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쇄신·제2 도약 의지 천명…실적 흉년 극복 여부에 촉각

여의도 증권가.[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사진=연합뉴스]

실적 방어가 최우선 목표가 된 증권사들이 올해 이미지 쇄신과 제2의 도약을 목표로 잇달아 사명을 변경하거나 추진 중이다.

간판까지 바꿔달면서 강력한 쇄신 의지를 보인 증권사들이 조만간 발표될 하반기 실적을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가에 사명변경 바람이 불고 있다. KTB투자증권이 그룹사명 변경을 통해 다올투자증권으로 간판을 바꿔단 것을 시작으로 대신금융그룹이 대신파이낸셜그룹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다올금융그룹은 지난 3월 20년간 지켜온 'KTB' 이름을 버리고 이병철 그룹 회장의 창업 첫 회사였던 '다올'로 사명을 바꿨다. 새롭게 종합금융회사로 도약하는 그룹사의 포부를 담았다.

대신증권도 지난 20일 창립 60주년을 맞아 대신금융그룹에서 대신파이낸셜그룹이란 새 이름으로 변경했다. 대신증권은 유연하고 지속 발전 가능한 에자일 전략과 기업가치 상승을 모토로 내세웠다.

여기에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도 신한증권과 하나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는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전문성을 부각한 '금융투자'를 사명에 반영했으나 증권 또는 투자증권으로 '금융'을 뺀 이름표로 회귀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금융투자라는 명칭이 증권사로서의 정체성을 해외에서 명확히 드러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오는 24일 열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사명 변경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사의 사명 변경은 창립이래 유지해온 기업 인지도를 포기한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특히 지점 간판부터 광고비용 집행, 전 직원 명함제작 등 새로운 이름을 알리기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게 필요하다.

하지만 이같은 부담에서도 사명을 변경하는 데는 현재의 경제 상황과 경영 환경의 심각성에 있다.

가파른 기준금리 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원자재 수급 불안 등으로 주식 시장이 바닥을 알 수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어 실적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증권사들은 올해 미국 정부의 금리인상과 긴축 기조로 증시가 악화되고 거래대금과 채권수익이 동시에 줄어드는 혹독한 경영 환경에 놓여있다.

지난해 상반기 17조원에 달했던 국내 증시 일 평균 거래대금은 얼어붙은 투자심리로 9조 초반대까지 쪼그라들었다.

한국은행도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대외충격 대응 여력이 취약한 국내 증권사들의 채권 수익을 악화시킬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연결 기준 상장 증권사 8개사(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삼성증권·메리츠증권·대신증권·키움증권·다올투자증권)의 2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1조33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조363억원보다 34.2% 감소한 수치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실적 방어와 이미지 변신을 위해 사명 변경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상반기 20% 수준의 하락세를 보였던 증권주 반등과 실적 방어 성공 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수십년 간 유지해온 회사 이름을 아무 이유 없이 변경하는 회사는 없다"며 "기존의 경영 전략이나 수익구조에서 탈피해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증권사의 실적 악화는 예견돼 있었지만 미국발 금리인상의 충격이 예상보다 커 각 증권사들이 느끼는 압박감도 상당할 것"이라며 "증권주가 지속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이목도 다음달 중순 예정된 상반기 실적 발표 결과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굿모닝경제 방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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