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과 BBC 등 주요 외신을 보면 중동문제가 헤드라인으로 장식되는 경우가 많다. 각각의 이유가 있지만 대부분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가격 문제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상배 외교안보정책위원
이상배 외교안보정책위원

최근 중동지역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한국과 이란이 외교적 갈등 국면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중에 일어난 윤석열 대통령의 오해소지가 있는 발언이 원인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UAE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 정예부대인 '아크부대'를 격려차 방문한 윤 대통령이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언급하자 곧바로 이란 외무부는 우리 정부에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양국 대사를 초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현재 두바이에는 50여만명의 이란인이 거주하고 있다. 또 8000여개의 이란 기업이 운영되고 있으며, 400조원 규모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양국의 '실존적 생존관계'로 봤을때 이란으로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일 수도 있다.

니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외교적’(undiplomatic), ‘오지랖이 넓다’(meddlesome) 등 원색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23일에는 “한국 정부는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보였지만, 우리 관점에서 한국 정부의 조치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논평을 내놓기까지 했다.

양국은 한국이 이란에서 구매한 원유 대금 약 70억달러(8조 6000억원 규모)를 돌려달라며 벌인 인질극 '한국케미호 나포 사건' 이후 2년 만에 다시 외교적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윤 대통령 발언은 국내 정치권으로도 이어져 여ㆍ야 정쟁의 잇슈가 되면서 정작 챙겨야 할 경제와 민생은 뒷전으로 밀린 채 책임론과 옹호론이 맞서고 있다.

이번 UAE 국빈방문에서 윤 대통령은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300억달러(한화 약 37조2600억원)의 ‘오일머니’ 유치 등 어느때 보다도 값진 외교성과를 거둬들였다.

여기에 더해 양국 정부와 기업들 사이에 총 48건의 투자 및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부분 역시 규모와 성과 면에서도 역대 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값진 성과가 신속한 후속조치를 통해 추진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해소지가 있는 발언 하나로 이란 문제를 먼저 돌파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4년 간 다섯 번 샤베스트리 주한 이란대사를 청사로 불러들인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이란 제재에 따른 원유 대금 동결 문제 등 악재가 거듭될 때 마다 이란은 ‘말 폭탄’ 을 퍼부으며 양국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던 상황을 잘 복기(復棋)해 봐야 할 것이다.

이같은 난국의 배경과 원인은 '말(言)'이 중심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상외교는 결국 말(言)로 이뤄진 후 문서로 기록되고, 그것이 구체화된 실행으로 이어지면서 성과로 남게 되는데 많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국빈방문 과정에서 한 오해소지 발언은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대통령실은 물론 외교부의 보다 발빠른 대처와 로드맵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란 정부도 이번 상황과는 무관한 윤 대통령의 ‘한국 자체 핵 보유’ 발언에 대한 해명과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등의 본질을 벗어나는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

다각적인 상황을 고려해 비공식 특사 파견 등을 통한 접근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차후에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텝핑(Doorstepping)'이 왜 중단되었는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지도자의 '말(言) 한마디'는 대내외적으로 큰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지도자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든 말(言)을 조심해야 한다. 

“말(言) 한디로 천냥빚을 갚는다”고 하지만, 역으로 “말(言) 한마디가 천냥 빚으로 돌아올 수도 있음”을 잘 새길 필요가 있다. '말(言) 한마디'를 위해선 적지 않는 노력도 필요하다.

굿모닝경제 이상배 외교/안보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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