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이사회, 면접 심사로 후보자 4인 중 윤 사장 최종 확정
윤 사장 "막중한 책임 느껴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할 것"
여당, 앞서 간담회 통해 윤 사장 '구현모 대표 아바타' 지목

KT 사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KT 사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KT 이사회가 향후 3년간 KT를 이끌어갈 차기 대표이사 최종후보에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낙점했다.

윤 사장은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승인이 날 경우 연임을 포기한 구현모 대표의 후임으로 KT를 이끌어가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여권에서 윤 사장을 꼭 집어 '구현모 대표의 아바타'로 지목한 만큼 주총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주총 결과에 따라 대표 직무대행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가는 최악의 경영 공백 사태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7일 KT 이사회는 이날 오후 윤경림 사장을 비롯해 신수정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임헌문 전 매스총괄(사장),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사장) 등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 4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고 윤 사장을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KT 이사회는 정관상 대표이사 자격요건과 주요 이해관계자로부터 수렴한 최적의 KT 대표이사상에 대한 의견 등을 고려해 ▲DX 역량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 ▲변화와 혁신 추구 ▲기업가치 제고 ▲ESG 경영 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면접 심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경림 후보는 디지털 전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며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적 관계를 형성함은 물론, 기업가치 제고와 ESG경영 강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선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윤 사장은 소감문을 통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최근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후보자로서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맞춰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의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KT가 국민기업으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사진=연합뉴스]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사진=연합뉴스]

◆KT 차기 대표 후보 윤경림은 누구

윤 사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과학 석사학위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LG유플러스의 전신인 LG데이콤에서 경력을 시작해 하나로텔레콤 창립 초기부터 영업 및 마케팅을 담당하다 2006년 KT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KT에서 신사업추진본부장(상무), 미디어본부장(상무), 서비스개발실장(상무) 등을 역임하며 신규사업 발굴 및 미디어 등 융합사업 업무를 담당했다.

2009년에는 CJ로 자리를 옮겨 CJ그룹의 전략기획 및 사업관리 업무와 함께 CJ 계열 주요 플랫폼 계열사의 관리업무를 수행해왔다. CJ에서는 부사장직을 맡으며 기획팀과 사업팀장직을 역임했다.

윤 사장은 2014년 황창규 당시 회장 시절 다시 KT로 복귀했다. KT그룹 미래전략 수립을 책임지는 미래융합전략실장(전무)으로 영입됐으며 2019년 글로벌부문장을 맡았으나 돌연 퇴사했다.

이후 현대자동차로 이동해 부사장을 맡았으며 2021년 구현모 대표 체제가 시작되자 다시 KT로 돌아왔다.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윤 사장은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히며 KT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분교환을 주도하고 CJ ENM과 콘텐츠 사업 동맹을 통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과 티빙과 시즌 합병들을 이끌었다.

◆여권, 윤 사장 공개 저격...주총 벽 넘을 수 있을까?

앞서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체 지원자 33명 중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차기 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버렸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이들은 윤경림 사장을 구현모 대표측 인사로 규정하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구 대표는 친형 회사인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현대차그룹에 지급 보증을 서주는 등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다"며 "후보 4명 중 당시 현대차 윤경림 부사장은 이를 성사시킨 공을 인정받아 구현모 체제 KT 사장으로 2021년 9월 합류했다는 구설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 사장을 새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이 주총에 상정되더라도 여권의 반대를 넘어 주총을 통과할 지는 미지수다.

현재 KT지분구조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8.53%)을 비롯해 신한은행(5.58%), 현대차(4.69%), 현대모비스(3.1%), 영국계 투자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5.07%) 등이 주요 주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과 현대차의 경우 국민연금이 각각 최대주주(8.29%)와 2대 주주(7.78%) 자리에 있어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윤 사장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에 대해 반기를 들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2013년 이석채 전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면서 표현명 전 텔레콤&컨버전스 부문장(사장)이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비상경영체제를 이끈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미등기임원인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KT정관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허락을 얻어 임시 대표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임시 대표이사는 행정 절차에만 15~20일이 소요되고 이 기간 동안은 결재의 법적 효력이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갈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주총 통과 불발 시 KT 이사회를 향한 경영 공백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이 경우 대표이사 선임보다 임기 만료를 앞둔 강충구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표현명·여은정 사외이사, 구현모·윤경림 사내이사 등 5명과 자신 사퇴 의사를 밝힌 벤자민 홍 사외이사으로 인해 생긴 자리를 포함해 KT 이사회 구성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굿모닝경제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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