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신라면세점·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 4곳, 선정결과 발표전 관련 기업 주가 ‘껑충’…사전유출설 모락모락

소위 '황금거위'로 주목받았던 서울 신규 시내 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품으로 돌아갔다. 서울 중견·중소기업 면세점의 신규 사업권은 하나투어 컨소시엄인 SM면세점이, 제주에서는 제주관광공사가 각각 선정됐다.

관세청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회는 10일 인천공항세관에서 서울시내 일반경쟁 2곳, 중소·중견기업 제한경쟁 1곳, 제주시내 중소중견기업 제한경쟁 1곳 등 모두 4곳의 면세점 신규특허 사업자 선정결과를 발표했다.

▲한화갤러리아(여의도 63빌딩) HDC신라면세점이 들어설 용산 아이파크몰 전경 ⓒ한국정책신문

이날 심사를 통과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관세청장이 10일 이내에 세관에 특허 사전승인을 통지하고, 세관장이 최종적으로 특허요건 확인한 후 특허장을 교부하게 된다. 특허장을 받은 업체는 6개월 이내에 사업을 개시해야 한다.

특허심사위원회는 인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8일부터 사흘간 전부와 민간위원 15명으로 구성된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었다. 7개 참여업체별로 5분간의 사업계획 발표(프레젠테이션, PT)와 20여분간의 질의응답을 실시했고, 외부와의 연결을 차단하는 등 철통보안 속에서 심사가 진행했다.

업체별 PT에는 사장단이 직접 참여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당초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면세점 사업자가 발표되기 전 선정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올라 '사전 유출설'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10일 오후 5시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오후 3시 장 마감 결과 호텔신라는 8.95% 상승한 12만8000원에 마감했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오전 장 초반부터 강세를 보이다가 결국 가격제한폭인 30%까지 급등한 7만7000원을 기록했다. 반면 탈락한 신세계는 -8.9%, SK네트웍스는 -7.71% 등으로 폭락했다.

이와 관련 이돈현 특허심사위원장은 "외부와의 정보가 차단돼 주가가 어떻게 됐는지 몰랐으며 오전 9시30분까지 프레젠테이션과 심사를 진행했다"며 "10시 넘어서부터 평가를 해서 집계하기 시작했는데 결과를 어느 정도 입수한 게 오후 3시 정도였다. 주가와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면세점 업계는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서 관련 정황을 확보해 통보할 경우 정보 유출 의혹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래소의 모니터링 결과 거래 과정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위치가 승부처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은 입지에서 승부가 갈렸다. HDC신라면세점이 들어서는 용산지역은 인근에 외국인이 몰리는 이태원과 남산이 가까워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 침체된 용산전자상가와 공동 마케팅을 펼쳐 용산을 '한국의 아키하바라'로 만든다는 계획도 주효했다. 이와 함께 지방 관광과의 연계를 노린 강원도와 충북과의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 선포식'을 연 것도 심사위원회의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HDC신라면세점은 용산의 아이파크몰을 통해 국내 최대 면세점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호텔신라가 50% 현대산업개발이 25% 아이파크몰이 25%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다.

기존 면세점과는 달리 아이파크몰은 연면적 28만㎡의 대규모 공간에 백화점과 영화관, 마트, 대형 식당가를 비롯한 기본 쇼핑자원 이외에도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복합 여가시설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이 들어설 여의도는 정계와 재계의 상징으로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도심과 강남에 비해 덜 붐비면서도 관광 인프라는 충분하다. 한화는 63빌딩을 면세점 9900㎡ 규모에 쇼핑, 엔터테인먼트 및 식음시설 2만6400㎡ 내외의 면적을 연계해 컬처 쇼핑 플레이스(총 3만6000㎡ 내외)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또 아쿠아리움을 새 단장하고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 공간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심사위원회에서는 노량진 수산시장-한강-국회의사당-63빌딩을 연결하는 '여의도 관광코스'를 부각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면세점을 중심으로 새로운 관광명소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롯데면세점 ‘독주체제’ 깨지나

이번 신규 면세점 허가로 그동안 면세점 '독주 구도'를 이루었던 롯데면세점의 위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면사 사업 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서울 지역에 막강한 자금력과 탄탄한 유통 네트워크를 갖춘 대기업이 새로 진입하면서 시내 매장을 관리하는 업체도 2곳에서 3곳으로 늘어 전체 면세 시장의 판도도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35년간 꾸준히 면세 시장을 이끌어온 롯데면세점의 비중은 그동안 절대 강자의 위치를 지켰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전국 면세점 시장점유율은 2014년 기준으로 52%, 호텔신라는 31%, 한국관광공사와 기타 업체가 17%였다.

특히 서울 시내의 경우 롯데면세점은 60.5%로 호텔신라면세점의 2배 수준이며, 현재 서울시내 면세점 6곳 중 3곳을 운영 중이다.

소공점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약 1조9700억원이며 서울 시내 면세점 총매출액인 약 4조3500억원의 45.4%를 차지했다. 이번 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으로 롯데면세점 독주구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산업에 대한 의지가 강한 그룹들이고, 이번 시내면세점 경쟁에서 성공하면서 그룹 내 유통부문의 입지가 더 강화될 것'이라며 '이는 투자나 기타 지원 등에 유리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유통업계에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HDC신라면세점의 특허 획득으로 인해 격차는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화 역시 최근 그룹 내 여러 분야에서 선전하는 여세를 몰아 면세업 확장을 꾀할 것으로 보여 이는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로 인해 롯데는 하반기에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수성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왜 면세점인가?

기업들이 명운을 걸고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것은 내수침체로 기존 채널로는 성장에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면세점의 높은 성장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대표이사가 직접 사업 설명을 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 오너들이 현장에서 모든 사안을 직접 챙기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시장은 지난 2010년 4조5000억원, 2011년 5조3000억원, 2012년 6조3000억원, 2013년 6조8000억원, 2014년 8조3000억원으로 매년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한류 열풍으로 외국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고, 특히 중국 관광객이 갈수록 한국을 많이 찾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협회 통계에서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국내 면세점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4조원에서 지난해 7조5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 시장규모 8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매출증가율이 2∼3%에 불과한 것과 비교할 때 면세점은 그만큼 불황 속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꼽힌다.

더욱 관심을 끄는 부문은 시내 면세점은 높은 임차료 부담에 허덕이는 공항 면세점보다 매출과 수익성이 높다는 데 기업의 생리와 잘 맞아떨어진다.

대기업은 대부분 백화점·쇼핑몰 등 회사가 소유한 건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3.3㎡(약 1평)당 연간 1억원을 웃도는 임차료(월세)를 내는 공항면세점보다 매장의 운영·관리비 부담이 현저히 낮다.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게 어느 정도 증명된 데다 글로벌시장에서 브랜드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