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라면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1000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받은 ㈜농심이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4일 ㈜농심이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등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업체들의 가격교환이 일부 경쟁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가격인상을 합의했다는 점을 입증할 근거는 부족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라면업체들은 ‘IMF 구제금융’ 여파로 1998년 초 라면가격을 인상한 뒤에는 3년간 라면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며 “가격인상 여부가 당시 라면업계의 현안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1980년대를 포함해 2001년 이전 시기에도 라면업계 선두인 삼양이 가격을 인상하면 나머지 업체도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오랜 관행이 있었다”면서 “가격인상에 관해 별도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라면의 품목과 종류가 매우 다양해 각 품목별로 가격을 정하거나 추종하는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오랜 기간 가격정보를 서로 교환해 경쟁제한의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행위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3월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한국야쿠르트 등 4개 업체가 2001년 5월부터 2010년 2월까지 6차례에 걸쳐 라면가격을 담합했다며 총 135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라면업계 1위 업체인 농심이 가격인상 정보를 미리 알려주면 다른 업체가 따라가는 방법이 동원됐다.

삼양식품은 리니언시 제도(담합 자진신고자 감면) 혜택에 따라 과징금 120억원을 면제받았지만 농심은 가장 큰 액수인 1080억원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농심은 담합을 자진신고한 삼양식품 임직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객관적 증거도 없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은 1심 재판부가 아닌 2심에 해당하는 고등법원에서 판단한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원고 등의 가격에 관한 핵심적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환했을 뿐 아니라 가격인상 이후 순차적으로 가격을 올렸다”면서 “출고가가 원 단위까지 일치해 의사결정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전체 가격인상이 주력제품의 가격인상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면서 “과징금 납부 명령이 지나치다고 볼 수 없다”고 농심의 청구를 기각했다.

한편 오뚜기와 한국야쿠르트도 서울고법에서 패소한 뒤 상고해 대법원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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