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 지분을 인수하며 지주회사 SK㈜의 사업 기회를 가로챘다는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최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6일 상법·공정거래법(사업기회 유용금지) 위반 의혹을 받는 최 회장을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권을 행사할 의사가 없음을 전달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전속고발권이 명시된 현행법상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공소제기가 가능하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SK㈜는 반도체 소재산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자 2017년 1월 ㈜LG가 갖고 있던 실트론(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의 주식 51%를 인수했다.

이후 SK㈜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고 유력한 2대 주주가 출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실트론 지분 추가 인수를 고민했고, 그해 4월 잔여 지분 49% 중 KTB PE가 가진 19.6%를 추가로 매입했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나머지 29.4%는 SK㈜가 아닌 최 회장이 매각 입찰에 참여해 단독 적격투자자로 선정된 후 그해 8월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사들였다.

공정위는 최 회장이 가져간 ‘실트론 지분 29.4%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는 SK㈜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 기회’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SK는 2017년 4월14일 최 회장이 내부 검토 지시를 통해 실트론 지분 인수 의사를 밝힌 후 돌연 자신의 잔여 주식 취득 기회를 포기했다. SK㈜의 사업 기회 포기는 최 회장 지배력 아래에 있는 장동현 SK㈜ 대표이사의 결정만으로 이뤄졌고, SK㈜는 이 과정에서 사업 기회 취득에 따른 추가 이익 등도 검토하지 않았다.

상·증세법에 따를 경우 최 회장이 취득한 실트론 주식 가치는 2017년 대비 2020년 말 기준으로 약 1967억원이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SK가 밀어준 사업 기회로 최 회장이 2000억원에 가까운 부당 이익을 챙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2017년 11월 이 사안이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SK㈜의 사업 기회를 가로채 약 2000억원의 부당 이익을 얻었다고 결론 내리고 SK㈜와 최 회장에게 각각 과징금 8억원을 부과했다.

다만 위반 행위 정도가 중대·명백하다고 보기 어렵고 최 회장이 SK㈜에 사업 기회를 제공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할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고발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최 회장의 위법 행위를 수사해달라며 경찰에 고발장을 냈고, 올해 1월부터 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3월 기준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율은 17.5%다. SK머티리얼즈㈜ 합병 시 총 발행 주식 수 증가에 따라 종전 29.4% 지분율이 하락한 것이다.

최 회장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SK 수펙스추구협의회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 없다”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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