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대한민국에서 탄생한 e스포츠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 문화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e스포츠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됐고, 내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승격됐다. 또 2024년 파리올림픽 시범종목 채택 가능성도 나오는 등 정식 스포츠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e스포츠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 '단지 놀이 문화’ 등 긍정적인 인식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굿모닝경제는 '김재훈의 e스펙트럼'을 통해 빛의 다양한 색을 나타내는 스펙트럼처럼 e스포츠 산업의 역사, 궁금증, 한 주간의 소식 등 매주 e스포츠의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고 e스포츠를 다양한 세대가 더욱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국은 수많은 e스포츠 국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자타가 공인하는 e스포츠 최강국이다. 하지만 e스포츠를 주로 소비하는 젊은 세대 외에는 한국이 어느 정도로 국제 대회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이는지 잘 모를 수 있다.

한국은 과거부터 무패우승은 물론 대회 중 불법 프로그램, 부상 등 핸디캡 속에서도 우승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국제 e스포츠 수준이 평준화된 지금도 여전히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며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한국 e스포츠의 저력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e스포츠 종목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이다. 현재 글로벌 e스포츠 무대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LoL은 해마다 글로벌 최강자를 가리는 ‘LoL 월즈 챔피언십(롤드컵)’을 개최하고 있다.

한국의 LoL 리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최고 권위의 롤드컵에서 2012년부터 총 11번 출전, 5연패를 포함해 7회 우승과 6회 준우승이라는 가장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한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동시에 한 경우도 무려 4회에 달한다. 직전 대회인 2022 롤드컵에서도 LCK 4팀이 중 3팀이 4강에 진출했으며 결승전도 LCK 내전이 펼쳐지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2015년 롤드컵에 출전한 SK텔레콤 T1(현 T1)은 롤드컵 역사상 최초의 무패우승을 달성하며 현재까지도 가장 강력한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SKT는 현재도 활동 중이고 선수 최전성기를 달리던 ‘페이커’ 이상혁을 필두로 ‘마린’ 장경환, 정글 ‘벵기’ 배성웅, 원거리 딜러 ‘뱅’ 배준식, 서포터 ‘울프’ 이재환 등 막강한 리인업을 갖췄다. 백업 선수만 살펴봐도 페이커에 가려진 황제 ‘이지훈(easyhoon)’ 이지훈, 로열로더 ‘톰’ 임재현 등으로 구성됐다.

SKT는 조별 예선 6전 전승을 시작으로 8강전과 4강전 무실세트로 순조롭게 결승에 안착했다. SKT는 결승전까지 상대팀에게 본진 공략은커녕 단 한 번의 미드 1차 타워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자랑했다. 결승전에서 한 세트 패배를 당하긴 했지만 이마저도 같은 한국 LCK 팀 KOO 타이거즈에게 내준 것이었다. 

2015 롤드컵에서 SKT가 거둔 성적은 9전 9승, 세트 전적 15승 1패, 세트 득실 +14 세트 승률 93.75%로 현재까지도 이를 넘어선 팀은 없다. 이듬해 SKT는 2016년 롤드컵까지 2연속 우승에 성공하며 전무후무한 롤드컵 3회 우승을 달성했고 현재까지도 최다 우승팀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무패우승은 또 있다. 2016년 제1회 오버워치 월드컵에 진출한 한국 대표팀은 예선부터 결승전까지 6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심지어 결승전까지 치른 14세트에서도 단 1패도 당하지 않으면서 승률 100%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완성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FPS 인지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국내 대회도 적었기 때문에 대회 관계자들 사이에선 “한국이 e스포츠 강국인 건 맞지만 한국에선 FPS가 인기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실력도 비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대회가 열리니 한국팀은 평균 경기 시간도 참가팀 중 가장 짧았을 정도였고 무엇보다 게임 글로벌 메타와 전혀 다른 한국만의 스타일로 압도적인 모습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를 두고 많은 커뮤니티에선 ‘한국이 FPS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었다’, ‘대회가 한국 VS 세계 구도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밖에 대회 중 부상으로 한 손으로만 경기에 나서거나 상대 선수가 불법 프로그램 등 부정을 저질러도 이를 모두 이겨내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의 행보도 한국 e스포츠 저력을 보여준 대표적 일화다.  

‘워크래프트3’의 '제5종족'으로 불리는 장재호는 워크래프트3 팀리그 NGL에 참가 당시 경기 전날 오른손 골절상을 당해 전치 6주 진단을 받고 오른쪽 손부터 팔꿈치까지 깁스를 해야 했다.

하지만 장재호는 깁스한 상태로 왼손만으로 마우스, 키보드를 컨트롤하며 ESWC 2004 우승자 조대희와 ESWC 2006 준우승자 이비사 마르코비치를 연달아 제압했다. 결승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출전해 WEG 2005 시즌3 우승자인 천정희를 제압하며 팀에 우승컵을 안겼다.

‘스타크래프트 2’의 ‘미야’ 전종범은 2015년 WCS 북미예선에서 미국 선수가 맵의 모든 곳을 볼 수 있는 부정 프로그램 '맵핵'을 사용했지만 2:0 완승을 거두며 큰 화제가 됐다.

자신의 모습을 상대에게 보이지 않으면서 플레이해야 하는 스타크래프트 특성상 본인의 모든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 당하면서 승리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레전드 경기로 회자되고 있다.

2021년 열린 ‘PUBG 배틀그라운드 파트너리그-한중전’에서도 중국 측 선수들이 단체로 핵을 썼다는 의혹을 받았음에도 한국 선수들은 오히려 중국 선수들을 압살하며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 후 중국 선수들은 국내 팬들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큰 비웃음을 샀다.

굿모닝경제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