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만5000명 대비 올해 약 11만명 참여 높은 관심
삼성·LG전자 등 가전업계 ‘초연결성' 핵심 키워드 부상
SK그룹, 지난해 이어 탄소중립 내세우며 탄소 감축기술
완성차업계 외 전자·빅테크 기업 모빌리티 전시 '오토쇼' 연상

지난 8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진행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 현장에 걸려있는 LG전자의 광고판 모습. [사진=LG전자]
지난 8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진행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 현장에 걸려있는 LG전자의 광고판 모습. [사진=LG전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이 8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이번 전시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돼 삼성, LG, SK, HD현대 등 국내 기업들을 비롯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이 미래 기술을 뽐냈다. 전세계 170여개국에서 3000여개 기업이 참가해 코로나19 이후 모처럼 주목받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3년 만에 '노마스크'로 진행된 이번 ‘CES 2023’는 주최측 추산 약 11만명이 현장을 방문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 CES의 화두는 ‘초연결’과 ‘지속가능’, '친환경', '모빌리티' 등이 꼽혔다. 기업들은 자사가 보유한 다양한 혁신 기술과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며 미래 청사진을 공개했다.

모델들이 ‘삼성 퍼스트룩 2023’ 행사에서 ‘98인치 Neo QLED 8K’를 공개하고 있다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모델들이 ‘삼성 퍼스트룩 2023’ 행사에서 ‘98인치 Neo QLED 8K’를 공개하고 있다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초대형 TV 등 신기술 접목 주목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98인치 네오 QLED TV, 77인치 OLED TV, 마이크로 LED TV 등 2023년형 신제품 TV을 공개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다양한 TV 라인업으로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삼성의 의지를 확인했다.

또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를 업그레이드한 제품인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 플러스'도 공개했다.

이에 더해 프리미엄 게이밍 시장을 겨냥한 43인치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네오 G7’도 처음으로 선보였다.

LG전자는 주변기기 연결선을 없앤 신개념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M'를 공개했다. 세계 최대 97인치 LG 올레드 TV, 88인치 LG 시그니처 올레드 8K 등 다양한 올레드 TV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LG디스플레이는 독자 기술을 적용한 차량용 OLED와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액정표시장치(LCD) 기반의 초대형·저전력·초고휘도 기술 및 차량용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 등을 공개했다. 

TV 등 가전 시장에서 한국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업체들도 다양한 제품으로 위협했다. 하이센스와 TCL도 CES에 참가해 대규모 부스를 꾸리고 신제품을 소개했다.

TCL는 65인치 8K 잉크젯 프린팅 OLED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OLED, 미니 LED TV와 폴더블 스마트폰과 커브드 게이밍 모니터, XR(혼합현실) 웨어러블 기기 등을 선보였다.

하이센스는 미니 LED를 확대 적용한 'ULED' 제품군과 새로운 레이저TV 등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스테이션'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스테이션' 모습. [사진=삼성전자]

◆ 가전업계 화두 ‘초연결’...콘텐츠·서비스 신시장 창출

'CES 2023'에서 가전업계의 핵심 키워드는 제조사와 상관없이 기기 간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초연결성'이었다.

삼성전자는 ‘맞춤형 경험으로 열어가는 초연결 시대’ 비전을 제시하면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 대중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더 쉽고 직관적인 기술 구현으로 일상을 편리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개막전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연결을 통해 모두의 꿈과 바람이 담긴 기술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비전"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 홈 구축을 위한 새로운 IoT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을 첫 공개했다.

무선 충전기에 내장된 형태인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은 글로벌 IoT 표준 매터(Matter)를 지원해 삼성전자·구글·아마존·애플 등 다양한 제조사의 스마트 홈 관련 기기를 쉽게 연동시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 삼성은 맞춤 경험을 실현하기 위해 믿을 수 있는 보안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IoT 기기 간 연결을 보호하는 '녹스 매트릭스' 보안 플랫폼을 소개했다.

