 개XX 야’ 등 욕설이 그대로 생방송으로 송출되며 한국팬들을 놀라게 했다. 클템은 당시를 회상하며 “한국어를 잘 모르던 중계진 측이 욕설인 줄 모르고 그대로 송출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해당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한 팬들은 “뒤지다가 역전하면 저럴 수 있지”, “우리도 게임하면서 욕 많이 하는데 선수들도 인간적이구나”, “너무 찰져서 기억에 남는다”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클템에게 ‘인민정글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현재까지도 클템은 해설 중인 경기에서 선수들의 욕설이 담긴 인게임 보이스가 송출되면 자신의 과거를 스스로 거론하거나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팬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올해부터 LCK 해설자로 합류한 '노페' 정노철. [사진=LCK]
올해부터 LCK 해설자로 합류한 '노페' 정노철. [사진=LCK]

◆ ‘리신은 돌격형 챔피언입니다’…‘포킹리신’ 노페

클템과 함께 현재 LCK 해설자로 활동 중인 ‘노페’ 정노철은 선수 시절 정글러로 나진 쉴드에서 활약했다. 선수 은퇴 이후에는 LCK, 중국 등에서 감독으로 활동하며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노페는 선수 시절 ‘포킹리신’이라는 웃픈 별명을 얻었다. 주로 정글로 활용되는 챔피언 ‘리신’은 정글러의 필수 덕목으로 불릴 정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 논타겟팅(상대가 지정되지 않는) 스킬 ‘음파’를 상대에게 맞춰 순식간에 돌진해 킬을 올리는 장면은 리신 플레이의 기본이다.

포킹은 원거리에서 스킬을 퍼부으면서 상대를 견제하는 전략으로 ‘대포를 쏘다’와 ‘~ing’가 합해져 만들어진 게임 용어다. 포킹리신은 ‘돌격형 챔피언인 리신이 음파로 포킹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페는 나진 쉴드 시절인 2013년 12월 진행된 LCK 윈터 정규시즌에서 AW아레나와의 2세트경기에서 리신을 선택했다. 하지만 체력이 없어 도망가는 상대를 5번이나 음파 미적중으로 놓치거나 상대와 거리가 가까웠음에도 음파를 맞추지 못하는 등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직전 1세트에선 같은 논타켓팅 스킬을 보유한 챔피언 ‘올라프’로 MVP를 차지한 바 있어 더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 해설을 맡은 전용준 캐스터와 클템은 유머의 의미로 “경기가 나진 쉴드 쪽으로 기울었지만 노페가 음파를 맞추느냐가 중요하다”, “다 잘됐는데 음파가...”, “리신의 새로운 트렌드 ‘포킹’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웃음을 줬다.

굿모닝경제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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