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회, 기존 차기 대표 결정 백지화...원점서 다시 시작
구 대표 제안 이사회 수용...공정성 시비 일축, 경영능력 자신감
국민연금과 정치권 반발 만만찮아 선정 과정서 후폭풍 클 듯
구 대표 "공개 경쟁으로 KT 지배구조 이야기 불식 기대"

지난해 연말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제1회 양자 기술 최고위 전략대화 회의장에서 생각에 잠겨있는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지난해 연말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제1회 양자 기술 최고위 전략대화 회의장에서 생각에 잠겨있는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지난해 12월 구현모 현 대표이사를 차기 대표로 확정했던 KT 이사회가 이를 백지화하고 차기 대표 선임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KT 이사회가 이같은 결정을 한 것은 1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제기한 '공정성 시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KT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소유분산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해야 한다고 밝힌 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구 대표는 차기 대표로 확정된 상황에서 이를 내려 놓고 다시 연임에 도전하기로 했다. 현 대표가 연임에 세 번째 도전하는 '진기록'을 남기게 된 것이다.

KT 이사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어 수차례 심도 있는 논의 끝에 ‘공개경쟁 방식의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를 재추진’하기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이사회에 구 대표가 이같은 방안을 제시했고, 이사회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10일부터 공개 경쟁을 원칙으로 지원자 모집을 시작하고, 후보자 명단과 단계별 심사 결과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 자문단을 운영해 이번에 응모하는 사내·외 후보를 검증할 방침이다.

구 대표도 이 공개 경쟁에 응해 연임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같은 KT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KT 측은 "구현모 대표 연임은 기존 프로세스대로 공정하게 진행했지만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한 만큼 후보 및 절차 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기존 프로세스에 더해 더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업계에서 이런 사례가 없었던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업계의 모범을 보이고 사회적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대내외적으로 인정 받는 사례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KT 차기 대표로 결정됐던 구 대표가 이를 내려놓고 다시 공개 경쟁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이날 이사회의 결정은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키겠다는 구 대표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칫 정부와 1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어 상당한 후폭풍이 따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구 대표의 이번 공개 경쟁 참여로 현 대표의 세 번째 연임 도전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 연임 도전을 선언한 구 대표는 이사회로부터 '연임 적격'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구 대표 스스로 '복수 후보와 경쟁하겠다'고 선언해 경선이 치러졌다. 이 과정에서 KT 이사회는 내·외부 인사 27명을 심사했고,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단독 후보로 결정했다.

이는 구 대표가 '디지코 KT'라는 전략으로 KT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연임을 통해 이 전략을 완성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게 KT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지난해 KT 실적을 보면 이같은 내용이 확인된다. KT는 지난해 매출 25조6500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구 대표의 연임이 확정된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KT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 연임 과정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면서 구 대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직접 KT와 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KT의 부담을 키웠다.

구 대표와 KT 이사회가 두 번 연임 취소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국민연금이나 정치권의 입장에 변화가 생길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차기 대표 인선 문제가 수개월째 혼선을 빚으면서 내부 동요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KT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구 대표는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특히 KT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불식되기를 바란다"며 "공개 경쟁을 통해 투명성과 객관성을 증진하는 데 KT가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KT 이사회 참석자들이 전했다.

굿모닝경제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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