LG전자도 스마트홈 플랫폼 'LG씽큐'를 활용해 타사 가전을 제어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HCA 부스에서 LG전자는 LG 씽큐 앱에 타사 세탁기를 등록해 남은 세탁 시간을 확인하고 타사 플랫폼에 LG 제품인 무드업 냉장고를 등록해 제품을 켜고 끌 수 있게 하는 등 스마트홈 플랫폼을 활용한 연결을 선보였다.

HCA는 스마트홈 연결성 확대를 목적으로 결성된 기업 간 협의체로, 삼성·LG전자를 비롯해 GE, 하이얼, 일렉트로룩스, 아르첼릭, 트레인, 리디지오, 베스텔, 등 글로벌 가전업체들과 공조 전문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의장사로 참여한 LG전자는 올해 CES에서 처음으로 ▲무드업 냉장고 ▲워시타워 ▲에어로타워 ▲벽걸이 에어컨 4개를 전시했다. 

또 LG 씽큐 앱으로 새로운 기능을 지속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UP가전’과 7년 만에 선보이는 초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 2세대를 전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CES 2023' SK부스에서 대체 단백질 크림 코너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CES 2023' SK부스에서 대체 단백질 크림 코너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지속가능성을 위한 ‘친환경’ 기술

SK그룹은 '함께, 더 멀리, 탄소 없는 미래로 나아가다'를 주제로 통합 전시관을 운영했다. SK는 지난해 '동행'에 이어 올해는 '행동'을 키워드로 제시하며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CES 현장을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탄소 감축을 어떤 형태로 할지, 기술적으로 잘 풀어갈지는 항상 고민하는 주제"라며 "그걸 잘 풀어서 이렇게 여러 가지 전시를 잘해준 것에 대해선 상당히 기쁘다"고 밝혔다.

통합 전시관에서는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을 때 맞닥뜨릴 어두운 미래상과 SK 탄소 감축 기술로 구현한 미래도시를 미디어 아트 기술로 각각 선보였다. 

아울러 SK온의 SF 배터리과 S팩, SK시그넷의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 SK㈜와 SK이노베이션의 소형모듈원전(SMR), SK하이닉스의 HBM3, SK바이오팜의 제로 글래스 등도 소개됐다. 또 SK㈜는 인근 중앙 광장에서 '지속가능식품 푸드트럭'을 운영했다.

특히 SKT가 '그린 ICT'를 주제로 제시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뮬레이터는 가상현실(VR)로 부산역에서 동백섬까지 3분만에 주파하는 체험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전시 부스에 각각 ESG 존을 마련했다. 

HD현대도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의 근본적 대전환을 담은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무인·친환경 선박 개발과 관련한 '오션 모빌리티', 지속가능한 바다 에너지 생태계 구축 '오션 에너지' 등 4개 테마로 구성해 청사진을 소개했다.

해외 기업들의 친환경 활동도 활발했다. 농기계 제조업체 존디어는 비료 사용 60%를 줄일 수 있는 로봇 비료 살포기 '이그잭트샷'을 공개했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차세대 태양광 전지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로 잎사귀를 표현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나무'를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기업 ACWA로보틱스는 도시 상수도에서 균열과 부식 정도를 파악해 사고를 방지하는 '클린워터 패스파인더'를 전시했다.

천재승 현대모비스 R&D 부문장(상무)이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콘셉트 '엠비전 TO'의 e-코너 모듈이 꺾여 차체 방향과 90도 꺾여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천재승 현대모비스 R&D 부문장(상무)이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콘셉트 '엠비전 TO'의 e-코너 모듈이 꺾여 차체 방향과 90도 꺾여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오토쇼'를 방불케하는 모빌리티 전시

이번 'CES 2023'에는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뿐만 아니라 전자 및 빅테크 기업까지 미래 자동차 기술력을 선보이며 오토쇼를 방불케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현대모비스가 ‘통합 플랫폼 전문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목표를 담아 ‘뉴 모비스(NEW MOBIS)’ 비전을 공개하고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통합 플랫폼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전문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의 자율주행차 '엠비전 TO'과 레저와 휴식, 아웃도어를 위한 차량 '엠비전 HI'를 공개했다.

