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3일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 사태를 놓고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또 롯데 사태를 계기로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롯데 사태와 관련,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규정한 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의 의지에 "볼썽사나운 롯데가(家)의 '돈 전쟁'이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롯데그룹이 제과·유통업을 주력으로 삼는 기업이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국민 삶에 가장 밀접한 기업으로, 당연히 국민으로부터 큰 혜택을 본 국민 기업이라 말할 수 있다"며 "그러나 후진적 지배구조, 오너 일가의 정체성과 가풍 모두 우리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서울 잠실에 들어선 제2롯데월드(왼쪽)와 소공동 롯데백화점▲ⓒ롯데그룹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수 일가가 소수의 비분을 갖고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면서 재벌이 국민경제의 성장동력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리스크로 전락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처럼 롯데 사태가 재벌가에 대한 여론 악화로 이어지고, 소수 지분으로 대기업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황제경영’이 롯데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차제에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법 공론화가 탄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은 "이번 기회에 전근대적인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책이 뭔지 검토해봐야 한다"며 "그룹의 복잡한 지분 관계가 투명한게 공시되는 지 금융 당국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도 "재벌기업 문제는 노동개혁보다 먼저 한국경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재벌기업의 독단적 경영이나 지배구조 문제를 임금피크제 등 노동개혁 의제보다 우선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롯데 사태를 두고 기업인의 '광복절 대사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뒤, 새누리당 지도부와 회동 후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대상에 경제인을 포함해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기업인 특사 대상으로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 등이 거론됐다.

이 중에서도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면은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졌다. 형량 4년 가운데 3분의 1을 훌쩍 넘겨 2년6개월째 복역하고 있어 사면대상 요건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기소, 지난해 9월 2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만성 신부전증으로 신장 이식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악화돼 사면 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롯데 사태로 여론 악화가 이어지고 있어 경제인 사면에 대한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연말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사면 분위기를 조성해보려 노력했지만 때아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이 찬물을 끼얹었다.

또 연초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태원 회장만이라도 사면했으면 좋겠다고 밀어 부쳤지만 결국 부정적인 국민정서를 넘지 못했다.

이 원내대표도 이날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재벌개혁 대신 재벌에 다양한 특혜를 줘왔다. 재벌 총수는 범법하고도 관용과 변칙으로 사면을 받았다"며 "감옥에서도 편의가 제공돼 병원에서 세월 보내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광복절 사면에서 기업인 포함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