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신동빈 사과는 땜질 불과…전방위적 개선안 제시해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 사태 보름만에 다시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롯데사태’가 벌어진지 꼭 15일만이자 지난 3일 한국 입국 당시 공항에서 세 번 허리를 굽히고 국민에 사과의 뜻은 전한지 일주일이 지난 두 번째 사과다.

신 회장은 11일 오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다소 굳은 표정으로 단상에 오른 신 회장은 먼저 국민 앞에 허리를 숙이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하며 단호한 어조로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최근 재벌 총수 일가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다툼에 더해 경영자가 한국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본 기업'이란 비난을 의식한 듯 30여분간 진행된 기자회견 내내 신 회장은 한국어로 답하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도의적 반성의 모습을 보였다.

신 회장은 이날 사과문을 통해 롯데호텔 상장, 순환출자 해소 등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혔다.

먼저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게 항상 함께해준 국민 여러분께 최근 불거진 불미스러운 사태로 많은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10초간 고개를 숙였다.

신 회장은 "최근 사태는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롯데에 대해 여러분께서 느끼신 실망과 우려는 모두 제 책임"이라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후 국민여러분과 정부, 그리고 주주, 임직원, 협력업체 여러분께서 우려하시는 점을 과감하게 개혁하고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개혁 방안으로 호텔롯데 상장, 그룹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순환출자 해소, 기업문화 개선위원회 설치 등 세 가지를 약속했다.

먼저 롯데호텔에 대해 일본 계역 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하고,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도록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종합적으로 개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현재 남아 있는 순환출자의 80%를 연말까지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구릅을 지주 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에는 금융계열사 처리 같은 어려움이 있고, 대략 7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여 反롯데 여론에 밀려 '울며 겨자먹기식' 발표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은 "한국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고 지난해 일본롯데에 대한 한국롯데의 배당금이 한국롯데 전체 영업이익의 1.1%에 불과하다"며 이날도 롯데가 한국 기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 ‘롯데=일본기업’이라는 국적 논란 해소에도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신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 TFT를 출범하고 기업문화 개선위원회를 설치해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시행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또 청년일자리를 포함한 고용확대, 사회공헌 등 국가경제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신 회장과 롯데그룹은 소유·지배구조문제, 비윤리적 경영행태, 불공정행위 등 문제에 대한 전방위적 개선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지금의 반 롯데, 반 재벌정서는 재벌 특혜와 불공정 행위, 부도덕 행위를 통한 수익을 일일이 가져가려는 세습경영과 불투명한 소유·지배구조문제에서 발생했다"며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였음에도 당연히 해야 할 순환출자 해소와 중장기적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 등 추상적인 내용만 언급해 반성과 개선의지가 약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실련은 "관리·감독 부실로 롯데그룹의 사태에 책임이 있는 공정위와 정부가 강도 높고 실효성 있는 재벌개혁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재벌개혁을 위한 입법을 하는 국회도 적극적으로 나서 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해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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