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선 6만2000가구 돌파...건설사 연쇄부도 위험 높아
LH 등 공공 매입이나 리츠같은 민간투자 등으로 완화
원희룡 장관 "건설사 자구책 먼저"...안일한 판단 비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분양 주택 물량이 7만가구에 육박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결책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직접 미분양을 매입하는 등 정부가 직접 개입하거나 리츠(부동산펀드) 등을 활용한 민간투자 매입이 거론된다.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어떤 방법이든 최대한 빠르게 대처해야 폭탄이 터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6만8107가구로, 전월(5만8027가구)보다 1만가구 증가했다.

이는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언급한 미분양 주택 위험선 '6만2000가구'를 훌쩍 넘은 수준이다. 미분양은 시행사나 건설사의 신고로 집계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많은 미분양 주택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분양 증가는 건설사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건설사 연쇄부도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건설사에 자금을 빌려준 금융권으로까지 위기가 확산, 자칫 나라 경제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때문에 어떻게든 미분양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크게 보면 정부가 직접 나서거나 민간 투자를 유도해 미분양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정부가 개입한다면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준공율 50% 이상인 미분양 아파트를 먼저 사들인 뒤 준공 완료 후 주택사업자에 되파는 환매조건부 방식도 있다. 28조원에 달하는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을 아파트 매입에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해당 기관의 재정건정성이 악화될 여지가 있다. LH만 하더라도 부채비율이 현재 221%에 달한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정부나 공공기관으로선 미분양 주택을 사들일 재원이 거의 없다. 주택도시기금도 함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라며 "국토부로선 상당히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간으로 하여금 리츠 등 미분양 펀드 설립을 유도해 미분양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이명박정부 당시 미분양이 늘어났을 때 썼던 방식이다. 

리츠는 기업구조조정(CR)리츠 방식으로 민간 기관투자자로 구성된 부동산 펀드와 건설사가 공동으로 CR리츠에 투자해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 임대를 통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우선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다가 추후 주택경기가 좋아진다면 건설사가 우선매수선택권을 행사해 아파트를 완전히 사들인다. 아니면 LH가 분양가 60%선에서 매입한다. 

어떤 방법이든 최대한 빠르게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는 현장에서의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로선 자재값이나 인건비 인상보다 미분양이 지금 가장 큰 문제다. 분양이 돼야 공사비가 들어오는데 그러지 못하니 돈이 돌지 못하고 결국엔 부도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주택 경기가 어려워지면 모든 경제에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 미분양 매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 내부에서 대처 방안을 놓고 엇박자가 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초 정부의 미분양 매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원희룡 장관은 최근 "미분양이 늘어난다고 해서 주택시장 위기는 아니"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지난 1일엔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분양가 인하 등 건설사 자구 노력이 먼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주무장관으로서 상황을 안일하게 판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같이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미분양은 국가 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며 "더구나 이명박정부 때와 비교하면 아파트 분양가가 크게 높아졌다. 미분양이 지금보다 더 늘어난다면 그땐 아예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최대한 빠른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굿모닝경제 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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