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이사회, 7일 숏리스트 4인 중 최종 대표 후보 1인 심사 결과 발표 예정
정치권 ‘그들만의 리그’ 비판·내부서 '디지코' 성과 부풀리기 의혹 제기
벤자민 홍 사외이사 사퇴 표명...현 KT이사회 9명 중 6명 결원 가능성
인선 잡음에 주총 연기·후보군 사퇴·후보 추가 공모설 등 안팎 '뒤숭숭'

KT 사옥 전경. [사진=KT]
KT 사옥 전경. [사진=KT]

KT의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 발표를 앞두고 여전히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각에선 주주총회 연기설에 후보군 총 사퇴설이 거론되는 등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KT 이사회는 예정대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성과가 부풀려졌다는 내부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차기 대표 선임 절차가 '진흙탕에 빠진 수레바퀴'처럼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혼란이 가중되면서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오는 7일 면접심사를 통해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하고 이달 말 정기 주주 총회를 통해 선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KT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총 33명의 사내외 후보자군 가운데 4명을 대표이사 후보 심사대상자로 압축한 바 있다. 최종 후보자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과 신수정 KT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등 전현직 KT 임원으로 추려졌다.

왼쪽부터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KT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모습. [사진=KT]
왼쪽부터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KT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모습. [사진=KT]

◆숏리스트 전현직 'KT맨' 구성에...여권 반발

이에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체 지원자 33명 중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차기 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버렸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이들은 사내 인사인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과 신수정 KT엔터프라이즈 부문장을 구현모 대표측 인사로 규정하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구 대표는 친형 회사인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현대차그룹에 지급 보증을 서주는 등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다"며 "후보 4명 중 당시 현대차 윤경림 부사장은 이를 성사시킨 공을 인정받아 구현모 체제 KT 사장으로 2021년 9월 합류했다는 구설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KT 내부에서는 구 대표가 수사 대상이 되자 갑자기 사퇴하면서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을 세우고 2순위로 신수정을 넣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고 덧붙였다.

같은날 대통령실 관계자도 "공정·투명한 거버넌스가 이뤄져야한다"며 "그게 안되면 조직 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그 손해는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018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위치한 KT 아현지사 건물의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 감식 현장.[사진=연합뉴스]
2018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위치한 KT 아현지사 건물의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 감식 현장.[사진=연합뉴스]

◆"디지코 성과 이면엔 망투자 축소·실적 부풀리기"...내부 주장 나와

여권을 중심으로 한 외풍과 함께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디지코' 성과가 부풀려졌다는 내부 주장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일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KT 전현직 임직원들은 "현 경영진이 치적으로 내세운 '디지코'의 이면엔 사회 공공재인 통신망 투자를 소홀히 하고 영업실적을 부풀려 연임 성공을 위한 명분으로 외형적 수치만 키운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KT가 통신망 관리 비용을 아끼다 일어난 대표적인 사고 사례로 2021년 10월 부산에서 일어났던 통신장애 사태를 꼽았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KT 직원이 아닌 협력업체 직원이 낮에 기업망 라우터 교체 작업을 하다 보니 사고 발생 시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클 수 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앞서 KT는 2018년 11월 24일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위치한 KT 아현지사 건물의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대 KT망을 사용하는 기기들의 유·무선 통신 장애가 발생한 바 있다.

아울러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통신사업자의 이동통신·IPTV(인터넷TV)·초고속인터넷 상품별 소비자 피해구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 KT는 총 1495건을 기록해 SK텔레콤(944), LG유플러스(889건)보다 많았다.

이에 김영식 의원은 "탈통신 정책이 추진되는 동안 5G 28㎓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취소, 통신구 화재와 다수의 통신 장애, 10기가 초고속인터넷 속도 논란 등 통신기업으로써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며 "근본적인 통신서비스 경쟁력 확보와 소비자 만족도 제고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KT 사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KT 사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강철 이어 사외이사 추가 사퇴...KT 이사회도 흔들

차기 대표 이사 선임을 둘러싼 논란에 KT 이사회의 영향력도 흔들리고 있다. 앞서 KT 이사회가 연임 적격으로 판단한 구현모 대표에 이어 7일 발표할 최종 후보 마저 레이스에서 중도 사퇴할 경우 경영 공백 책임론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떄문이다.  

게다가 최종 후보가 중도 사퇴하지 않고 KT 이사회가 예정대로 주총에서 차기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더라도 주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KT지분구조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8.53%)을 비롯해 신한은행(5.58%), 현대차(4.69%), 현대모비스(3.1%), 영국계 투자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5.07%) 등이 주요 주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과 현대차의 경우 국민연금이 각각 최대주주(8.29%)와 2대 주주(7.78%) 자리에 있어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KT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에 대해 반기를 들기 힘든 상황이다.

차기 대표 이사 선임과 함께 맞불리며 이사진들의 공백도 문제로 제기된다. 현재 KT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인사 7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강충구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표현명·여은정 사외이사와 구현모·윤경림 사내이사 등 5명의 임기가 오는 3월 주총까지다.

여기에 이강철 전 사외이사에 이어 2025년까지 임기가 남은 벤자민 홍 사외이사도 자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사회 9명 중 6명이 자리를 비우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켜졌다.

다만 KT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전원의 유고시에는 직제규정이 정하는 순으로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돼 있어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등 미등기임원 중 1인을 법원으로부터 허락을 얻어 임시 대표이사로 선임할 수 있다.

하지만 전례에 비춰보면 행정 절차에만 15~20일이 소요되고 임시 대표를 정해도 이 기간 동안은 결재의 법적 효력이 없어 경영 공백으로 피해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대표 인선을 둘러싸고 잡음이 계속되자 KT가 이달 29일로 잠정 결정한 정기 주주총회 일정을 이틀 정도 미룰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KT는 2021년에는 3월29일에, 지난해의 경우에는 3월31일에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한 바 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 일자는 아직 공시하지 않았다.

굿모닝경제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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