'엠비전 TO’는 전동화 기반 자율주행 차량으로 e-코너 시스템과 자율주행 센서, 커뮤니케이션 라이팅 등이 적용된 통합 필러 모듈과 배터리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드라이브 모듈이 통합된 솔루션이다.

엠비전 TO는 목적에 따라 차량의 크기와 형태를 변형할 수 있고 바퀴가 90도까지 꺾이기 때문에 크랩 주행이나 제로 턴 등 이동의 자유가 크게 확장되는 모빌리티 솔루션이다. 이 때문에 좁은 도심지 주행이나 화물 운송 등 사용자의 목적에 맞게 활용도가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BMW그룹은 차세대 디지털 혁신 기술 반영한 간소화된 미래형 중형 세단 ‘BMW i 비전 디’, 메르세데스 벤츠는 1회 충전에 1200㎞를 달리고 1킬로와트시(㎾h)당 약 12㎞의 전비를 자랑하는 전기 콘셉트카 ‘비전 EQXX’ 등을 전시했다.

스텔란티스는 탑승자 편의를 극대화한 전기 콘셉트카 ‘푸조 인셉션’, 전기 픽업트럭 ‘램 1500 레볼루션 콘셉트’ 등을 공개했다. 볼보는 구글과 협업해 차선, 표지판 정보 등 데이터를 토대로 원거리 도로 상황까지 미리 파악해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을 향상시켜주는 ‘고정밀(HD) 지도 기술’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전자 및 빅테크 기업들도 모빌리티 솔루션들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하만과 함께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 '레디 케어'와 '레디 튠'을 공개했다.

양사는 이 솔루션들을 중심으로 차량 내 탑승자 경험(ICX)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운전자 상태를 파악해 안전한 주행을 유도하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레디 케어'는 차량이 운전자의 상태 변화를 인지하고 최상의 운전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 기능을 작동시키는 안전 운전 지원 솔루션이다. '레디 튠'은 몰입감 있고 차별화된 개인 맞춤형 사운드 경험을 제공해 운전자의 기분 좋은 주행을 돕는다. 

관람객들이 소니와 혼다가 협력해 만든 전기차 아필라(AFEELA)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관람객들이 소니와 혼다가 협력해 만든 전기차 아필라(AFEELA)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소니는 혼다와 협력해 만든 전기차 ‘아필라’를 공개했다. 아필라에는 에픽게임즈의 인포테인먼트 기술과 소니의 엔터테인먼트 기술이 적용됐으며 2025년에 판매될 예정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구글은 자동차 전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오토’의 새 기능을 선보였다.

휴대폰으로 친구와 가족을 지정해 디지털 자동차 키를 공유하는 ‘키 셰어링’ 기능, 차량 디스플레이에서 연결된 휴대폰의 구글맵과 음악앱, 메시징 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기능 등을 공개했다.

아마존은 음성인식 서비스 알렉사(Alexa)를 차량 맞춤형으로 심화하고 있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또 MS는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를 통해 자동차 관련 데이터를 저장하고 이를 분석해 차량 결함 시기 등을 예측하고 사고를 방지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 CES가 남긴 아쉬움

올해 CES는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로 주최측 추산 약 11만명이 참여하고 가전(스마트홈), 자동차(모빌리티) 외에 메타버스, 로보틱스, 인공지능 등 다양한 주제로 전시장이 꾸며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명 '와우 디바이스'라고 불릴 만한 혁신 제품이 적어 아쉬움이 남는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IT 영역에서 이른바 '와우 디바이스'는 없었고 기대를 모았던 AR·VR 기기, 메타버스 관련 키워드 역시 이번 CES 2023의 주인공이라고 할만한 제품이나 화두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행사에서는 신기술보다는 이미 어느 정도 기술이 완성된 제품을 내놓는 업체가 많다”며 “참가 자체에 의미를 투거나 투자 환경이 녹록지 않은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굿모닝경제 권용삼 기자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